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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도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다르면 5인 이상 집합 금지', 2021년 설의 특징입니다. 감염의 위험을 줄이려면 덜 모이고 적게 모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따라 명절 문화에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성묘를 하고, 영상통화로 안부를 묻고, 온라인으로 새뱃돈을 준다는데요. 전통적인 명절의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시민기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편집자말]
지난 추석 차례상 풍성한 명절 차례상이 언제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새로운 문화가 자리잡게 될지 모르겠다.
▲ 지난 추석 차례상 풍성한 명절 차례상이 언제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새로운 문화가 자리잡게 될지 모르겠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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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날씨는 여전히 춥다. 바람이 불어 어깨가 더 움츠러든다. 그 바람 속에 봄이 미세하게 묻어나고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을 여기서 써먹어야 할지 잠시 망설여본다. 전염병 상황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 1년을 훌쩍 넘어서더니 코로나와 함께 맞이하는 세 번째 명절을 앞두고 있다. 감염병의 확산 위기 상황에서 또 다시 맞이하는 시골 마을의 명절 분위기는 더 이상 가라앉을 바닥이 없을 정도다.

시골 마을 마당 빨랫줄에 난데없이 홍어가 걸리기 시작하면 명절이 임박했다는 징조다. 홍어는 우리 고장 제례에서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생선이다. 홍어찜은 명절이나 제례가 돌아오기 전에 미리 꾸들꾸들하게 말려놓았다가 양념을 끼얹어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이다. 올해는 집집마다 담 너머로 서로 큰 홍어를 장만한 것을 자랑하듯 말리던 흔한 풍경이 보이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골목에 모처럼 생기가 흐르고 여인네들의 발걸음 소리가 경쾌해지는 때가 명절을 앞둔 즈음이다. 외지로 흩어졌던 자식들이 다 모여 한 상에서 밥 먹고 떠들썩하게 지내는, 1년에 몇 안 되는 날 중에 하나인 날이 다가오고 있다.

며느리들은 시댁을 향한 발걸음이 무겁겠지만 시골의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손수 장만한 음식들을 조금이라도 더 먹이고 싶고, 커나가는 손주들 모습을 보며 흐뭇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날을 기다린다. 전염병의 상황이 종료되지 않는 한, 앞으로 이런 평범한 명절을 앞둔 일상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이번 설 연휴에 거주지가 다른 가족이 5명 이상 모일 경우 방역수칙 위반에 해당돼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달 31일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는 설 연휴 기간에도 예외 없이 적용한다"며 "직계 가족도 거주지가 다른 경우에는 5인 이상 모임을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조상님 뵙는 것보다 병원 신세 안 지는 게 더 중하지"
 
 지난 2일 부여군 홍산면 장날 풍경. 평소대로라면 대목장이 되었을 홍산장날 모습이 스산하다 못해 참담하다.
 지난 2일 부여군 홍산면 장날 풍경. 평소대로라면 대목장이 되었을 홍산장날 모습이 스산하다 못해 참담하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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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부여군 홍산면의 홍산장을 찾아가 보았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 이후 시골 마을의 5일 장터는 더 빠르게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어제까지 하품을 하던 장꾼들의 눈빛이 잠시나마 초롱초롱해지고 좌판의 과일들이 윤기가 돌기 시작하면 시골 장터에 '대목장'이 돌아오고 있다는 뜻이다.

설 대목을 앞두고 있기에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장으로 향했다. 슬픈 예감은 적중한다더니 명절 대목을 앞둔 장날 풍경은 스산하다 못해 참담했다. 시골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시그니처 이미지 중에 하나인 5일 장날 풍경이 무너지는 현장만 확인한 셈이 되었다.

외지에서 온 장사꾼들은 일찌감치 자리를 떠났고 현지 상인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물건을 사려는 사람보다 장사치들이 더 많았다. IMF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숨을 쉬는 상인들을 두고 사진만 찍어대는 마음이 더 안타까웠다.

단골 정육점에도 들러보았다.

"명절에는 소를 4~5마리씩 잡아도 모자랐는데 이번에는 겨우 한 마리밖에 못 잡았당께유. 아예 사람들이 안 돌아 댕겨유. 사람들이 고기 맛을 싹 잃어버렸나 봐유. 굶어 죽게 생겼슈."

정육점 사장은 그나마 자영업자로서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하소연을 충청도 사람 특유의 완곡함과 익살로 풀어내고 있었다. 재난 지원금이 지급됐던 지난 추석에는 고기를 사러오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외부인들의 출입을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 고기를 찾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애들을 내려오라고 한디야. 즈이덜이 온다고 해도 우리가 못 오게 했당게. 괜히 동네사람들꺼정 민폐를 끼치는 일일랑 아예 허덜 말어야지. 우리 애들이 무증상 확진자일지도 모르는 일이잖여."
 
