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 ▲ 뚝섬만세운동 기념비 성동구청에서 제작해서 세운 뚝섬만세운동 기념비, 2021년 3월 1일에 제막식을 가졌다. |
| ⓒ 서성원 | 관련사진보기 |
2021년 3월 1일은 의미가 남다른 날이었다. 내가 사는 동네에 기념비가 세워졌기 때문이다. 뚝섬 만세운동 기념비다. 기념비가 자리한 곳은 서울시 성동구 성덕 정길과 강변북로 사이, 공유지(성수 1가 1동 718)다.
나는 뚝섬(서울 성수동)에 살고 있다. 하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서도 만세운동을 벌였다는 사실은 몰랐다. 1919년에 삼일 만세 운동은 조선의 민중이 거국적으로 참여했다고, 역사와 교과서로만 배웠지 정작 내가 살아온 동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랐던 것이다.
큰사진보기
|
| ▲ 2019년 삼일운동 백주년 기념 퍼포먼스 장면. 왕십리역 광장에서 성동구 지역 행사. 사진 출처 성동구청 |
| ⓒ 성동구청 | 관련사진보기 |
내가 뚝섬만세운동이란 말을 처음 들은 것은 <뚝섬만세운동>이란 연극 덕분이다. 나는 성동구립극단 단원이다. 2019년은 삼일운동 백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 기념으로 성동구청이 주도해서 성동구 자체 행사를 준비했다. 구립극단은 삼일운동 기념 퍼포먼스를 맡았다. 주제가 뚝섬만세운동이었다.
왕십리역 광장에서 2천여 명 관중이 모인 가운데서 공연할 때, 나도 참여했다. 그 후에 뚝섬 만세운동은 연극 <190326 뚝섬만세운동>으로 무대에 올려졌다. 그러는 가운데 나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뚝섬 만세운동을 발굴한 이들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성동역사문화연구회였다. 그들은 역사학자도 독립운동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아니었다. 그저 지역의 민중을 사랑하는 시민들이었다.
잊혔던 뚝섬의 만세운동, 발굴되기까지
이 단체에서는 성동기행을 하면서 지역의 근현대사를 찾고 있었다. 2013년에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선정되어 <뚝섬나루에서 한양도성까지>라는 소책자를 내기도 했다. 이때 뚝섬(성수동)에서 만세운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을 한 어르신으로부터 뚝섬 3.1운동 당시 이야기를 들었고, 뚝섬(성수동)에 신사터, 우체국관사, 면사무소 터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후에 이 단체에서 뚝섬만세운동 자료를 찾아내고 조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발견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1919년 3월 26일, 뚝섬 주민 2천여 명이 만세 시위를 벌인다. 헌병대가 출동해서 발포하여 1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을 입는다. 체포된 사람만 103명이었다고 한다. 당시 재판기록을 보면 주동자들의 직업이 마차꾼, 지게꾼, 약초꾼, 소달구지꾼 등이다. 말하자면 그들은 뚝섬나루의 막노동꾼들이었다.
이런 조사 결과를 자료집으로 발간한다. 2016년, <뚝섬길 가득 채운 3월 함성 뚝섬삼일운동>이다. 이 자료집의 자료를 바탕으로, 삼일운동 백주년 기념 퍼포먼스와 연극 <뚝섬만세운동>이 만들어진 것이다.
큰사진보기
|
| ▲ 만세운동 주동자 김완수 수감카드 주동자 중 한 명이었던 김완수 수감카드. 자료 출처: 국사편찬위원회 |
| ⓒ 국사편찬위원회 | 관련사진보기 |
2020년에 성동역사문화연구회 최창준 회장, 원동업 회원과 함께 만세 운동 지역을 둘러본 적이 있었다. 동네에서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성수동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동구청에서 찾아낸 방법은, 동네에 기념비를 세우는 일이었다. 2021년 3월 1일, 성수동 주민, 성동역사문화연구회 관계자와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막식을 가졌다. 기념비는 뚝섬만세운동을 잊혀지지 않게 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성동역사문화연구회의 노력이 하나의 결실을 맺은 것이다.
역사적인 장소에 기념비를 세우는 것은 길이길이 보전하자는 뜻이다.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다짐이다. 2021년 3월 1일, 뚝섬 사람으로서 뚝섬만세운동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한 하루였다. 역사를 잊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