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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문학 독자들 사이에선 생소한 세계일지 몰라도 최근 웹소설 시장은 그야말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누구는 웹소설이 수준 이하라며 폄훼하고, 또 누구는 웹소설은 소설이 아니라고 평가 절하하지만 2018년 웹소설 시장의 규모는 약 4000억을 돌파했고, 한 작품으로 10억에서 최대 50억까지 수익을 올리는 스타 작가도 생겨나는 추세다.

산업이 커지는 만큼 성공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작가 지망생도 늘었지만, 시장에 대한 이해와 독자들의 니즈를 분석하는 작업은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웹소설을 써보고 싶은 독자라면 진문 작가의 <밀리언 뷰 웹소설 비밀코드>를 읽어볼 만하다.

2014년 법정물인 <리걸 마인드>로 데뷔해 지금까지 3편의 작품을 발표했고, 170만 다운로드를 돌파한 그는 웹소설계의 스타 작가 중 한 명인 동시에 웹소설 지망생들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가 수년간 분석한 웹소설의 흥행 코드를 기반으로 한 아카데미의 수강생 중에서는 70% 가까이가 데뷔에 성공했는데, <밀리언 뷰 웹소설 비밀코드>는 기존의 강의를 압축하고 정리한 책이다.

진문 작가를 지난 1월 29일 전화 인터뷰했다. 여전히 대중에게는 생소한 웹소설 시장에 대한 이야기, 성공하는 웹소설을 쓰는 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두루 나누었다.

퇴사하고 '사시 준비' 경험 살려 쓴 첫 웹소설 
  
진문 작가
 진문 작가
ⓒ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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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웹소설 작가로 데뷔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기업 컨설팅 업체에서 출판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관련해서 번역도 하고, 칼럼도 썼어요. 결국 글로 인정을 받아서 월급을 받아 먹고사는 것과 다름없는데, 이럴 거면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걸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웹소설이었던 거죠. 그렇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통해 월 60만 원을 조금 넘게 벌면서 1년 6개월 정도를 준비했습니다."

- 첫 작품으로 <리걸 마인드>라는 법정물을 내셨는데, 당시만 해도 웹소설 쪽에서 법정물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잖아요. 이런 주제를 선정한 이유는 뭐였나요?
"잘 모르는 분들은 웹소설 하면 판타지나, 로맨스 장르가 전부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웹소설 독자들도 어느 정도 새로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작가를 준비하던 당시 웹소설 1위가 메디컬물이었어요. 그걸 보고 웹소설 작가들 사이에선 이 다음은 법정물이다, 뭐 이런 얘기가 있었습니다.

제가 원래 법대를 나와서 5년 동안 사법고시를 준비했었어요. 그러니까 법이라는 것에 얼마나 신물이 났겠습니까... (웃음) 법이라면 지긋지긋했고, 솔직히 법정물을 정말 쓰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래도 제가 대학교 4년을 포함하면 거의 10년 가까이 법을 공부했으니 내가 법정물을 쓴다면 조금 높은 수준으로 쓸 수 있겠다, 치열한 논리 싸움이 살아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당시 독자들의 니즈와 저의 경험이 잘 맞아떨어진 셈인데 제 나름대로는 가장 끔찍한 경험과 직면하면서 그걸 이야기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어요."
 
유생의법정
▲ 유생의법정 유생의법정
ⓒ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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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웹소설을 여러 편 쓴 작가들을 보면 사극이면 사극, 로맨스면 로맨스같이 비슷한 장르의 작품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님은 발표하는 소설마다 주제나 소재가 전부 달랐어요. 그런 영감의 원천은 어디서 오나요?
"첫 작품을 내고 나서 제 나름대로는 어떤 걸 쓰면 독자들이 좋아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독자들이 좋아하는 것과 저의 관심사를 연결하면 흥행하는 작품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주요 관심사는 자본주의와 신에 관한 생각이었어요. 그걸 토대로 작품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음악을 들으면서 걷다가 문득 어떤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만화 원피스에서 주인공 루피가 단두대에 올라가는 장면이었어요. 만화에서는 어떤 우연으로 인해 주인공이 위기를 모면하거든요. 저는 그런 비슷한 상황에서 주인공이 가진 능력 자체만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고 오히려 상황을 역전시키는 장면을 떠올렸어요.

사실 웹소설을 쓰다 보면 어떤 장면이나 상황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면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일단 시작이 쉽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데도 탄력이 붙습니다. 그러다 원하는 장면에 이르렀을 때 흡입력이나 폭발력이 생기기도 하고요."

- 최근 그간의 웹소설 노하우를 담은 도서 <밀리언 뷰 웹소설 비밀코드>를 출간했습니다. 어떤 책인지 소개한다면?
"어떤 유명한 작가님께서 '데뷔할 때 본인이 익힌 기술과 시장에서 자리를 유지하는 기술은 다르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이 말씀에 공감하면서 그때부터 작가들을 만나서 글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소위 잘나가는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름의 공통점이 있더라는 거죠. 그걸 정리해서 강연하기도 했었고, 나중에 웹소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 멘토링 프로그램을 하면서 독서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 사람들과 약 2년 동안 베스트셀러 웹소설을 읽고 작품들의 흥행요인을 분석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일관된 원칙이 보이더라고요.

