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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라이프플러스 에디터만 아는 시민기자의, 시민기자에 의한, 시민기자를 위한 뉴스를 알려드립니다.[편집자말]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를 부른 도플싱어팀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를 부른 도플싱어팀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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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게 담담하게만 부르면 이 무대는 끝이라고 생각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에 참가한 도플싱어팀(10호 가수와 29호 가수)의 노래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가 끝난 직후 심사위원 이선희가 한 말이었다. 그의 말처럼 숨죽이며 지켜볼 만한 무대였다. 

오디션의 승부를 가르는 건 단연 '선곡'이다. 방청객의 입장에서 오디션에 나온 가수는 자신이 가진 무기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곡을 선택하는 게 대단히 중요해 보였다. 나란 사람을 다 보여주기엔 시간이 너무 짧으니까. 아찔한 한 방이 필요했다.

심사위원들은 실력이 충분하지만 기대에 못 미친 무대를 한 참가자들에게 "선곡이 아쉽네요"라고 말해주곤 했다. 그 말을 방구석 1열에서 고개를 끄덕거리며 들었다. 반대로 심사위원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일도 정말 어려워 보였다. 듣는 귀가 다르니까 당연하다.

나에게는 좋은 글이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것처럼, 나한테는 좋게 들리는 노래가 다른 사람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으니까. 한 심사위원의 혹평에, "저는 생각이 다른데요"라고 나서는 심사위원의 말을 두근거리며 듣게 되는 이유다. 뭐가 다르다는 건지 궁금해서.

그럼에도 심사위원 모두를 만족시키는 곡은 '분명' 있다. 어떤 곡이 그럴까. 특징이 있다. 원곡을 부른 가수와 똑같거나 흉내내려고 해서는 안 되고, 노래를 들으면서 특정 그 가수가 생각나서도 안 된다. 같은 노래를 부르지만 자신의 개성을 잃으면 안 된다는 거겠지.

당연한 말이지만, 심사위원 대부분은 원곡을 뛰어 넘는 노래에 박수를 쳤다. 설사 원곡을 뛰어넘지 못했더라도 그만의 개성이 드러나야 슬쩍 웃었다. 원곡에 없는 기질을 발견할 때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오리지널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 가수만의 매력이나 분위기가 터져나올 때 심사위원들은 기립하며 환호했다.

노래 실력만으로 승부를 가릴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상대팀을 고려해 누가 어떤 전략을 영리하게 짰는지도 심사위원들은 세심하게 따졌다. 이 이야길 하는 건 오디션 가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선곡 즉, 그 원곡이 기사를 쓰는 시민기자 입장에서 보면 보도자료와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기 때문이다.

보도자료 발 기사를 볼 때 고려하는 것
 
포털에 검색하면 똑같은 기사는 이미 많다.
 포털에 검색하면 똑같은 기사는 이미 많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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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쓴 글은 아무리 잘 써도 '보도자료 발'이라는 한계를 갖는다. 너무 많이 쓰면 독자들에게 '보도자료나 쓰는 기자'라는 뒷말도 듣는다. 심지어 '보도자료나 베끼면서'라고 폄하하는 일도 생긴다. 내가 일을 할 때도 무엇인가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만'으로 보도자료를 그대로 올리는 기사는 대부분 거른다. 그런 기사는 포털에 이미 많다. 단, 독자들이 알 만한 정보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기사로 채택한다.

그때 편집기자가 고려하는 내용이란 이런 것이다. 보도자료에서 전하고 있는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했는지(정보를 담고 있는지), 시의성이 있는지, 사실을 전하고 있으나 기자의 주관이 입혀져 (근거는 빈약한데) 과도하게 의미 부여한 글은 아닌지, 있는 사실보다 부풀려 설명하는 건 아닌지, 전국에서 유일한, 전국에서 최고의, 세계 최초 등 단어나 서술어 사용이 과도하게 쓰인 건 아닌지, 기사 앞에서 기자가 너무 나서고 있진 않은지 세심하게 따진다(써놓고 보니, 참 까다로운 심사위원 같다).

