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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트윈타워 텐트 농성장
 엘지트윈타워 텐트 농성장
ⓒ 더불어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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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엘지트윈타워 건물의 관리를 책임지는 엘지의 자회사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에스앤아이)이 청소용역 계약을 맺었던 지수아이앤씨(지수)와 계약을 해지했다. 지수 소속의 청소노동자들이 사실상 집단해고를 당한 것이다.

에스앤아이는 고객사, 즉 엘지가 불만족을 표했기에 지수와의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하지만, 해고된 청소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지난 2019년에 노동조합을 결성한 것에 대한 보복성 해고라고 판단하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엘지트윈타워 앞에서 농성을 시작하며 구광모 회장의 해명과 고용승계를 요구해왔다. 금방이면 해결될 것 같았던 일이 계절을 지나, 해가 달라질 때까지 계속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엘지트윈타워분회에 소속된 청소노동자들이 농성을 시작한지 128일째가 되는 4월 22일 오후 7시, 엘지트윈타워공동대책위원회에서 주최하는 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가 진행되는 엘지트윈타워 주변 도로를 경찰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경찰은 마이크를 통해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하였다며 해산할 것을 크게 방송했다. 물대포가 없는 것을 빼면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시절 시위현장을 떠올리게 했다. 공권력은 여전히 노동자의 편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문화제가 끝나고 청소노동자 몇 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청소노동자들은 크리스마스 때도 고용 승계를 외쳤다. 지난해 12월 31일에는 소복을 입고 구광모 LG그룹 회장 자택까지 행진도 해봤다. 1월 1일에는 농성장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엘지트윈타워 측은 새해 첫날부터 도시락 반입을 차단했다. 농성 100일째를 맞이하던 날에는 100개의 텐트를 빌딩 앞에 쳤다.

우선 텐트 100개를 쳤을 때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회사에서 고용된 용역들이 군 병력처럼 투입되어 텐트를 짓밟고 찢어버렸다고 한다. 기어코 텐트 40여개를 치고 난 밤에는 회사 사람들로 추정되는 자들이 바닥에 물을 잔뜩 뿌려놓아 크게 화가 났다고도 했다. 이를 보고도 경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청소노동자들은 공권력, 특히 경찰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 같았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경찰은 항상 회사의 편, 힘 있는 자들의 편이라는 것이다. 3월에는 엘지 주주총회가 있었는데, 경찰들이 미리 총회가 진행되는 장소 앞에서 이중삼중으로 청소노동자들을 가로막기도 했다고 한다.

노동부에 가서 도움을 요청했을 때에도 청소노동자들은 길거리에 내쫓겼다고 한다. 청소노동자들은 이런 일들을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한 세상에 자신들의 편이 다양한 방법으로 투쟁에 연대하는 노동자, 대학생, 시민들 뿐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문화제에서 발언하는 청소노동자
 문화제에서 발언하는 청소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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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들은 정부가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재벌을 규제하는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엘지는 회사가 어렵지도 않은 상황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해고했다고 성토했다.

또한 180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에 대해서 국민이 권력을 쥐어주었으면 일을 똑바로 해야 한다, 민생을 위한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노동자들은 평균수명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60세 이상의 노년층도 일을 하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사측과 노동조합간의 교섭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런데 교섭이 진행되는 와중에 회사가 끊임없이 보상금으로 조합원들을 유혹하고, 노동조합을 흔들어댄다고 했다. 회사에서 고용한 경비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에 조합원이 큰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힘든 상황에서 노동조합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 청소노동자들이 존경스러웠다. 노동자들은 같이 싸운 동료들이 자꾸 생각나서 투쟁을 멈출 수 없었다고 했다.

청소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소박했다. 엘지트윈타워에서 일하다가 은퇴하는 것. 이 작은 소망이 이토록 이뤄지기 어려운 것은 무엇 때문일까? 왜 100일이 넘는 긴 시간동안 60대의 여성 노동자들이 추위와 비바람을 이겨가며 길에서 싸워야 할까?

헌법에 명시된 노동 3권만 제대로 지켜진다면, 또 엘지가 성실하게 교섭에 응했었다면, 진즉 해결될 일이었다. 그러나 엘지는 계속해서 책임을 회피했다. 이는 민생을 책임지라고 국민들이 만들어준 180석의 거대 여당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대통령은 과거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 승계를 의무화'한다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정부 여당은 말로만 민생, 촛불을 논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약자의 권리를 신장시키는 일을 하나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더불어삶 홈페이지(http://www.livewithall.org)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더불어삶은 노동·주거·재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시민들의 모임입니다.


태그:#엘지트윈타워, #고용승계, #청소노동자, #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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