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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냉면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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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걷는다. 목적지는 자주 가는 냉면집. 걷다 보니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이 보였다. 냉면집이었다. 마침 냉면집을 찾아 먼 길을 걷던 중이었고, 힘들었던 차에 중간에 있는 그 식당은 무척 반가웠다. 사람들이 기다리니 분명 맛집일 것이고. 일단 멈췄다. 서성이는 사람들, 안을 들여다보니 식당 안은 더 복잡했다. 걷는 것이 힘들었지만 기다리는 것은 더 힘들 거 같았고 조용히 먹고 싶었다. 원래의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뗐다. 

길을 걷다 보면 발에 차이는 것이 쓰레기다. 예전과는 달리 많이 깨끗해졌다고 해도 쓰레기는 여전히 버려지고 그것들은 길가에서 수거를 기다린다. 음식물 쓰레기는 음식물 쓰레기 전용 용기가 따로 있어 냄새는 나지만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쓰레기와 플라스틱 쓰레기는 훤히 눈에 들어온다.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는 부피도 커서 전용 수거함이 작게 느껴진다. 어디에나 쌓인 플라스틱 더미, 오늘도 신경 쓰인다. 

겨울에도 냉면을 좋아하지만 날이 더우니 매콤하고 시원한 냉면이 더 끌렸다. 자주 가는 집의 냉면은, 양념은 매운맛의 단계 조절용이고 간은 살얼음 가득한 육수로 충분하다. 매운맛 양념을 적당히 덜고 면이 잘 비벼질 정도로 육수를 조금 부으면 비빔냉면이 되고, 육수를 양껏 가득 부으면 물냉면이 된다. 차로 갈 경우 집에 있을 아이들을 위해 포장해 오기도 한다. 용기값을 따로 받지만 주로 용기를 내는 방법을 취한다.

며칠이 지나 유난히 뜨거운 한낮의 열기가 식을 때쯤, 전에 지나친 냉면집을 찾았다. 식당 안에는 손님이 둘,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설레기까지 했다. 주문받기를 기다리며 한참을 앉았는데, 주방에 둘 홀에 한 명, 아무도 우리를 신경 쓰지 않았다. 안에서는 음식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고, 홀에서는 음식 포장이 이어지고 밖에서는 배달 기사들의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대기하고 있었다.

찬찬히 보니 실내의 반은 포장을 위한 공간이었다. 어마어마한 플라스틱 포장 용기가 쌓여 있었고, 음식이 나오면 플라스틱 용기에 각각 담기고, 다시 비닐봉지에 넣어지고 영수증까지 붙인 뒤 바로 배달 기사들이 와서 가져가는 것이었다. 그랬다, 이곳은 배달 맛집이었다. 무수히 많은 배달 업체의 기사들이 번갈아 들어오고 나갔다. 

'쓰레기 산'은 어떻게 탄생했나

다행히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식사를 했지만, 며칠 전 MBC <스트레이트>의 '쓰레기 대란이 온다' 방송 내용이 저절로 떠올랐다.

방송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지난 1분기 국내 택배 물동량은 전년보다 30% 증가, 온라인 음식 배달은 최대 90%까지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 쓰레기는 하루 평균 2020년 923톤(2019년 776톤)으로 19% 증가했고, 스티로폼 쓰레기는 14.4%, 비닐 쓰레기는 9% 늘었다고 했다. 

