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골들은 아니었지만 챔피언 전북은 실속을 차리면서 5년 연속 우승 위업을 이루기 위한 첫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팀의 레전드 출신 김상식 신임 감독은 바뀐 선수 교체 규정을 적극 활용했고 이를 바탕으로 후반전에 필요한 골들을 알차게 엮어냈다. 특히, 후반전에 바꿔 들어간 슈퍼 서브들이 나란히 2골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으니 감독 데뷔 첫 게임 승리가 더 특별했으리라.

김상식 신임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가 27일(토) 오후 2시 전주성에서 벌어진 2021 K리그 1 FC 서울과의 시즌 첫 게임에서 2-0으로 이기고 봄을 기다리며 초록 그라운드를 찾아온 6199명 홈팬들을 기쁘게 만들어주었다.
 
 2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개막전. 전북 바로우(가운데)가 2대0으로 앞서가는 쐐기골을 넣고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개막전. 전북 바로우(가운데)가 2대0으로 앞서가는 쐐기골을 넣고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슈퍼서브 '일류첸코, 바로우'

게임 초반에는 새로운 얼굴 중에서 나상호가 가장 빛났다. 양 팀 감독도 새 얼굴들(전북 김상식 감독, FC 서울 박진섭 감독)이어서 낯설었지만 필드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낯선 얼굴이 더 눈에 띄었다. 그 주인공은 이번 시즌부터 FC 서울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날개 공격수 나상호였다.

그는 시작 후 3분만에 중앙선 이전부터 놀라운 역습 드리블 속도를 자랑하며 홈 팀 골문을 위협한 것이다. 오른발로 마무리한 대각선 슛이 전북 골키퍼 송범근 정면으로 굴러가 잡혔지만 박주영과 함께 나상호가 FC 서울의 공격을 이끄는 주역이 될 것이라는 점을 자랑할만한 순간이었다.

이례적으로 양 팀은 전반전 중간에 각각 교체 카드 1장씩을 썼다. 23분에 전북의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 이성윤을 빼고 강원 FC 임대 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김승대가 들어갔고, 37분에는 다리 근육에 이상을 느낀 어웨이 팀 미드필더 기성용이 나오고 한찬희가 대신 들어간 것이다. 

전북의 선수 교체는 바뀐 규정에 따라 모험을 택한 셈이었다. 22세 이하(1999년 1월 1일 이후 출생 선수) 포함 규정이 있는 K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교체 카드 숫자를 5장으로 늘렸다. 그런데 22세 이하 선수가 포함되어 있어야 가능한 일이며 해당 선수가 교체됐을 경우에는 같은 기준의 어린 선수를 들여보내야 게임이 끝날 때까지 이 다섯 장의 카드를 다 쓸 수가 있다. 

여기서 전북은 22세 이하 선수인 이성윤을 빼고 29살 김승대를 들여보냈다. 이대로라면 이번 시즌부터 추가된 2장의 카드를 쓰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전북은 59분에 일류첸코와 바로우 두 외국인 공격수를 들여보냈다. 30분 이상의 많은 시간이 남았으니 신임 김상식 감독의 이후 결단이 궁금해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상식 감독의 다음 카드는 웬만한 축구팬들의 예상을 뒤집어버렸다. 77분, 한교원 대신 맏형 최철순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함께 교체 요청이 들어간 카드에 전북 팬들도 낯설게 느끼는 어린 골키퍼 김정훈의 이름이 적힌 것이다.

실제로 리그 공식 게임에 나선 바 없는 김정훈은 전북 유니폼을 입고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2001년생 골키퍼였다. 올해 입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새 시즌 개막 첫 게임을 프로 데뷔 게임으로 뛰게된 것이다. 이렇게 전북은 22세 이하 선수 규정을 잘 활용하여 베테랑 측면 자원 최철순이 들어가 듬직하게 완승 흐름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이다. 

전북의 후반전 교체 선수들은 실제로 두 골을 만들기까지 가장 위협적인 몸놀림을 자랑했다. 76분에 나온 이번 시즌 K리그 1 첫 골은 자책골이었지만 김보경의 왼발 프리킥 궤적을 따라 교체 선수 일류첸코가 높은 공 다툼을 효율적으로 펼쳐 FC 서울 수비수 김원균의 헤더 자책골을 이끌어낸 것이다. 

그리고 후반전 추가 시간 3분에 이어진 쐐기골도 교체 선수 바로우의 감각적인 발끝에서 나왔다. 오른쪽 코너킥을 짧게 이어받은 김보경이 오른발 얼리 크로스로 바로우가 빠져들어 가는 공간을 노린 것이 주효했다. 크로스 방향만 살짝 바꿔 놓은 바로우의 놀라운 발끝 슛은 FC 서울 양한빈 골키퍼도 손을 쓰지 못하는 왼쪽 구석으로 절묘하게 굴러들어갔다.

이처럼 산뜻하게 새 시즌을 시작한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는 일주일 뒤(3월 6일 토요일) 제주도로 날아가 승격 팀 제주 유나이티드와 2라운드 어웨이 게임을 뛰고, FC 서울은 그 다음 날(3월 7일 일요일) 또 하나의 승격 팀 수원 FC를 안방으로 불러들인다.

2021 K리그 원 1라운드 결과 (2월 27일 오후 2시, 전주성)

전북 현대 2-0 FC 서울 [득점 : 김원균(76분,자책골), 바로우(90+3분,도움-김보경)]

전북 현대 선수들
FW : 구스타보(59분↔일류첸코)
AMF : 이성윤(23분↔김승대), 김보경, 한교원(77분↔최철순)
DMF : 최영준, 류재문(59분↔바로우)
DF : 이주용, 김민혁, 홍정호, 이용
GK : 송범근(77분↔김정훈)

FC 서울 선수들
FW : 박주영
AMF : 나상호(90분↔김진야), 팔로세비치, 조영욱(80분↔정한민)
DMF : 오스마르(80분↔박정빈), 기성용(37분↔한찬희)
DF : 고광민(90분↔홍준호), 김원균, 황현수, 윤종규
GK : 양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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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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