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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팁을 공유합니다.[기자말]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는 주말에 풀고, 밖에서 쌓인 스트레스는 집에서 풀던 우리였습니다. 그런데 어라? 워킹맘이 되고 나니 두 출구가 모두 막혀 버렸네요? 주말은 주중과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고, 집은 직장에서와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장소가 되어 버렸으니까요.

몸이 바빠진 만큼 스트레스 지수도 높아졌습니다. 어제만 해도 그래요. 출근길에 머릿속으로 계획할 때는 분명 6시에 칼퇴할 수 있을 만큼의 업무량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자꾸 끼어드는 겁니다.

업무 파트너의 부재, 민원인의 무리한 요구, 부서원들간의 사소한 언쟁, 업무처리 시스템의 오작동. 아침 9시에 열어둔 마감기한 하루 남은 보고서는 저녁 6시까지도 진척 없이 모니터 위에 떠 있기만 했습니다.

집에는 제가 오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남편과 아이가 있는데요. 소면을 넣은 냄비처럼, 제 하루는 수십 번 부글부글 끓어올랐습니다. 금방이라도 넘쳐흐를 것처럼요.

통제할 수 없는 상황과 복잡한 인간관계에 둘러싸인 워킹맘이 스트레스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를 바라는 건 무리겠지요.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스트레스를 받는데 직장인이며 동시에 엄마이기도 한 워킹맘은 어떻겠어요. 역할도 두 배, 일도 두 배, 스트레스도 두 배입니다.

하지만 부글부글 끓는 감정을 이고 집까지 갈 수는 없지요. 아이와 항상 함께 있지 못하는 워킹맘은 적어도 함께 있는 시간 동안이라도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으니까요. 아이에게는 늘 밝고 따뜻한 얼굴이고 싶습니다.

이 순간 끓어 넘치기 직전인 냄비를 순식간에 잠재우는 한잔의 찬물처럼,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스스로에게 쓸 수 있는 긴급처방약을 하나쯤 가지고 계신가요? 지금 당장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무언가를요.

지금 나를 당장 행복하게 만들어줄 '그것'

저의 긴급처방약은 바로 '떡볶이'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변심도 없이 좋아한 소울푸드예요. '소울푸드(Soul Food)'는 영혼을 감싸주는 음식이라는 의미잖아요. 제게는 떡볶이가 딱 그렇습니다.
 
빨간 국물에 여러 번 굴려 진득해진 떡볶이 한 점을 입에 넣어 오물거리는 동안에는 스트레스 따위 떠오르지 않아요.
 빨간 국물에 여러 번 굴려 진득해진 떡볶이 한 점을 입에 넣어 오물거리는 동안에는 스트레스 따위 떠오르지 않아요.
ⓒ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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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어느 생일날,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던 직장동료들에게 약속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향한 곳도 떡볶이 가게였습니다. 김말이 세 개를 추가한 떡볶이 1인분과 캔맥주를 앞에 두고 노트북으로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있으면 더 바랄 것 없이 행복했어요.

이번에도 역시 떡볶이를 받아 든 순간부터 기분은 이미 좋아집니다. 봉지 밖으로 새어 나오는 매콤 달콤한 냄새 덕분에 무겁던 발걸음이 저절로 빨라집니다. 식기 전에 얼른 식탁 위에 차려내고 싶어서요.

빨간 국물에 여러 번 굴려 진득해진 떡볶이 한 점을 입에 넣어 오물거리는 동안에는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 따위 떠오르지 않아요. '지금=떡볶이를 먹고 있는 순간'이고, '떡볶이=내게 행복을 주는 음식'이니, '지금=행복한 순간'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는 걸 마음이 알고 있나 봅니다.

잘 있다가도 화장실에 가면 괜히 소변이 마려운 것처럼요. 떡볶이 앞에서 마음은 스트레스 같은 불순물을 밀어내고 행복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나 봐요. 긴급처방약이 스테이크가 아니라 언제든 사 먹을 수 있는 떡볶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딱 떠오르는 긴급처방약이 없으신 분들을 위해 한 가지 레시피 공유해드려요. 직장에서 고밀도의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당장이라도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을 때 제가 쓰는 방법입니다.

머그컵에 150ml 우유 한 팩을 붓고 전자레인지에 2분 정도 데워요. 고소한 냄새가 폴폴 풍기는 따뜻한 우유에 커피를 섞습니다. 기계로 내려도 좋고 인스턴트 가루커피를 섞어도 좋아요. 여기다 저는 꿀(설탕)을 한 스푼 넣습니다.

잘 저어 한 모금 마셔보세요. 달라진 상황이 없더라도 기분은 조금 달라질 거예요. 전자레인지에 우유를 돌리고 커피를 내리고 꿀을 넣어 젓는 짧은 의식을 치르는 동안 마음은 행복이 들어올 자리를 만들고 있었을 테니까요.

스트레스 긴급처방약이 꼭 음식일 필요는 없습니다. 노래나 쇼핑, 수다일 수도 있어요.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데 바빠서 동전노래방 갈 시간도 없다 하시는 분은 블루투스 마이크를 하나 주문하세요. 아무도 없는 차 안에서 한 곡 시원하게 부르는데 5분이면 충분해요.

수다가 그 역할을 해준다면 옆에 있는 누구에게라도 털어놓으세요. 언제든 내 편이 되어줄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도 좋아요.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면 무엇이든 사세요. 양말이나 스마트폰 케이스처럼 사소한 물건이라도 마음에 드는 걸 고르느라 바빠진 마음이 잠시 잊을 거예요.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던 일들을.

극심한 스트레스는 소화장애나 두통처럼 몸의 병으로 이어지고 우리 뇌를 긴장시켜 예민하게 만든다고 해요. 스트레스가 회복되지 않고 지속되면 무기력해지고 인간관계에서도 스스로를 소외시키게 됩니다. 불안하고 우울한 상태로 빠지고 마는 거지요. 주위에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아지는 건 우리가 스트레스의 공격으로부터 매우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뜻이겠지요.

육아도 일도 하루이틀 하고 말 게 아닙니다. 방치하면 스트레스는 내 안에서 계속 쌓여만 갈 거예요. 끝이 보이지 않는 장거리 달리기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가 우리 자신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게 즉각적인 행복을 가져다줄 긴급처방약은 무엇인가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것을 장바구니에 담아 늘 가까이에 두세요. 남편과 아이가 좋아하는 것만 잔뜩 담지 마시고요.

감정의 파고가 높지 않은 사람이고 싶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손뼉 치며 환호할 만큼 기쁜 일은 드물더라도 하루 중 몇 번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잔잔하게 흐르는 삶이기를 바라요. 쉽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 마음을 힘들게 하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상황들이 도처에 널려 있거든요.

하지만 설사 우리가 극심한 스트레스의 늪에 빠지더라도 거기로부터 우리를 다시 끌어올리는 건 의외로 작고 간단한 것일지 모릅니다. 어제의 제게는 떡볶이가 그랬어요. 우유에 탄 달콤한 커피 한잔이 그랬고요.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https://brunch.co.kr/@nosto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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