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5월 1일 서른아홉 번째 꼬마평화도서관이 있는 모지리(부천시 석천로25번길 34)에서 평화살림놀이마당이 펼쳐졌습니다. 중동시장에 있던 모지리가 상동 송내초등학교 앞으로 옮겨온 것을 기리는 잔치이자 마을을 이룬 지 이태째를 맞는 잔치이기도 했습니다.

'모지리'는 어리보기 셋이면 슬기로운 문수보살에 버금간다는 말을 좋아하는 여느 사람들이 어울려 빚어가는 마을입니다.
  
엄마 맹꽁이와 딸 여민이가 나란히 기타를 치며 노래한다. 가장 왼쪽에 머리가 하얀 이가 모지리를 만든 명상맨 김영수이다.
▲ 모지리 평화살림놀이마당 2부 엄마 맹꽁이와 딸 여민이가 나란히 기타를 치며 노래한다. 가장 왼쪽에 머리가 하얀 이가 모지리를 만든 명상맨 김영수이다.
ⓒ 모지리

관련사진보기

 
잔치에 앞서 모지리 사람들이 빚는 유튜브 <여우비> 라이브가 펼쳐졌습니다. <여우비>는 수필집 <이별의 방식>을 읽어가며 마음을 나누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흐름을 아우르는 청여우 강향숙과 저자 금여우 전미란, 법현 스님이 나와 구성진 입담으로 '바람난 매생이'를 풀낸 데 이어 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 바라지이 늘보는 다음과 같은 말로 평화살림놀이마당 문을 열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가장 힘이 된다고 받아들이는 빛깔이 다섯이 있는데 빨강·파랑·노랑·검정·하양이다. 이것은 다 우리를 살리는 것에서 온 말이다. 빨강은 불에서 파랑은 풀에서 노랑은 눌에서 검정은 검에서 하양은 빛에서 온 말이다. 우리 겨레를 백의민족이라 하는 것도 빛을 고이 여기는 겨레라는 말이다. 불과 풀, 땅과 하늘, 빛이 없이 살 수 있는 이는 없다. 빛이 뚫고 지나가기 때문에 빛깔이라 받아들지 않는 맑음도 우리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물에서 온 말이다.

천자문이 '하늘 천·따 지·검을 현·누르 황…' 하고 나가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누르 황, 곧 누리는 누렇다는 말이고, 검, 하늘은 검다는 말이다. 하늘이 어째서 검으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1961년 우주에 올라간 소련 사람 유리 가가린이 가장 먼저 터뜨린 말이 '하늘은 검고 지구는 푸르다'였다. 풀에서 온 파랑은 빛깔로 온 누리를 살리는 빛깔로 청색이 아니다. 여린 풀잎은 파릇파릇하다가 철이 깊어질수록 푸르르다.

풀빛에서 온 파랑이 주는 평화는 어머니 품과 같고, 유엔 깃발, 우리가 흔히 하늘색이라고 하는 청색이 가리키는 평화란 엄한 아비처럼 서늘한 빛깔로 찬찬히 살펴보면 평화라 하기 어렵다. 청색에 떠밀려 고개를 외로 꼬며 녹색과 연두로 살아가는 파랑이 제자리 찾아 모든 빛깔이 제 대접받을 때 평화로울 수 있다."

 
왼쪽에서 세 번째가 은혜공동체 대표 박민수 목사이고 네 번째가 평화마을 도시 농부 천호균이다.
▲ 평화살림놀이마당 풍경 왼쪽에서 세 번째가 은혜공동체 대표 박민수 목사이고 네 번째가 평화마을 도시 농부 천호균이다.
ⓒ 변택주

관련사진보기

 
잔치를 축하하러 온 파주에 '평화마을'을 짓고 있는 도시 농부 천호균 선생은 "평화는 서로 북돋워 살려 사이좋게 사는 것"이라 합니다. 또 '공동체가 무너지지 않으려면 누구나 주부가 되어야 한다'며 오래도록 마을공동체를 아울러 온 은혜공동체 대표 박민수 목사는 "놀이가 마을 사람을 잇는 무지개"라고 얘기합니다.

이어진 평화그림책 연주에서 엄마(손혜영)와 딸(박연수)이 나와 <내가 라면을 먹을 때>를, 여우비 라이브를 마치고 내려온 전미란과 강향숙이 <엄마에게>를, 다산연구회 진규동 박사와 명상하는 농부 라종국이 <돼지책>을 연주했습니다.

