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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여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다. 고령화로 나이 들어가는 지금, 내 나머지 삶은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돈다.

어떻게 살아야 아름답고 품위 있게 건강한 삶을 살아 낼까. 나이가 들면 누구나 제일 걱정하는 일이다. 자존감을 지키며 품위 있게 늙어 가기 위해서는 내면에 중심을 잡고 앞으로 나가는 것, 나의 정체성을 찾고,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살아가는 성숙한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산다. 자기가 좋아하는 곳에 마음을 모으고 도전하다 보면 행복도 찾아오지 않을까. 공부하는 것은 미래를 사는 것이며 나이 들었다고 멈칫거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숫자가 말해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이와는 무관하다는 생각을 한다.

늙어가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다. 자연의 섭리 앞에 우리는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모든 것을 감수해야 한다.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말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가장 생산적인 일에 에너지를 쓰는 것이 현명한 삶의 방법이 아닐까.  

사람은 진정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신경을 집중하고 노력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숙해지며 달라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는 호기심이 많고 배우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제일 손쉽게 실행할 수 있는 건 서점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만나는 것이다. 이 시간이 나는 행복하고 즐겁다. 

나와 책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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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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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0대 언저리일 때 아버지 직장을 따라 시골 읍면에서 살았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졸업 때까지,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는 소녀는 감수성이 풍부한 문학세계를 동경하고 꿈을 꾸기 시작했다.

시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던 때, 책이 귀한 그 시절 친구네 집은 나의 도서관이나 다름없었다. 친구 집은 내가 사는 곳에서 4킬로가 넘은 곳이었지만 멀다고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직 즐거운 것은 시간이 나면 친구 집에 가서 책을 읽고 놀다 오는 일이었다. 친구네 집은 오빠와 형제들이 많아 읽을 책이 있었다. 책이라야 만화 세계나 잡지였다. 다른 책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여하튼 책이 많았다. 

책 읽는 순간은 행복하고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그때 내 유일한 낙이 독서였으니까... 책과의 인연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그러나 평탄하게 살았던 순간은 길지 않았다. 

내가 20대가 되기 전 아버지는 실직을 하시고 가정형편이 기울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대학 입시를 포기하고 20대 초반부터 부모님 곁을 떠나 혼자 독립해서 밥벌이를 해야 했었던 것이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는 날들은 항상 마음이 시렸고, 외로움은 가슴속을 헤집고 들어왔다. 

외로움을 견디는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었다. 나는 책을 읽으며 마음의 위로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었다. 책은 내 삶을 견고히 지켜내는 역할을 해주었다. 책에 대한 목마름은 나를 꿈꾸게 해주는 동기 부여가 되었다. "내가 성장해서 어른이 되고, 서점 주인을 하면서 책이나 실컷 읽으며 살면 원이 없겠다" 하고서 대책 없는 꿈과 상상을 펼치곤 했다. 

나의 노년이 외롭지 않도록, 책을 읽으련다 

세월은 많이도 흘러 결혼 54년 차, 나는 나를 위한 삶을 살기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살아왔다. 삶은 항상 의도하는 대로 살아지는 것은 아니다. 아내의 역할, 며느리 역할, 엄마 역할... 해야 할 일들이 나를 구속하고 나를 마주하고 사는 시간은 허락하지 않았다. 삶은 구속의 연속인 것이다.

이제는 좀 자유롭고 싶은데, 이건 희망 사항일 뿐이다. 지금도 해야 할 일이 있고, 내 몫의 삶의 무게가 있다. 아마도 세상 끝날 때까지 남에게 신세 지지 않고 내 손으로 밥을 해 먹고 살면 그것은 축복일 것이다. 삶은 엄숙하고 힘든 과정이지만 행복은 마음 안에 있다. 어떻게 살아가도 인생은 흐르니까.

세월은 붙잡으려 해도 자꾸만 멀리 도망을 가고, 행복은 내 마음 안에 있다. '행복은 문제를 먹고 자란다'라고 했다. 요즘 코로나로 집콕하는 날이 많지만 나는 답답함을 모른다. 서점을 가거나 집에서 책 읽는 시간은 평화롭고 세상 시름을 잊을 수가 있어 좋다. 삶을 내가 도전하고 가꾸어 가는 것이다.

내 나이 70대 후반이 된 지금, 젊어서 꿈꾸며 즐겼던 책을 읽으러 서점에 간다.

지금은 사람들의 수명이 늘어서 '백세시대'라고 말한다. 나이 든 사람일지라도 자기 삶을 개발하고 꿈을 도전하고 살아야 사는 게 즐겁다. 때론 나는 나이 든 내가 '뭔 다꼬'(뭐 한다고, 경상도 사투리) 이리 부지런을 떨고 사나,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작하면 한없이 쓸쓸하고 슬퍼지는 게 노년의 삶이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끝이 없다. 

나는 내일 세상이 끝나는 날이 와도 오늘 내가 할 일을 할 것이다.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면 모든 잡념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나이 들어가면서 욕심을 부리지 않나 생각을 해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천천히 나머지 삶을 걸어가며 살아가고 싶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가장 빠른 때이다. 도전하고 꿈을 꿔라 그래야 젊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내 노년의 삶이 외롭지 않게 서점에서 책을 읽으며 살아가련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서점,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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