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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와 강세황

<씨름>, <서당> 등을 그린 김홍도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김홍도는 풍속화만을 그린 것이 아니라 신선도, 산수화, 인물화 등 모든 장르의 그림을 잘 그린 화가였다. 김홍도에게 7살부터 그림을 가르친 사람은 강세황이다. 강세황은 평생 붓을 놓지 않았고 79세로 임종 직전까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스승인 강세황은 33살 차이가 나는 김홍도를 벗이라고 불렀다.

"나와 김홍도의 사귐은 세 번 변하였다. 김홍도가 어릴 때는 나에게 그림을 배웠으니 스승과 제자로 만났고, 중간에는 같은 관청에서 상급자와 하급자로 만났고, 나중에는 그의 그림에 내가 평을 썼으니 우리는 예술가로서 만났다." 

강세황은 그를 제자로서만 본 것이 아니라 예술의 길을 함께 하는 동지로서 대했고, 그의 그림에 비평을 함으로써 그의 예술세계를 더욱 높였다. 그리고 자신의 배움과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스승과 제자가 함께 그린 송하맹호도
 스승과 제자가 함께 그린 송하맹호도
ⓒ 리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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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산에서 나오는 장면을 그린 이 송하맹호도는 강세황과 김홍도가 함께 그린 그림이다. 소나무 옆에 <표암(강세황)이 소나무를 그리다>라고 되어 있어 강세황이 소나무를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털 한 올 한 올 세밀하고 꼼꼼하게 그려진 호랑이는 김홍도의 솜씨를 잘 확인할 수 있는 그림이다. 스승으로서 제자의 성장을 바라보는 것, 제자와 같은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얼마나 큰 기쁨일까? 스승과 제자가 함께 만들어낸  <송하맹호도>는 그래서 더욱 멋진 그림이다.  

김정희와 이상적

추사체를 만들어낸 김정희는 명문 양반가에 태어나 높은 벼슬을 하였다. 고생을 모르고 살아가던 그가 당파싸움에 휘말려 제주도로 유배를 가게 되었다. 긴 유배생활로 사람들이 그를 잊어갔다. 하지만, 제자였던 이상적은 자주 연락하면서 중국에서 출판되는 귀한 책을 구해 제주도까지 보내는 등 정성을 다해 스승을 대했다. 

이런 제자의 마음에 스승은 어떻게 답해야 하는 것일까? 김정희는 1년 중 가장 춥다는 세한을 그려 이상적에게 고마움을 표현하였다.

"날이 차가워진 이후라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

어려움 속에서 더욱 성장한 자신의 학문을 제자에게 보여줌으로써 스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스승이 보여준 성취, 세한도.
 스승이 보여준 성취, 세한도.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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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황상

긴 유배생활을 하던 정약용은 유배지에서도 공부를 하며 제자들에게 학문을 가르쳤다. 황상이라는 제자가 정약용에게 물었다.

"저는 머리도 나쁘고, 앞뒤가 막혀 융통성도 없고, 이해력도 부족해요. 이런 제가 공부를 해서 잘할 수 있을까요?"

신분이 낮고, 머리가 나쁜 자신에 대한 자조적인 질문에 정약용은 이렇게 대답한다.

"공부를 하는 사람에게 제일 큰 문제가 세 가지란다. 머리가 좋은 것, 쉽게 글을 짓는 글재주가 있는 것, 이해력이 빠른 것이란다. 머리가 좋아 잘 외우면 공부를 소홀히 하고, 글재주가 있으면 속도는 빠르지만 글이 부실하고, 이해력이 빠르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단다. 너는 공부를 하는데 방해가 되는 세 가지 문제가 다 없으니, 오로지 부지런하고 부지런하여라."

정약용 자신도 매일 앉아 공부를 하느라 18년의 유배생활 동안 복숭아뼈 있는 곳이 헐어 세 번이나 구멍이 뚫릴 만큼 노력을 한 결과 500여 권의 책을 쓸 수 있었다. 황상 역시 그런 스승의 모습을 보며 부지런하게 학문을 익혀 정약용이 인정하는 문장가가 되었다.
 
정약용이 황상을 가르친 다산초당. 사적 제 107호.
 정약용이 황상을 가르친 다산초당. 사적 제 107호.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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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란 어떤 존재일까? 스승이란 가르치는 사람으로 단순히 지식을 전수하는 것뿐 아니라 제자에게 가르침과 삶이 모범이 되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지식과 지혜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스승의 올바른 태도는 배움을 잊지 않는 것이다. 알고 있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알아가는 과정을 가르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스승이다.

제자란 어떤 존재일까? 배우는 사람이다. 배움을 통해 나를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고, 이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훌륭한 스승이 있다면 반드시 훌륭한 제자가 있을 것이며, 훌륭한 제자가 있다면 반드시 훌륭한 스승이 있을 것이다. 스승은 스승다워야 하며, 제자는 제자다워야 한다.

태그:#스승, #스승의날, #강세황, #김정희, #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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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삶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쓰는 초등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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