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벚꽃 관측 이래 이렇게 빨리 꽃이 핀 건 100년 만이라고 합니다. 언제 피었는지조차 모르는 틈에 만개한 벚꽃들이 봄을 알려온 것입니다. 만개한 꽃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켠이 아려옵니다. 꼭 이맘때지요.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4월. 그렇습니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 7주기 입니다. 우리는 그날 이후 봄이 오면 다시 세월호를 길어 올립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일찍 찾아온 봄, 영화를 통해 조금 서둘러 그날을 떠올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자 합니다.[편집자말]
 
<당신의 사월> 영화 포스터

▲ <당신의 사월> 영화 포스터 ⓒ (주)시네마달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이것은 우연한, 그리고 단순한 해상 '사고'가 아니었다. 탐욕스러운 자본이 잉태한 필연적인 '결과'였으며 국가가 구조 의무를 다하지 못해 배 안에 있던 300여 명이 넘는 승객들을 희생시킨 '사건'이다.

우리가 그날의 바다를 계속 호출하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추모의 목적을 넘어선, 문제(진상 규명)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왜 우리는 문제점(책임자 처벌과 제도 개선)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영화는 시간을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한 매체다. 그동안 영화는 2014년 4월 16일을 다양한 시각으로 조명했다. <다이빙벨>(2014), <업사이드 다운>(2015), <416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 part1)(2016), <망각과 기억2 : 돌아 봄 Part 1.>, <망각과 기억2 : 돌아 봄 Part 2.>(2017), <그날, 바다>(2018), <로그북>(2018), <유령선>(2020) 등 세월호를 소재로 삼은 다큐멘터리 영화들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풀리지 않는 의문과 구조적인 모순에 파고들었다. 2019년 개봉한 <생일>은 각자의 방식으로 슬픔을 견뎌내는 '우리들'을 극영화의 형식으로 담았다.

다른 기억법을 취한 다큐 <당신의 사월>

지난 1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당신의 사월>(2019)은 지금까지 세월호를 다루었던 영화들과 다른 기억법을 취한다. 유가족과 생존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을 살다가 세월호 참사의 목격자가 되었던 순간과 그 경험들이 만들어낸 감정들, 그날 이후 변해버린 일상에  주목한다.

세월호 침몰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연출을 맡은 주현숙 감독은 "자기 일도 아닌데 왜 사람들은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는 걸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라며 피해자나 유가족이 아닌 세월호 참사를 곁에서 지켜봤던 시민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한다.
 
<당신의 사월> 영화의 한 장면

▲ <당신의 사월> 영화의 한 장면 ⓒ (주)시네마달


영화는 학생, 교사, 카페 사장, 인권운동가. 진도 어민 등 평범한 '우리들'을 만나 세월호 참사가 어떤 기억과 의미로 남아있는지 묻는다. 카메라 앞에 선 이들은 저마다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2014년에 고3 수험생이었던 이유경씨는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무력함을 느끼다가 세월호 기억저장소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을 계기로 기록을 통해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기록관리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아이들을 구하러 되돌아간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교사 조수진씨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잊지 않기 위해 해마다 학교에서 세월호 추모 활동을 하고 있다.

청와대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박철수씨는 우연한 계기로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게 된 후 촛불 집회 때마다 유가족들과 함께 시민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며 세월호를 '나의 일'처럼 여기며 산다.

유가족 곁을 지키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갔던 인권운동가 정주연씨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일련의 상황을 기록하는 일을 하는 중이다. 사고 해역에서 시신을 수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말을 못 잇는 진도 어민 이옥영씨는 계속해서 바다를 지키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신의 사월> 영화의 한 장면

▲ <당신의 사월> 영화의 한 장면 ⓒ (주)시네마달

 
재난과 참사는 신체적, 물질적 피해를 겪지 않더라도 그런 상황에 노출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트라우마를 남긴. 세월호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목격한 우리는 모두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당신의 사월>은 세월호 참사 당시 실시간으로 지켜봐야 했던 충격과 무력함, 국가가 나를 지켜주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 유가족을 향한 도를 넘은 혐오와 조롱, 무엇 하나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채로 마무리된 조사 과정 등 우리들의 기억과 시간을 되돌리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에 크고 작은 트라우마들을 남겼음을 복기한다. 이런 트라우마들은 개인이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닌, 공동체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임을 강조한다. 

트라우마를 치유할 해법으로써 세월호 참사를 더는 희생자나 생존자, 유가족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잊으려 하지 말고 우리와 연결된 그들의 고통과 슬픔을 모두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함을 제시한다. 세월호 참사를 과거로 묻지 말고 자기반성과 문제 해결의 출발점으로 삼길 촉구한다.
 
<당신의 사월> 영화의 한 장면

▲ <당신의 사월> 영화의 한 장면 ⓒ (주)시네마달


<당신의 사월>은 "2014년 4월 16일,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를 묻는다. 이 질문은 86분의 시간을 통과하면서 "2021년 4월 16일,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요?"로 변한다.

"무엇을 기억하는가?"에서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로 바뀐 것이다. 나의 사월, 당신의 사월, 우리의 사월은 2014년으로 끝난 게 아니니까 말이다. 주현숙 감독은 다음과 같은 바람을 전하며 다가오는 당신의 사월을 빍은 미래로서 희망한다.

"유가족의 슬픔과 함께 나의 슬픔도 세상과 나눌 수 있다면 오히려 당사자가 되어 이 문제를 같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시작으로 이 영화가 작동했으면 한다. 그 시간을 겪어온 서로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작은 위로와 함께 연대의 시작으로."
당신의 사월 주현숙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 박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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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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