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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을 보고 <미라클 모닝>이란 책이 생각났다. '미라클 모닝'이란 아무것도 방해받지 않는 새벽 시간을 이용해 자기계발을 하며 아침을 맞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맥락으로 최근 출간된 <나는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난다> 란 책 역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삶의 의지를 불태우며 일어나는 그 시간이 누군가는 고통을 감내하며 하루를 버티고 또 그렇게 하루를 바라는 시간이기도 했다.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저자 역시 누구보다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녀는 밤 12시가 되면 하루의 계획을 적고, 연간 다이어리를 몇 권이나 쓸 만큼 해야 할 일이 늘 많았다.

재능이 없으면 열정을 갈아 넣겠다는 신념으로 살아온 그녀의 인생 커리어를 보면 정말 1분 1초를 허투루 살았지 않았을 거 같다. 처음 암에 걸려 수술을 받고도 영국 유학길에 오른 그녀였다. 매일을 밤새워서 공부해도 행복했던 그녀에게 의사는 '다발성 전이'라며 시한부 선고를 한다.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감히 상상할 수 없다.

말기 암 환자가 보내온 마지막 편지
 
책표지
▲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책표지
ⓒ 책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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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은 아픈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신에 대해 암이 주는 고통에 대해 주변인에게 남기는 그녀의 마지막 편지 같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하루 시간도 부족해 더 이른 시간 기상하는 우리들에게 저자의 글은 정작 자신을 진정 사랑하고 있는지 것인지 되물어 보게끔 한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물어봐 주라고 한다. 뭘 좋아하고, 뭘 잘하고, 뭘 하고 싶은지 그리고 거기에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쓰라고 한다. 자신은 진정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오랜 시간을 후회하고 있다고 말이다.

평소에는 때가 탈까 봐 고르지 않았던 노란색 소파와 딱 맞는 트레이닝 바지까지 장만해 너무 행복했던 그녀는 그날은 죽지 않게 해달라고 신께 기도하는 장면이 나온다. 약 기운에 "왜 평소에 좋아하는 우리를 안 샀어? 마음에 안 들면서 왜 대충 살았어?"라고 물건들이 말을 걸어온다는 이야기에 눈물(?) 나는 미소를 짓게 된다.

시한부 인생, 암 말기 환자는 그저 영화, 소설 속에서 나는 접했었다. 항암치료로 다 빠진 머리에 앙상한 몸 거묵한 피부, 보랏빛이 감도는 입술 그게 내게 떠오르는 이미지이다. 그저 이미지만 알았지 그들이 겪는 통증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책 속에는 암 말기 환자가 겪는 통증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온다. 통증 때문에 삶을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오고, 그 통증 때문에 삼켜야 했던 진통제 부작용으로 괴롭다. 매일 '오늘은 똑바로 누워서 잘 수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그녀의 인생은 통증 때문에 견디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책의 글을 쓰기 위해 그녀는 무릎을 꿇고 몸을 조아렸다. 통증이 오는 등과 겨드랑이가 왼쪽임을 다행으로 여기며 오른쪽으로 펜을 잡고 써 내려갔다. 부디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은 암에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득히 담아서 말이다.

머리맡에 라이언 봉투를 두고 잠을 청하는 이유 

저자가 잠자는 머리맡에는 노란 라이언이 프린트 된 비닐봉투가 있다. 그 깜찍한 봉투에는 귀여운 캐릭터 인형이 나올 법하지만 안에는 자신의 죽음과 관련한 유서, 수의, 영정사진 그리고 자신이 마비가 되어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한 Yes-No 카드가 담겨 있다.

자신의 죽음이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힘들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장례식에 오지 못할 사람을 위한 말도 잊지 않았다. 그중 마지막 구절을 계속 되뇌게 된다.
 
나의 장례가 슬픔과 눈물이 아니라
앞으로 당신의 건강한 삶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각오와 유머로
가득 채워지길 바랍니다.
-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신민경  

책날개에 쓰인 편집자의 말을 보면 이 원고를 받았을 때가 지난해 12월 26일이었다고 한다. 이 책이 정말 얼마 안 걸려 나온 책이라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만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그녀의 상태를 알게끔 해주게 한다.

죽음을 가까이 둔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내 삶의 의지를 불태운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저자의 바람이기도 하다.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하루를 비추는 빛줄기가 되길 그녀는 진정 바라고 있다.

요즘 아이들이 깨어 있는 시간을 피해 새벽녘에 깨고 있는 나, 이제는 그녀의 바람대로 좀 더 나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기로 한다. 나의 미래를 위해 잔뜩 써놓은 할일 리스트 대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날 설레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책을 덮고 나니 방 한켠 벽에 붙여 놓았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기념 엽서가 유독 눈에 들어오는 오늘이다. 
 
내 방 벽 한켠 장식
▲ 8월의크리스마스 기념엽서 내 방 벽 한켠 장식
ⓒ 김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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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에 게재됩니다.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신민경 (지은이), 책구름(2021)


태그:#새벽4시살고싶은시간, #신민경, #책구름 , #미라클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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