결국 이 책은 100여 명의 작가를 만나고, 200명이 넘는 작가 지망생들과 대화하고, 2년 동안 매주 1편씩 웹소설을 읽으면서 분석한 것의 정수이자 정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책에는 지망생들을 위한 데뷔 과정이나, 수익 구조 같은 정보들도 많이 추가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웹소설 시장에 관심이 있거나, 작가 지망생들, 준비는 하고 있는데 데뷔를 못 한 작가들, 혹은 데뷔를 했지만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한 분들이 보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박의 비결? "독자들이 원하는 걸 써라" 
 
밀리언뷰 웹소설 비밀코드
 밀리언뷰 웹소설 비밀코드
ⓒ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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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익을 올리는 웹소설 제작의 비결과 노하우를 압축해서 얘기한다면요?
"그건 명확합니다. 독자들이 원하는 걸 쓰는 겁니다. 그게 순수문학과 웹소설이 가장 크게 다른 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회귀물(실패한 인생을 산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을 재미있게 본 독자들은 이런 부류의 회기물을 또 보고 싶어 합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작품을 표절하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게 아닙니다.

매력적인 회귀자가 인생을 잘 헤쳐나가는 이 코드는 잘 활용하되 그 내용은 달라야 한다는 겁니다. 그 다른 내용을 통해 나름의 차별점을 부여하는 거죠. 결국 흥행하는 웹소설을 쓰려면 독자들이 원하는 코드를 넣되, 작가 본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본성을 통해 기존의 작품과 다른 걸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그렇다면 웹소설을 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코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코드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세요.
"자, 이게 조아라나 문피아(웹소설 사이트)같은 곳에서 연재하는 사람들이 자주 겪는 일인데요. 몇 번 엎고 다시 쓰기와 퇴고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봤을 때 완벽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 냈어요. 그런데 조회 수는 어떨까요? 1화 50, 2화 30, 3화 10 이렇단 말이에요. 이게 무슨 뜻이냐? 웹소설은 문장으로, 혹은 새로움으로 승부가 나는 세계가 아니란 거죠. 웹소설의 승부는 하나입니다. 이 작품을 독자들이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

그래서 코드를 알아야 합니다. 코드란 결국 독자들이 원하는 것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어요. 코드를 통해 독자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준 다음. 그 나머지를 새로움으로 채워야 합니다. 저의 첫 작품인 <리걸 마인드>를 예로 들면 이건 회귀물이 아니에요. 하지만 프롤로그와 1화는 회귀물의 코드를 따왔어요. 그러니까 독자들이 어? 이게 내가 좋아하는 회귀물이네? 하면서 본단 말이죠. 그리고 그 이후에 내용 전개는 새롭게 한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서 코드란 포장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웹소설을 쓰려면 이 포장지에 대해서 연습해야 합니다. 글 안에 이런 코드라는 형태가 입혀져 있어야 독자들이 내가 원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본다는 것이죠. 독자를 끌어당기게 하는 매력, 다음 화를 클릭하게 만드는 힘, 그게 코드입니다."

- <밀리언 뷰 웹소설 비밀코드>에서 웹소설의 기준은 '돈' 이라는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결국 웹소설이란 독자들이 원하는 작품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맥락상 좀 닿아 있는 부분인 것 같고요.
"결국 웹소설을 쓰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가끔 웹소설의 게시판에 '맞춤법이 하나도 안 맞는 이런 작품이 어떻게 베스트에 오를 수 있냐' 이런 말씀들을 하면서 화를 내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이게 현실이고, 웹소설 시장이 그런 곳입니다.

동시에 웹소설 시장에서는 작가 순위를 정할 때도 딱 한 가지만 봅니다. '얼마나 수익을 올렸는가?' 이게 유일한 기준입니다. 그리고 철저하게 작품으로 승부하는 시장입니다. 무명이라도 코드가 있고, 작품이 재미있으면 사람들이 봅니다. 네임밸류? 기본적으로 그런 거 별로 없습니다. 물론 처음 몇 화는 호기심에 볼 수도 있겠지만 작품이 재미없으면 결국 철저하게 외면 당합니다. 이건 탑을 찍은 작가들도 예외 없어요.

웹소설 시장은 정말로 '아쌀하고' 냉정합니다. 이건 다른 말로 하면 좋은 코드를 가지고 있고, 작품만 좋으면 누구도 성공할 수 있다는 말도 될 수 있죠. 그런 만큼 많은 사람이 웹소설 시장에 도전해보면 좋겠습니다."
 
진문 작가
 진문 작가
ⓒ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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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하는 아카데미의 학생 중에서 대략 70% 정도가 작가로 데뷔했고, 그중에는 진문 작가님처럼 수억대의 수익을 올리는 작가도 생겨났죠. 작가님이 발견한 그 흥행 원칙이 나름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인 것 같은데요. 어떤 기분이 드세요?
"이제는 저보다 훨씬 잘나가는 작가도 많습니다. (웃음) 뿌듯하기도 하고... 기쁜 마음이 큰데요, 동시에 한편으로는 뭐랄까...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있고... 더 흥행하는 소설을 써야겠다는 마음도 있습니다."

밀리언 뷰 웹소설 비밀코드 - 만년 무료 연재도 100일 안에 유료 연재로 이끄는 웹소설 실전 작법서

진문 (지은이), 블랙피쉬(2021)


태그:#진문, #웹소설, #밀리언뷰웹소설비밀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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