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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자 아침 공기가 들어온다. 차갑고 싱그럽다. 들숨을 들이켜자 봄을 터뜨린 매화, 몽우리 진 목련이 함께 따라온다.

"너 주려고 프라지아 꽃 사서 오려는데, 집으로 오는 길에 꽃집이 안 보이더라."

엄마는 달큼한 향 흩뿌리는 프라지아를 좋아했다. 평소 꽃을 사지 않던 엄마였지만 봄이 되면 프라지아 한 다발을 사곤 했다. 다육식물, 금목서, 금낭화, 고목나무. 우리 집 베란다는 만국박람회장을 방불케 했다.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에서 배를 타고 한국으로 들어온 각종 국적의 식물이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했다. 양파처럼 생긴 히아신스는 봄이 되면 하늘 위로 기지개를 켜며, 꽃다발과 향긋한 향기를 뿜어댔다.
 
봄을 부른 프라지아 향기
 봄을 부른 프라지아 향기
ⓒ 김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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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프라지아 꽃 한 다발 품을 기회를 찾던 나였다. 외출 가던 길 동선을 생각해 꽃집에 들를 참이었다. 때마침 엄마와 길을 걷다 꽃집 앞을 지났다.

"사장님, 이거랑 저거랑 주세요. 싱싱한 애들로 부탁드려요."

어릴 적 베란다서 봄을 뿜어대던 히야신스와 티브이 옆 화병에 꽂혔던 프라지아를 선택했다. 행여 꽃들이 상처 입을까 두 손으로 아이를 안듯 발걸음도 조심했다. 화병에 물을 담고 프라지아 줄기를 어슷하게 잘라 화병에 꽂는다. 히아신스는 아침 햇볕이 사선으로 들어오는 식탁 위를  차지했다.

"아빠, 저 꽃 좀 봐요. 예쁘다. 그렇지?"

아들이 꽃을 보며 웃는다. 봄이 들어왔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 게재됩니다.


태그:#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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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시골기자이자 두 아이 엄마. 막연히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었다.시간이 쌓여 글짓는 사람이 됐다. '엄마'가 아닌 '김예린' 이름 석자로 숨쉬기 위해, 아이들이 잠들 때 짬짬이 글을 짓고, 쌓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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