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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7일 재·보궐선거가 치러집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이런 시장을 원한다!'는 각계각층 유권자의 목소리를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뉴노멀' 시대 새로운 리더의 조건과 정책을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10일 오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분향소가 설치될 예정인 서울시청의 모습
 서울시청.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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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그려지지 않는 그림

며칠전 오마이뉴스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런 시장을 원한다'는 주제로 글을 하나 써달라고 했다. 요청대로 과연 내가 어떤 시장을 원할까 곰곰히 생각해봤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번 선거에서, 특히 임기도 1년 남짓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고 연예인 인기투표식으로 진행되는 선거판에서 내가 원하는 시장의 그림은 그려지지 않았다. 며칠 동안 그림을 그려보려고 노력했다. 결국 그려지지 않는 그림이다. 별 수 없이 그냥 평소 내 생각을 쓸 수밖에 없겠다.

선거 중독

바야흐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다음 세대가 이 지구상에서 생존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느냐는, 가장 심각하고 중차대한 문제가 바로 우리 눈앞에 닥쳐 있다. 그럼에도 지금 날 뽑아달라며 나온 모든 후보들이 매일같이 대규모 공사와 개발만을 합창하고 있으니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선 개발지상주의자와 건설업자들이 너무 설쳤다. 그래서 국토가 온통 아스팔트도로와 시멘트 건물로 가득 차게 됐다. 그들의 논리에 의해, 그들의 이익대로 운영돼온 것이 우리 사회의 사정 아니었던가? 이러다가는 공도동망(共倒同亡), 모두가 망한다.

만약 아수라의 선거판에서 어떤 후보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모든 건설 공사를 중단하거나 최소화하겠다'고 한다면 과연 그 후보는 시장이 될 가능성이 있을까? 지금 상황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현재의 선거제도에서 환경론자나 생태론자가 선출되는 건 로또 1등 당첨보다 어렵다. 선거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신문·방송은 온통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 소식으로 도배되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 나라는 선거가 없는 때가 거의 없었다. 또 그 선거 때마다 모든 게 난리다. 한마디로 심각한 '선거중독' 상태다. '선거중독'에 빠진 나라다. 선거 때문에 촉발된 정쟁의 상승 작용으로 사회가 너무나 시끄럽고 시시각각 지겨운 정쟁 보도를 지켜봐야 하는 것도 고역 중에 고역이다.

선거로 인한 불필요한 전파 낭비는 물론이고 전혀 비생산적인 정치 싸움만 격화돼 사회 구성원간 극단적인 분열과 적대감만 고취되고 있다. 나아가 선거로 인해 정책이 인기 영합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에 코로나 방역도 소홀해지기 쉬운 경우도 발생한다.

더군다나 이번 재보궐선거 당선자의 임기는 1년 남짓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현재의 선거판은 불필요한 자원 낭비다. 이 지점에서 우리 모두가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앞으로 지방선거에서 가령 잔여 임기가 1/3 이하로 남게 될 경우, 선거를 치르지 않는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이 진지하게 검토되길 바란다. 

'그 나물에 그 밥'의 도돌이표... 공약은 마구 던져지는데
 
 지난 1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선거를 홍보하는 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는 모습.
 지난 1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선거를 홍보하는 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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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선거나 투표는 거의 연예인이나 유명인 뽑는 식으로 진행돼 사실상 인기투표나 다름없다. 후보들도 10년 전에 시장 선거에 나왔던 사람들이 그대로 도돌이표처럼 나왔다.

말 그대로 구관이 명관일까? 아니면 경륜을 갖춘 인물은 역시나 생명력도 질긴 걸까? 그러나 냉정하게 말한다면, 이 나라 정치가 그동안 아무런 변화나 발전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결국 정치와 정당을 기득권층이 독점하면서 새롭고 참신한 인물과 인재가 진입할 여지와 공간은 철저히 차단한 결과라고 보는 편이 온당한 해석일 것이다.

솔직히 임기 1년 남짓한 시장에게 과연 어떤 일이 가능할까. 재선하면 된다고 항변해도 지금 상태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지금 후보들은 대중에 노출 될 때마다 온갖 입에 발린 화려한 공약들을 산더미처럼 쏟아 내놓고 있다. 그런데 내놓는 공약마다 그 재원이 천문학적 수준이다. 정작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약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도 정당도 선거도 이제 좀 변해야 한다

찬찬히 정당 문제도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우리 정치에서 정당은 정책 정당으로서의 위상과 조직은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정당이란 본래 일상적으로 지역에서 정당원과 후보 정당원에 대한 정치교육이 진행돼야 한다.

특히 청년층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청년층의 토대가 확충돼야 한다. 우리 정당은 거의 이런 과정과 구조가 부재한 상태다. 그저 선거라는 행사가 있을 때만 반짝 장이 서는 식으로 매번 임기응변에 보따리 장사 수준이다. 거기에 눈에 보이는 뻔한 정치공학과 상대당 그리고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만 난무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매한가지다.

다람쥐 쳇바퀴식으로 변화도 없고, 언제나 도토리 키재기다. 정당이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변화하지 않으면서 유권자들에게 뽑아달라고 애원하고 또 강요한다. 국민들의 정치 불신이 안 생길 수 없다.

이제 이런 저효율 정치와 정치 불신의 악순환을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우리 정치와 정당이 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시대와 세계는 변하는데 정치와 정당과 선거 그리고 후보는 변하지 않는다. 참신한 사람들과 정책을 좀 보여달라. 항상 그래왔듯이 보여주기쇼의 한탕 인기전술 말고, 지역에서 그리고 직장에서 성실한 인재들을 구하라. 그래야 나라도 살고 국민도 산다.

서울시의 주인은 시장도 공무원도 아니다, 시민이다

본래 오마이뉴스 기자는 내게 '당신이 처한 조건에서 어떤 정책을 원하는가'라는 문제도 다뤄줄 것을 요청했다. 그렇다면 아예 근본적인 문제를 말해보려 한다.

지금 시민들이 시정에 참여하려면 고작해야 민원을 제기하는 수준에 머문다. 어쩌다 지자체가 시민들의 의견 수렴에 나선다면서 홍보하는 경우에도 실제로 시민들은 거의 들러리 역할에 그치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1조 2항의 규정이다. 마찬가지로 '서울시의 권한은 시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시민으로부터 나온다.' 서울시의 주인은 시장도 아니고 서울시 공무원도 아니다. 주인은 바로 시민들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제도적으로 이를 실현한 방법은 아직 요원하다. 이제 시민의 위상은 단순한 들러리나 민원 제기 수준이 아니라 서울시의 진정하고도 유일한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의 문제도 서울시 공무원이 아니라 바로 시민이 실질적 권한을 가져야 한다. 시민이 들러리만의 역할이나 그저 요식행위의 참고인으로 전락돼선 안될 일이다. 또 자치경찰제도의 도입에서도 시민이 자치경찰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을 고민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지금 차기 시장에게 바라는 유일한 것은 바로 '시민들이 시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제도'의 마련이다. 지금 후보들이 합창하듯 경쟁적으로 주창하는 랜드마크니 하는 외형적인 겉치레나 비현실적인 공약이 아니라 시의 진정한 주인으로서의 시민 권리가 실제로 구현되도록 '제도화'하는 것. 그것이 차기 시장이 가장 시급하게 수행해야 할 임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할 줄 아는 시장 그리고 이런 정책을 시행할 시장을 나는 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소준섭씨는 국제관계학 박사로, 국회도서관 조사관을 역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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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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