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투자업계에서 해외투자를 개척한 존 템플턴(Sir John Templeton)은,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에 투자하여 엄청난 수익을 거두었다. 그는 붕락하여 휴지나 다름 없이 거래되던 한국의 대표주식들을 일거에 쓸어담았다. 즉,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차별적으로 수십 개의 종목을 매입했다. 이후 몇몇은 시장에서 퇴출되었지만 살아남은 회사의 주식은 막대한 이익을 내 주었다. 

ETF 투자와 일맥상통하는 방법이다. 대한민국의 대표기업 200개 종목을 1주씩 만 보유한다고 해도 큰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KOSPI200을 추종하는 ETF의 경우 1주의 가격이 3만원 후반대이므로 적은 비용으로 분산투자를 할 수 있다. 아울러 매매에 수반되는 실수와 번거로움이 없다. 200개 종목을 1주씩만 사고 판다면 400번의 주문을 내야 한다. 이 얼마나 번잡스러운 일인가?

게다가 실수로 몇 종목을 누락시키거나 엉뚱한 종목을 거래할 수 도 있다. 그러나 KOSPI200을 추종하는 ETF 1주를 사면 이 모든 어려움이 해결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해외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인 언어의 장벽마저 쉽게 넘을 수 있다. 

미국 시장의 예를 들어보자. 벤치마크(비교기준) 지수로 활용되는 S&P500 인덱스가 대표적이다. 신용평가회사 스탠다드앤푸어스(Standard & Poor's)가 선정하는데, 미국의 잘 나가는 기업 500개를 한 바구니에 담은 것이다.

그리고 이를 추종하는 ETF가 바로 스파이더라고 말하는 'SPDRs'이다. Standard&Poor's Depositary Receipt의 머릿글자로서 S&P500을 추종하는 ETF 상품군을 총칭한다. 당신은 SPDRs 1주를 매입함으로써 미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어 나가는 기업 500개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야후 파이낸셜 캡쳐화면으로서 인덱스 투자의 원조가 되는 금융상품
▲ SPDRs 상품중 하나로서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대표적인 ETF 야후 파이낸셜 캡쳐화면으로서 인덱스 투자의 원조가 되는 금융상품
ⓒ 이상헌

관련사진보기

 
스파이더의 금융상품 중 하나인 'SPDR S&P 500 Trust ETF'는 현재 시가총액이 약 320조 원의 규모다. 1주당 가격은 대략 370달러이므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7만원 정도다. 이는 미국증시에서 직접 살 때의 가격이고 한국증시에서 매입할 경우에는 1만원대에서 매수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이어지는 글에서 알아볼 것이다.

구입 방법도 간단하다. 국내 증권 계좌를 통해서 바로 사면 된다. 매매 주문을 1천번 이나 낼 필요도 없고 영어로 쓰여진 사업보고서에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된다. 그저 이 나라가 앞으로도 유망할 것인가만 판단하면 된다. 말이 안 통해서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 그 나라 전체의 부를 사는 것이므로.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예로 든다면 KOSPI200을 추종하는 ETF가 10여개 있다. 이 중에서 개인투자자가 알아둘 만한 상품은 KODEX(삼성자산운용)와 TIGER(미래에셋자산운용) 시리즈로서 가장 규모가 크다. 각각의 시가총액은 대략 5조5천억원과 2조6천억원을 넘고 있다. 1주당 가격은 약 3만7천원 정도다. 이밖에 여러 브랜드가 있는데 최소 7천억 원 이상의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지수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성공

S&P500이나 KOSPI200 같은 지수들은 자산운용사의 실적을 평가하는 측정 기준(벤치마크)이 된다. 예를 들어 S&P500이 1년 동안 15% 상승을 하였다면 펀드의 운용실적도 최소한 15%를 넘어야 한다. 아니, 실제로 순수익률을 따져보게 되면 적어도 18%의 수익을 내어야만 본전치기가 된다. 왜냐하면 펀드운용에 소요되는 각종 경비가 3%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인덱스 펀드는 들어가는 비용이 거의 없으므로 S&P500의 상승률 15%를 온전히 차지할 수 있다. 때문에 시장수익률은 최소한의 기대수익률을 뜻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런 평균 이하의 펀드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현실에서 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펀드는 3%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다. 바꿔 말해, 자산운용사의 펀드 상품 중 97%가 실적부진을 겪고 있으므로 기대수익률을 달성하기만 해도 성공적인 3% 안에 들어가는 셈이다. 인덱스 펀드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존 보글(John C. Bogle) 이라는 선구자에 의해 처음 세상에 등장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에서 시장수익률을 추종하는 전략이야말로 보통 사람도 부자가 되는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글은 인덱스 펀드와 비인덱스 펀드의 비교를 통해서, 투자업계의 거대한 사기극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 기업들은 연 9.5%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투자자 전체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시장 수익이다. 또한 투자자 전체가 버는 수익은 평균 수익이다. 어떤 투자자가 추가 수익을 얻는다면 다른 투자자가 그만큼 손해를 본다는 뜻이다. 따라서 투자 비용을 감안하지 않고 시장을 이기려는 시도는 패자의(Zero-sum) 게임이다. 투자 비용을 공제하면 투자자가 시장을 이기려는 시도는 지는 게임이다."

태그:#인덱스 투자, #시장수익률, #S&P500, #ETF, #DAANKAL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