내가 라면을 먹을 때 이웃 나라 여자아이는 아기를 보고, 또 그 이웃 나라 남자아이는 소를 몰며, 맞은편 나라 여자아이는 빵을 팔고, 맞은편 나라 산 너머 나라 남자아이는 쓰러져 있다는 <내가 라면을 먹을 때>는 두루 헤아림이 담겼습니다. <엄마에게>는 6·25로 식구들이 남북으로 찢긴 장기려 박사 아들 목소리를 빌려 쓴 얘기책입니다.
 
"우리는 겨우 부산 영도에 도착했다. 1950년 12월 18일, 집을 떠나온 지 보름째 되는 날이었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전쟁은 잠시 멈췄고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을 맺었다. 할머니가 봄이 오면 집으로 오라고 하셨는데, 겨울이 다시 왔는데도 집에 갈 수 없었다."
"1995년 12월 25일,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다시 만날 때까지 살아 있으라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셨다."

 

<엄마에게>가 새기는 뜻은 뜻이 서로 다르고 마음이 맞지 않더라도 입씨름으로 풀어야 하는 까닭입니다.
 
 / 다산연구회 진규동 박사와 명상하는 농부 라종국이 연주하는 돼지책
▲ 돼지책 연주  / 다산연구회 진규동 박사와 명상하는 농부 라종국이 연주하는 돼지책
ⓒ 변택주

관련사진보기

 
엄마 혼자 아빠와 아이 둘을 업고 서 있는 그림이 눈에 들어오는 <돼지책>은 겉만 봐도 엄마에게 지운 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은혜공동체 대표 박민수 목사가 "공동체가 무너지지 않으려면 누구나 주부가 되어야 한다"라고 한 말씀을 그림으로 드러낸 책입니다.

평화그림책 세 권 연주를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저는 우리가 바라는 세상 결을 떠올렸습니다. 좋고 나쁨이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떨 때 나쁘다고 하고 어떨 때 좋다고 할까요?

농부 철학자 윤구병 선생은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으면 좋고 없을 게 있고 있을 게 없는 세상이 나쁘다고 합니다. 있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먹을 밥과 몸을 누일 집, 튼튼한 몸, 어울림과 사랑, 웃음, 평화 따위겠지요. 그러면 없어야 할 것은? 굶주림과 한뎃잠, 병든 몸, 따돌림과 꾸짖음, 슬픔, 싸움 따위가 아닐까요?
 
/ 누구도 따돌리지 않고 칼부림이나 총부림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며 다짐
▲ 윤회금지 / 누구도 따돌리지 않고 칼부림이나 총부림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며 다짐
ⓒ 김영수

관련사진보기


모지리를 빚은 불교박람회 연출 감독이며 명상가인 김영수 작품 가운데 '윤회금지'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픔이나 슬픔뿐 아니라 기쁨도 괴로움이라고 하는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는 괴로움이 이어지는 것을 가리킵니다.

불교를 하는 이들은 어디에 가닿으려고 할까요? 극락이라고요? 아니에요. 도돌이표처럼 끊이지 않는 지나친 욕심과 어리석음, 시도 때도 없이 치미는 부아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김영수가 얘기하는 윤회금지는 괴롭고 시달림에서 벗어나 다시는 돌아가지 않는 것입니다.

누구나 고르게 먹고 잘 수 있고 그 누구도 버려지지 않으며, 말다툼은 해도 주먹다짐하지 않으며, 누구도 따돌리지 않고 칼부림이나 총부림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며 다짐하는 '윤회금지'가 평화살림놀이마당 알짬입니다.
  
/ 평화살림놀이
▲ 싱잉볼 연주 / 평화살림놀이
ⓒ 변택주

관련사진보기

 
그림책 연주를 받아, 싱잉볼 명상가 해뜨는곳이 싱잉볼 연주 평화마음살림을 했습니다. 누울 사람은 눕고 앉을 사람은 앉아서 하는 싱잉볼명상은 머리를 맑히고 몸과 마음이 제자리에 놓이는 연주였습니다.

2부는 마라토너 소미영이 판소리를 하고, 모지리 전속 고3 뮤지션 정도현이 '스타트start'를, 엄마 맹꽁이와 딸 여민이가 나란히 기타를 치면서 잔치가 깊어졌습니다.

앞으로 부천 석천로에서 열심히 사는 여러분이 뜨거워진 몸과 마음을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는 모지리'라는 그늘에 와서 식히고 가면 좋겠습니다.

태그:#모지리, #꼬마평화도서관, #평화살림놀이마당, #윤회금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 바라지이 “2030년 우리 아이 어떤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은가”를 물으며 나라곳곳에 책이 서른 권 남짓 들어가는 꼬마평화도서관을 열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