이 '선'을 넘는 보도자료 발 기사를 접하면, 글쓴이의 의도를 생각하게 된다. '왜 썼을까'. 그 '왜'에 해당하는 이유가 기사에 드러나야, 그 이유가 합당해야, 기사로 채택한다. 그게 아니면 '굳이' 기사로 채택하지 않는다. 포털에 검색하면, 똑같은 기사는 이미 많으니까. 다들 그렇게 쓰는데, 나는 왜 안 되냐고 따질 수 있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시민기자가 굳이 그렇게 써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출판사에서 피땀 흘려 만든 책을 보내올 때면 꼭 보도자료가 딸려온다. 과거엔 이 보도자료를 기자들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 온라인 서점에 가면 출판사 서평이라는 자료가 떡 하니 올라와 있다. 이게 보도자료다.

책에 대해 그보다 더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써놓은 원고를 찾기 어렵다. 책을 만든 편집자가 쓴 거니까. 하지만 그 글은 책을 구입하기 전에, 혹은 책과 관련한 글을 쓸 때 참고하라고 주는 정보지, 누구나 가져다 쓰라고 공개한 글은 아닐 거다. 보도자료지만 그 글을 쓴 사람도 분명히 있을 테고. 

그런데도 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그걸 갖다 쓴다. '그건 정말 문제다'라고 함부로 단정해서 말하기는 어렵다. 그럴 만한 상황도 있는 법이니까. 보도자료를 어떻게 취해서 쓸 것인지는 기자의 판단이다. 그 판단은 본인이 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가 속한 조직 문화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시민기자가 보낸 기사 서평 중에도 출판사에서 쓴 글, 즉 보도자료를 그대로 담아 보내올 때가 더러 있다. 이런 글은 채택하지 않는다. 다들 그렇게 쓰는데, 나는 왜 안 되냐고 또 따질 수 있다. 그러면 나는 다시 또 이렇게 물을 거다. 시민기자가 굳이 그렇게 써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오마이뉴스> 서평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이 있다면, 책을 '직접' 보고 쓴 글이라는 거다. 읽어보니 내가 몰랐던 내용을 담고 있어서, 감동적이라서, 지금 보면 더 좋을 것 같아서, 재밌어서, 의미가 있어서 등등 수많은 이유로 소개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쓰는 기사라는 거다.

각각의 기사에는 그 시민기자만의 고유한 시선, 관점 등이 담겨 있다.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김영민 교수도 말했다. "서평은 서평 대상이 된 책뿐만 아니라 서평자 자신의 지력, 미력, 멍청함, 편견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좋은 기회"라고. 그래서 서평 쓰는 일이 어렵다. 자신의 밑천을 드러내는 일이 되기도 하니까. 

보도자료에는 없는 내용이 기사에 담긴 이유

최근 원곡을 잘 편곡한 노래처럼, 충분히 고음을 낼 수 있음에도 과하지 않게 담담하게 잘 부른 노래처럼, 보도자료를 근간으로 잘 쓴 기사 하나를 만났다. 경상북도 칠곡군에서 성인 문해교육 참가자 5인의 글씨로 '폰트'를 만들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관련 기사 : 삐뚤빼뚤 칠곡할매들의 손글씨, '폰트'로 나왔다).

딱 봐도 군에서 발행한 보도자료를 보고 썼겠구나 직잠이 가능했다. 하지만 내용은 보도자료와 조금 달랐다. 더군다나 글쓴이가 사는 곳은 구미인데, 어째서 칠곡군 소식을 알리려고 했을까 궁금했다. 궁금하면 물어보는 게 내 일이다. 알아보니 비결은 칠곡군 담당자와의 전화통화에 있었다. 보도자료 내용보다 더 구체적이고 진심이 담긴 기사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보강 취재'였다.  

자연스레 보도자료에는 없는 '이 폰트가 만들어진 결정적 배경'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평소 문해교육을 받던 할매들의 필적을 인상 깊게 본 칠곡군 평생교육 담당자가 할머니들의 필체를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 남겨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거다.

이 기사를 보고 더 많은 할머니, 어머니들의 필체가 우리들의 문화 유산으로 남았으면 좋겠네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이런 소식은 더 많이 알려져야 할 것 같았다. 잘 편곡된, 완성도 높은 노래를 듣는 기분이었다. 심사위원들이 기립 박수를 치는 심정을 알 것 같았다. 한번 앉으면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는 나에겐 자주 이런 기사가 필요할 것 같다. 아이구야... 이제 좀 일어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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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2021년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2017년 그림책 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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