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04 08:06최종 업데이트 21.03.0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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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국군교도소에서 근무 중인 교도병들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주관한 '교정기관 인권보장역량 평가'를 위해 국군교도소를 방문한 것인데, 자대 배치를 받았을 때 든 첫 느낌이 어땠는지 묻자 한 교도병이 이렇게 대답했다.

"큰일이 났다."


살면서 교도소에서 일을 할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상상 범위 밖의 보직이었다는 것이다.

차출하는 교도병

군사경찰(구 헌병) 병과에는 '교도병'이란 보직이 있다. 군교도소나 군구치소(영창)에 입감한 수용자들을 상대하는 일이다. 경우에 따라 교도병 임무만을 수행하는 병사들이 있고, 다른 보직에 겸하여 수행하는 병사들도 있다. 따로 선발하는 전문특기병은 아니며 입대 후 차출해가는 식이다. 이들은 수용자 계호(경계해 지키는 일)·호송· 수용시설 행정 업무에 투입된다. 복무기간에 군 수용자 관리를 도맡는 것이다.

편안한 군 생활이 어디 있겠느냐만, 교도병의 근무는 녹록해 보이지 않았다. 임무 수행에 있어 가장 힘든 점을 묻자 한목소리로 '수용자를 대하는 일'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대부분 수용자들과 별 탈 없이 지내지만, 일부 수용자들이 못살게 군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신병 시절 수용자로부터 놀림을 당한 경험, 계급이 높은 수용자에게 반말을 들은 경험, 인터폰으로 욕설을 들은 경험 등을 들을 수 있었다. 해당 수용자들을 만날 수 없어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할 순 없었으나 교도병과 수용자 간에 송사를 빚는 일도 왕왕 발생한다고 했다.

근무 중 실수로 발을 밟아 폭행으로 진정을 당한 교도병, 수용자에게 성추행으로 고소를 당했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 무고죄로 맞고소를 했다는 교도병의 사례도 있었다. 장교와 부사관으로 이루어진 교도관들 역시 수용자와 교도병 간에 마찰이 생겼을 때가 가장 난감하다고 이야기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교도병들이 수용자에 대하여 갖는 적대감이 꽤 높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교도병도 교정·교화 업무에 투입되는 교정인력이다. 이들이 관리하고 보호해야 할 대상인 수용자들에게 적대감을 갖고 있고, 수용자들 역시 교도병을 교정 인력으로 대우하지 않으며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은 교정·교화에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시설 운영에 상당한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경기도 이천시 육군교도소에서 열린 군 교정 시스템 소개행사에서 교도소 수용자들이 기능교육을 받고 있다. 2012.2.21 ⓒ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년 6개월 남짓 근무하고 군을 떠나는 병사들에게 수용자들을 직접 대면하는 업무를 맡기는 것이 온당한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이들이 업무에 투입되기에 앞서 어떤 교육을 받는지 살펴보았다.

교도병들은 대체로 입대 후 훈련소를 수료한 뒤 이루어지는 후반기 특기 교육에서 관련 직무를 배운다. 그런데 후반기 교육은 '군사경찰' 특기에 대한 전반적 교육이지, 교정에 특화된 교육은 아니다. 군사경찰이 맡게 될 여러 보직 중 하나로 교도병 업무를 교육 받는 것이다. 교도병 보직은 후반기 교육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은 뒤에 정해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후반기 교육에서 교정 업무에 대해 교육 받은 시간이 10분 남짓이었다는 교도병도 있었다.

사실상 교도병들이 직무를 습득하는 루트는 자대 배치 후에 만나는 교도관이나 선임 교도병들이었다. 국군교도소의 경우 신병이 오면 일정 기간 선임병과 함께 '합동 근무'를 서며 직무를 습득하게 한다. 그런데 이 합동 근무라는 것도 교도소 인력 수급 사정에 따라 기간이 천차만별이다. 길면 1개월에서, 짧으면 1주일, 심지어 2~3일만 이뤄지는 경우도 있고 합동 근무가 끝나면 바로 실무에 투입되는 식이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에서 교도병 직무교육을 위한 가이드북을 만들어 배포하고, 교도관이나 법무관들도 교육을 하고 있긴 하지만 난생처음 접하는 수용시설에 무방비 상태로 던져진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 교도병들의 이야기였다.

교정 업무에 애로사항을 느끼는 것은 교도관들도 매한가지였다. 국군교도소에 근무하는 간부들은 통상적으로 장교는 1~2년, 부사관은 5년 정도를 근무하고 전출을 간다. 이들 역시 교도병들과 마찬가지로 군사경찰 특기를 가진 간부들로, 군 생활 내내 계속 교정 임무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교정 실무에 투입되기 전에는 육군 종합행정학교에서 진행되는 2주간 '교정교화반' 과정을 이수하는데 방대한 교정 실무를 2주 만에 다 익히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한다.

교정 업무는 전문 인력에 맡겨야

교정은 전문 영역이다. 교육과 훈련을 받고 오래도록 교정시설에서 일한 교도관들도 고충이 많다. 단순히 수용자를 감시하고 지키는 역할뿐 아니라, 수용자가 수용생활을 통해 사회로 복귀하는 전 과정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정 업무를 군 복무를 하러 온 병사들에게 맡기는 일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민간에서도 더 이상 비전문 인력을 교정 업무에 투입하지 않는 추세다. 교도소와 구치소에서 군복무를 대신하던 교정시설경비교도대가 2012년 폐지되었고,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라 교정시설에서 합숙 근무하는 대체복무자 역시 계호와 경비 업무는 안 한다. 교도병 역시 계호와 경비 임무에서 배제하고, 대체복무자와 마찬가지로 교정시설 운영 보조에만 투입하는 방향으로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

간부 역시 마찬가지다. 군에도 교정군무원 직렬을 두고, 교정공무원과 마찬가지로 법무연수원에서 전문적인 교육훈련을 받게 한 뒤 이들에게 교정업무를 전담시키는 방향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2020년 노후한 국군교도소 신축사업이 시작되었다. 35년 만이다. 국내 최초로 선진국에 도입된 주간 휴게실(Day-Room)이 설계에 반영된 교정시설이라 한다. 기공식에 참석한 이태명 국방부 조사본부장은 "이번 신축을 통해 국내 최초로 주간 휴게실 등 최신 시설이 도입되는 만큼, 국군교도소가 수용자에 대한 교정문화를 선도하고 이들의 건전한 사회 복귀를 돕는 소중한 공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물적 조건의 개선과 동시에 군 교정인력 구조의 현대화도 함께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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