IMF 때에도 홍산 장날은 이렇지 않았다. 전염병의 상황 속에  시골 5일장터는  점점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 IMF 때에도 홍산 장날은 이렇지 않았다. 전염병의 상황 속에 시골 5일장터는 점점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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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은 17번째 확진자 이후 확진자 발생이 주춤한 상태이다. 군의 철저한 방역도 한몫했겠지만 군민들의 방역 의식이 높다는 뜻이다. 그만큼 외출도 삼가고 외지인들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 자발적으로 자녀들의 방문을 일찌감치 자제시키고 있는 집들이 많았다.

코로나 초기에는 보육시설의 휴원으로 부모님 댁으로 아이들을 내려보내서 시골마을이 모처럼 아이들로 넘쳐나는 보기 드문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재택근무가 정착된 최근, 시골은 아이들은커녕 유령도 살지 않을 것 같은 마을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조상님 뵙는 일이 중하기는 허지만 혹시라도 전염병에 걸려서 식구대로 격리되고 병원 신세를 지거나 하는 것보다 더 중한 일이 어디 있겠어."

우리 동네에서 다복하기로 소문이 난 창녕 조씨 종갓집 종손도 이런 유연한 사고로 전염병의 위기에 대처하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이미 설 명절의 차례상 마련도 대폭 축소하고 자녀들의 고향 방문은 5인 이상 집합금지 방역 수칙이 나오기 전부터 막고 있었다. 노령 인구가 많은 시골에서 전염병의 유행은 치명적이었다. 부여군과 이웃한 서천군에서는 벌써 74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나비 효과인지 부여 군민들은 방역의식이 더 투철해진 것 같았다.

명절을 외지에서 오는 자녀들이 없이 지내기로 일찌감치 결정한 집들이 많아지자 명절을 앞두고 가래떡을 수십 가마니씩 빼던 떡집들이 유례 없던 불황을 맞이했다. 그동안 명절 특수를 누렸던 모든 업종들의 매출이 주춤해지고 장터의 대목장 풍경이 사라진 것이었다.

시골 부모님도 '영통'으로 차례 지내요 

"우리 캠핑장은 명절 연휴기간에 예약이 다 끝났어요. 명절 연휴에 해외로 떠나던 사람들이 캠핑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같아요."

옆 동네에서 캠핑장을 운영하는 지인에게는 이런 소식을 들었다. 명절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고향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캠핑장을 찾는다고 하더니 하늘 길이 막히자 낚시 등 혼자 즐기는 레저 산업은 명절 특수를 누릴 모양이다. 가라앉는 직종이 있으면 새롭게 부상하는 업종도 생기기 마련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이미 시골마을의 명절 풍속도는 물론 사회 전반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중이다.
 
 고향에 내려오지 못하는 상황을 자주 영상 통화를 통해 해소하다 보니 시골 사람들의 스마트폰 사용 범위가 날로 확장되는 중이다.
 고향에 내려오지 못하는 상황을 자주 영상 통화를 통해 해소하다 보니 시골 사람들의 스마트폰 사용 범위가 날로 확장되는 중이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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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관찰한 시골마을의 코로나 시대의 새 풍속도 중에 하나는 시골 마을 사람들의 영상통화 사용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음식점 등에서 밥을 먹다가 자녀들의 영상통화 요청을 받기도 하고 새롭고 맛있는 음식을 발견하면 자녀들에게 영상 통화를 거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됐다. 이런 추세라면 시골마을에서 차례를 지내는 모습도 비대면 앱을 사용하거나 영상통화로 중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기의 급격한 발달에서 소외되었던 계층인 시골 사람들이 코로나 팬데믹 세상이 불러온 비대면 세상에 오히려 빨리 적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현상은 씨족공동체 문화와 제례를 통해 끈끈하게 이어져 내려온 가족 문화가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괜찮아유. 우리에겐 영상 통화가 있으니께. 우리 새끼들이 보고 싶을 때는 이 손 안에서 다 볼 수 있는데 뭔 걱정이래유. 코로나가 빨리 끝나는 게 우선이잖어유."

딸에게 영상 통화하는 법을 배운 지인은 코로나 상황 이후 친정에 자주 오지 못하는 자녀들과 수시로 영상 통화를 하는 것으로 안부를 묻고 가족애를 달래고 있다고 한다. 전염병의 시대가 시골마을 사람들을 빠르게 스마트한 세상으로 빠져들게 하는 의외의 효과를 거두게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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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조근조근하게 낮은 목소리로 재미있는 시골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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