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배우의 데뷔작 <화녀>

윤여정 배우의 데뷔작 <화녀> ⓒ 우진필름 제공

 
"검열이 엄혹했던 1971년 박정희 독재시대 때 청소년관람불가(19금)로 개봉했는데, 50년이 지났는데도 똑같은 등급을 내리는 게 이해가 안 간다. 세상이 한참 바뀌었다는데 얼마나 바뀐 건가?"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을 기념하는 의미로 지난 1일 재개봉한 <화녀>가 50년 전과 같은 '19금' 등급을 받고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데 대해 제작자인 정진우 감독은 서운함을 나타냈다.

당초 등급심의에 대한 불만으로 상영 취소 등도 고려했으나, 윤여정 배우 아카데미 수상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돼 예정대로 개봉해 상영중이다.

<화녀>는 윤여정 배우의 데뷔작으로 김기영 감독이 연출했다. 윤 배우는 아카데미 수상 소감과 기자회견 등에서 김기영 감독을 언급하며 천재적인 감독이었다고 회고했다. 

제작자는 천재성을 인정받은 감독의 예술 작품이 50년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갇혀 있다는 부분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에 대해 영등위 측은 "한 집안을 몰락시키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집착과 광기를 그린 영화로, 성폭행 당하던 여자가 남자의 머리를 돌과 요강으로 내려치는 모습 등 살인 행위와 폭행 장면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묘사되어 폭력성과 공포의 수위가 높다"고 밝혔다. 또 "성폭행의 설정, 살해 및 시신 유기 설정, 쥐약을 술에 타서 먹는 동반자살 설정 등은 청소년에게 범죄 모방 위험도 높다"고 설명했다. 

영등위의 실무 관계자는 "옛날 영화라고 해도 그 때 등급을 그대로 따르는 게 아니고 요즘 심의기준에 따라 등급을 결정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화녀> 영등위 등급심의 결과표

<화녀> 영등위 등급심의 결과표 ⓒ 영등위

 
하지만 실제 <화녀>를 관람한 영화관계자들은 영등위 심의 태도의 경직성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영화감독협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상우 감독은 "개봉에 맞춰 여러 감독들과 함께 관람했는데, 요즘 15세 이상 영화와 비교해도 세밀한 묘사보다는 형식적인 묘사에 그친 장면들이었다. 미학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고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영등위는 '살인 행위와 폭행 장면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묘사됐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노골적이고 사실적으로 직접 묘사되지 않았다. 영상이 아닌 사진 등을 이용해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비교해 1970년대 표현할 수 있는 수위의 한계가 여실히 느껴진다.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는 다소 거칠게 보일 수 있었을지 몰라도, 50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는 최소한의 표현 정도로만 보이는 부분도 있다.

성폭행이나 살해 및 시신 유기 설정도 세세하게 묘사되지 않고 불투명한 유리를 앞에 두고 뒤편에서 이뤄지는 식으로 그려졌다. 요즘 영화들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약한 수준이다. 영등위가 시대적 변화를 고려해 유연하게 심의를 했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작자인 정진우 감독은 "거장감독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며 "박정희 독재시대로 표현의 자유를 제약 받았던 1971년으로부터 50년이 지난 2021년에도 <화녀>가 청소년 유해 영화로 취급되는 것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기영이란 위대한 감독의 영화가 여전히 성인대상으로 갇혀 있다"라며 "영화의 예술적 가치에 대한 고민을 해줬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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