방송의 내용이 바로 실감이 되었다. 단 한 끼 1인분의 식사를 위해 만들어지는 종류별 일회용 플라스틱과 비닐을 현장에서 보고 나니 방송에서 보았던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산이 금방 하나 더 세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 분리배출을 하다 보면, 한 번도 배달을 시키지 않았지만 여전히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다. 그것도 많이. 재활용 분리수거를 나름 철저히 한다고 의미 부여하며 마음을 놓았었는데, 방송에서는 그게 아니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쓰레기 재활용률은 87%, 방송에서는 이를 착시라고 표현했다. 이것들 중 30~40%는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이며, 특히 'OTHER'라고 쓰여 있는 플라스틱 용기는 아예 리사이클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재활용률의 실체는 재활용 처리장에 입고되는 수준으로 파악된 수치였고, 재활용 처리장은 사실상 쓰레기 처리장이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그럼 이 쓰레기들은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 쓰레기 소각률은 5.6%, 소각하지 않고 땅에 묻는 매립률은 7.3%라고 덧붙였다. 숫자만으로는 사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매립률이 1%(소각률은 80%), 덴마크의 매립률은 0.8%(소각률은 50%), 스웨덴은 이미 2013년도에 매립률을 0.7%(소각률은 50%)까지 낮췄다고 한다. 

즉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는 매립이 아닌 소각이 답인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주로 매립에 의존한다고 했다. 방송은 전국에 퍼진 쓰레기 산, 불법 쓰레기 매립의 심각성을 고발하는 것이었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없는 문제였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주말마다 쏟아져 나오는 우리 집 플라스틱 쓰레기였다. 길거리마다 비닐봉지 가득 쌓여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역시 남의 일 같지 않았다. 
 
2019 그린피스에서 조사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및 해결 인식 조사
▲ 플라스틱 쓰레기 해결 위해 우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해결책(1순위) 2019 그린피스에서 조사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및 해결 인식 조사
ⓒ www.greenpeac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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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UN에서 권장하고 있는 쓰레기 처리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첫째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는 것. 제조업체가 플라스틱 OTHER 생산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재활용하는 것, 세 번째는 소각하는 것이고,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최악의 쓰레기 처리 방법이 매립이라고도 말했다.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는 것? 생산하지 않는 것? 이것도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방법은 있을 것 같았다. 코로나 상황이라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지만,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것, 배달 음식을 시키지 않는 것, 플라스틱 용기로 된 것을 사지 않는 것. 

음식을 배달시키면 플라스틱 쓰레기를 같이 사는 셈이라는 말도 한다.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플라스틱을 생산하지 말라고 말해봐야 소용이 없다. 우리가 사지 않으면 수요가 줄고 생산자는 만들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배달되어 그 즉시 쌓이는 음식물 포장 용기만이라도 노력하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움직여야 한다 

기후 문제는 생존 위기의 문제라고 말한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인류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많은 환경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기후 위기를 부르는 것은 이산화탄소의 증가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원흉은 화석연료의 사용이다. 플라스틱의 주요 공급원은 석유이다. 화석연료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구는 이미 기후 전쟁과 다름없는 상황이라는데, 배달은 호황이고 플라스틱은 넘쳐난다. 태평양의 플라스틱 쓰레기 섬(Garbage Patch)은 한반도의 7배, 프랑스의 2배에 이르고, 앞으로도 그 크기를 키워갈 것이다. 넷플릭스 다큐 <씨스피라시>에서도 플라스틱으로 인한 바다의 죽음은 인류의 죽음이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2001년 국토 포기를 선언했다. 그 나라에 떠내려 온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수면의 상승보다 더 빨리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태평양 관광기구 공식 블로그).

세계가 이른바 '탈 플라스틱'을 선언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2년부터 해양 폐기물의 10대 대표 품목인 플라스틱 면봉, 식기류, 풍선 막대 판매 및 사용을 금지한다고 한다. 대만은 2030년까지 비닐봉지, 일회용 용기 판매 및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출처 그린피스, www.greenpeace.org). 우리나라는 어떨까?

지난 두 달 동안 배달음식을 먹지 않았다. 환경 문제를 생각하고부터는 더 신경이 쓰인다. 마트나 시장에서 매번 '용기'를 내지는 못하더라도 쓰레기를 배달받지는 말자고 생각하고 있다. 오전 11시, 집을 나서는데 누군가가 주문한 음식이 마침 배달되고 있다. 곧 쓰레기로 배출될 플라스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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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사람 사는 이야기를 씁니다. 50대 후반, 남은 시간을 고민하며 가치 있는 삶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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