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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사무금융노조는 2020년 '사무금융노동자 업무상 정신질환 실태 및 대응 연구'를 진행했다. 본 연구를 통해, 사무금융노동자들의 전반적인 정신건강 현황을 드러냄과 동시에, 금융업종 기업의 조직문화와 실적 중심의 일 문화, 감정노동과 정신질환 문제를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금융업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노동자 자살 문제와 업무상 정신질환 문제가 노동환경 및 기업의 성과주의 시스템과 어떻게 연관되어있는지 구체화하고 의미를 해석했다. 총 5편에 걸친 연재는 연구 결과와 보고서를 바탕으로 기사화한 작업이다. [기자말]
[사무금융노동자 정신질환 실태 및 대응 연구결과 1] 금융기업의 업무관행과 실적 그리고 자살의 연관고리

- 사무금융노동자의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요인의 가장 많은 빈도는 "영업/업무 성과에 대한 압박"
-성과압박을 느끼는 근로자는 80%이상이며, 특히 불법적인 행위를 해서라도 성과를 내고 싶을 때가 있다고 응답한 근로자는 무려 26.4%
-성과압박이 있을 때, 자살생각/계획/시도의 발생이 대략 1.6-2.5배 높아


'사무금융노동자 업무상 정신질환 실태 및 대응 연구' 중 설문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총 1181명으로, 영업지점과 본사에서 근무하는 영업직과 창구업무직, 콜센터 등 다양한 직종과 업종의 노동자들이 조사에 참여하였다. 설문 응답을 토대로 사무금융노동자들의 정신건강 현황과 실태를 분석할 수 있었다. 

그들의 정신건강이 위험하다

사무금융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지표를 조사하고 드러내기 위해 여러 가지 평가도구를 활용해 설문문항을 구성했다. 설문을 통해 응답한 결과를 보면, '직무스트레스'에 대해 묻는 문항에서 사무금융노동자들 중 고위험군(전국 노동자의 상위 25%)에 해당하는 비율은 모든 업종에서 50% 이상이었다. '감정노동'의 경우에는 조직의 보호체계를 통해 지지받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모든 업종에서 90% 이상 나타났고, 뿐만 아니라 고객 응대과정에서 고객과의 갈등 등으로 인한 정서적 손상이나 감정적 어려움의 정도를 평가하는 '감정부조화'의 경우에는 이를 경험한 노동자들이 대략 80% 정도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업무 자체에서 이미 높은 강도의 감정노동을 수반하게 되고, 또한 감정노동이 수반되는 업무에 대해 조직적으로 이미 어쩔 수 없는 일, 개인이 감수해야 하는 일로 여기면서 개인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근로자들이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체계가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추후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조직에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부정적 감정을 내면화하고 있었다. 

또한 의사에게 진단받은 정신질환에 대한 질문에서 가장 빈번한 질환은 수면 질환(64명, 40.25%), 우울(43명, 27.04%), 불안(36명, 22.64%) 순이었다. 이는 보건복지부 정신질환 실태 조사(2016)에서 기분장애(5.3%(주요우울장애 5.0%)), 불안장애(9.3%)의 유병률을 보이는 것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었다. 

특히 자살에 대해서는 업종별로 세분해서 살펴보았을 때, 자살생각은 여수신(90명, 35.43%), 자살계획은 증권(31명, 17.82%), 자살시도는 보험(19명, 5.97%)에서 가장 많았고, 직무별로는 자살 생각은 지점 · 현장 관리 및 지원(74명, 37.19%), 자살계획은 콜센터(6명, 20.69%), 자살 시도는 지점현장관리 및 지원(14명, 7.04%)로 가장 많았다. 이 또한 보건복지부 정신질환 실태 조사(2016)에서 평생 자살생각률(suicidal idea)은 15.4%, 자살계획(suicidal plan)의 경우 3.0%, 자살기도(suicidal attempt)의 경우에는 2.4%의 보이는 것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실적우선, 성과압박은 그들의 정신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주나

사무금융노동자의 노동강도를 강화 시키는 요인에 대한 설문에서 가장 많은 빈도를 보인 것은 "영업/업무 성과에 대한 압박"이었으며, 그 다음으로는 "민원 및 고객 대면 업무에 의한 스트레스", "인사평가제도 및 연동된 성과급 및 승진제도"였다. 또한 업무적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에 압박을 느끼는지를 묻는 항목에서 80% 이상이 그렇다고 응답하였고, 특히 불법적인 행위를 해서라도 성과를 내고 싶을 때가 있는가라는 항목에서는 26.4%가 있다고 응답하였다. 
 
사무금융노동자의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요인
 사무금융노동자의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요인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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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실제 현장에서는 실적을 중심으로 능력이 평가되고, 실적이 없으면 평가절하되면서 불안감을 느끼며, 실적을 위해서는 불법적인 부정적인 행위가 묵인되는 직장 문화가 만연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또한 성과압박과 자살 간의 상관분석을 통해 업무적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에 압박을 느끼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자살 생각이 1.6배 높았다. 특히 불법적인 행위를 해서라도 성과를 내고 싶다고 느끼는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자살생각은 1.6배, 자살계획은 1.8배, 자살 시도는 2.5배였다. 

이렇듯 자살이라는 정신과적으로 가장 응급하고 가장 위험도가 높은 상태와 관련이 높게 나온 것을 정량적으로 확인하였고,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당장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개별적인 진료 및 상담과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개인에게 성과를 강제하고, 감정노동을 수반하며, 더불어 조직 차원에서 근로자를 보호하는 체계가 미흡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후원회원이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이유민님이 작성하셨습니다. <사무금융 노동자 업무상 정신질환 실태 및 대응 연구>의 보고서는 한국노동안전연구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태그:#사무금융노동자, #정신건강현황과위험, #정신질환실태및대응, #성과압박, #일터괴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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