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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12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12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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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정치적으로 언제나 복잡미묘하고 때로는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 즉 성질이 반대인 얼음과 불처럼 일견 적대적 관계의 분위기조차 자아내게 된다.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그야말로 일의대수(一衣帶水) 불가분의 관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듯 밀접하게 이뤄지는 접촉과 교류는 필연적으로 상대국가의 법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수반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시대적 요구와 수요에 부응할 만한 '참고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부문규장(部門規章)', '홍두문건(紅頭文件)', '당률'과 '대명률'... 복잡한 중국법

특히 중국 법률은 사회주의국가 법률체계의 특성 위에 개혁개방 과정에서 새로 제정된 최신 법이론이 결합되어 있고, 더구나 전통적인 유교사상에서 기인하고 있는 중국의 고유한 법문화 등이 씨줄 날줄로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그 맥락을 따라가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입법을 다루는 국회에서 중국 담당 조사관으로 근무하며 중국법의 이러한 문제를 직면해야 했던 필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책을 집필하기로 생각했다. 그래서 나온 책이 바로 <중국법의 이해- 이론과 실제 그리고 역사>(이하 <중국법의 이해>)였다.

<중국법의 이해>는 중국 실정법의 구조 및 사례를 다루는 데 주력하였다. 그리하여 중국 법의 전체적인 구조와 그 구조를 설계한 이론을 먼저 개괄한 다음 각 부문의 개별법을 설명하고 있다.
 
중국 법의 이해 책 표지
▲ 중국 법의 이해 중국 법의 이해 책 표지
ⓒ 소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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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중국법의 이해>는 '전국인대 상무위원회의 결정'을 비롯하여 '부문규장(部門規章)'이나 '행정법규', '단행(單行)조례', '홍두문건(紅頭文件)' 등 우리로서 생소한 중국의 법률 체계 및 용어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중국 법 전반에 걸쳐 개론적인 접근을 하였다.

그러면서 중국 시장에 적지 않게 주목하고 있는 한국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는 노동법과 상표법 등의 지적재산권 관련 법안, 물권법과 형법, 환경법 등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나아가 '당률(唐律)'이나 '대명률(大明律)' 등 현대 중국 법에서도 여전히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중국 전통법률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사실 필자는 중국에서도 이렇게 종합적으로 모든 법률을 개관하는 법률 서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일일이 중국 개별법들을 검토하고 해석하며 종합해낼 수밖에 없었다. 법 조문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분류해야 하는 작업으로서 당연히 엄청난 시간과 고된 노력이 필요했다. 어찌보면, 이 책은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중국에서도 필요한 책이다.

"세계 공유가치 논의와 참여를 위한 시대적 임무가 한국에서 수행되다"

<중국법의 이해> 책이 출간된 뒤 이 책에 대한 의미 있는 서평도 나왔다.
 
그동안 중국 법을 해설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였다. 법제사, 법사상, 법 구조에 대한 거시적 접근이거나 현장에서 사용되는 미시적 매뉴얼이었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중국 법은 반쪽으로만 해설되는 경향이 있었고, 따라서 중국 법을 공부하는 데 가장 어려운 것은 '시작'하는 일이었다.

<중국법의 이해>는 중국의 법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 바탕으로 전반적인 법체계를 일목요연하게 잘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중국법에서 현재 논의되는 쟁점의 핵심들을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정리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중국법 논의의 장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훌륭한 지침서와 안내자의 역할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중국법 이해를 통한 아시아의 가치와 법을 회고하고 21세기 진정한 세계 공유가치 논의와 참여를 위한 시대적 임무를 한국에서 수행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높게 평가할 수 있다.

(김경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대한변협신문>, 2016. 2.1)
 
중국 법률을 이해하는 '공구서(工具書)'로서의 역할

중국의 법 체계는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또 중국법이 당연히 후진적일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견도 적지 않다. 그러나 사실 중국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기본에 강하고 개방적인 모습을 곧잘 보여준다.

지금의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중국 법을 이해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이 시각에도 많은 중국의 법률법규들이 계속 제정되고 있거나 혹은 수정 작업 중이다. 법치주의 발전을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시행해 나가는 중국의 발걸음이 생생하고 뚜렷하다. 물권법이나 계약법의 경우, 그 내용은 선진국의 법률을 충분히 연구하고 중국의 전통과 현실을 반영하여 세계적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본다.

한국 사회에서 출판 시장은 갈수록 급속하게 열악해져만 간다. 그 중에서도 순수 학술분야라는 척박한 시장 여건 속에서, 이 책은 지난한 출간 과정을 거쳐 간신히 세상에 나왔지만 1쇄만에 절판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법의 이해> 책은, 우리에게 아직 생소한 영역에 머물러 있는 중국 법률을 이해하는 필수적 '공구서(工具書)'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리라 생각한다.

이 책의 집필 작업 당시 겪어야 했던 그 고단한 과정은 지금도 그대로 몸에 전달되어오는 듯 하다. 그러나 동시에 법 조문 하나하나를 조사해 나가면서 개척자로서의 보람이 많았던 의미 있는 여정이었다.

태그:#소준섭, #중국법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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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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