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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터무니없는 과신의 동물이다. 우리네 생활에서 이를 간결히 표현하는 속담이 여럿 있다. 작금의 한국사회에서는 내로남불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 타인 눈의 티끌은 잘도 보지만 내 눈 속의 대들보는 보지 못한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 한다. 이러한 말은 전부 다 자기과신에 대한 얘기다.

조금 더 과거로 가볼까? 율곡 이이는 우리의 일생에 있어서 피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고 하였다. 첫째가 소년등과, 그 다음이 중년상처, 마지막은 노년빈곤이다. 즉, 너무 젊어서 출세하면 그 끝이 좋지 않다. 배우자를 잃는 것은 몹시 큰 고통이자 불행이다. 늙어서 가난해지는 것은 너무나 비참한 일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라. 당신의 뇌리에는 젊은 나이에 벼락 스타가 되었다가 사고를 치고 흐지부지 사라진 유명인들이 한두 명은 떠오를 것이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과신에 잘 빠질까? 바로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먼 옛날 나무 위에서 생활하다 최초로 땅을 디딘 영장류는 어떤 감정을 갖고 있었을까?

그 원숭이 시조가 뭍에서 이족보행을 시작한 것은 용기와 자신감이 없었다면 이루어지지 못했을 수도 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은 자신감 혹은 자만심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만약, 우리의 유인원 선조가 이러한 자부심을 갖지 못했다면 당신과 나는 여기에 서 있지 못했을 수도 있다.

대대손손 이어지는 심리적 편견

이러한 조상의 심리적 편견은 우리의 DNA에 심어져 대대손손 이어진다. 그리하여 나만은 다를 것이라는 느낌, 우리는 이 감정에 휘말려 창업을 하고 로또를 사며 뭔가 또 다른 작위의 삶을 산다. 자기과신이라는 심리적 편향은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만든다. 반면에 자신의 통제력은 과대평가한다.

경제학자 올라 스벤손(Ola Svenson)은 아래의 질문을 통해 과신의 비율을 측정했다. 그 결과 미국인은 88퍼센트, 스웬덴인은 77퍼센트로 나타났다.

질문: 당신은 운전을 잘 하는가? 다른이와 비교한 운전실력은 평균인가? 평균 이상인가? 평균 이하인가?
 
당신은 운전을 잘 하는가?에 대한 자만심의 정도는 평균 82퍼센트.
▲ 투자에 있어 자기과신은 실수하도록 만든다. 당신은 운전을 잘 하는가?에 대한 자만심의 정도는 평균 82퍼센트.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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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운전능력은 평균 이상으로 뛰어나다' 라고 답했다. 이와 같은 자기과신은 수많은 창업 실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비즈니스를 일으키는 근원이다. 극히 낮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복권을 사는 이유다. 즉, 나만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의 천성 중 하나다.

정보가 많을수록 판단을 그르친다

한편, 자기과신은 더 많은 첩보를 수집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정보가 많을 수록 제어력에 대한 착각도 커지기 때문이다. 손에 넣을 수 있는 소스가 많아지고 그에 대한 주도권이 커질수록 과신의 감정도 증대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것 만을 본다. 우리 모두는 예외없이 새로운 정보를 필터링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믿음을 공고히 해 주는 자료만을 취한다는 얘기다. 내 신념과 반대되는 사실에 대해서는 맹인이 되어 버린다. 이런 심리적인 편향으로 인해 우리는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가 없다.

권력자의 곁에 쓴소리를 하는 참모를 놔두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이를 수없이 목격해왔으며 지금 당신의 주변도 마찬가지다. 나와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을 배척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살면서 한 번쯤은 사봤을 복표를 떠올려보자. 로또 번호를 직접 정한 사람들은, 그 번호를 선택할 수 없는 경우 보다 당첨확률이 더 높다고 착각한다. 이처럼 내가 어떤 사건에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면 주도권에 대한 환상이 늘어난다. 

이는 주식시장에서도 증명된 사실이다. HTS(Home Trading System)가 대중화 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트레이딩에 몰두했다. 지금은 시대변화를 반영하여 MTS(Mobile Trading System)로까지 발전하여 트레이딩 화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정보과잉과 자기과신은 투자에 있어 경계해야 할 심리.
▲ 자기과신은 더 많은 정보를 찾게 만든다. 정보과잉과 자기과신은 투자에 있어 경계해야 할 심리.
ⓒ Gerd Altmann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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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기술변화도 한 몫 했지만 자신이 직접 매매를 할 수 있다는 심리적 편향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익숙함과 연속적인 성공, 그리고 대량의 정보가 더해지면 이러한 과신은 더욱 심해진다. 사람들은 새로운 자료를 접할 때 그 정보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반면에 정확성이나 확실성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보의 대부분은 쓸모없는 것들이다. 당신이 볼만한 자료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부정확한 소문이거나 지나간 과거에 불과하다.

어디서 많이 들었던 얘기, 새로운 것이 없어 보이고 식상하다. 온라인 세상에는 대량의 데이터가 넘쳐난다. 예전에는 정보를 선취하는 소수가 경쟁에서 이기는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범람하는 소스의 진위를 가리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나 금융시장에서 당신이 주워들은 정보는 누군가가 악의적인 목적으로 퍼뜨린 것일 수도 있다. 때문에 첩보에 목말라하지 말고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차근차근 읽는 습관이 중요하다. 여기서 투자의 첫걸음이 시작된다.

태그:#투자심리, #행동경제학, #자기과신, #통제력 착각, #DAANK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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