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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기쁨, 슬픔, 화남, 서운함, 즐거움, 사랑, 고마움, 창피함, 무서움, 희망, 지겨움, 억울함 등 수많은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들을 기억하기도 하고 잊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기억과 망각은 경험한 시간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 어떤 기억은 아주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지만 평생을 잊지 못하기도 하고, 긴 시간 동안 경험한 일이지만 금방 잊히는 기억도 있다.

사람들은 즐겁고 좋은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하며, 슬펐던 일이나 화났던 일은 금방 잊고 싶어 할까? '네!'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그건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와의 즐거웠던 기억은 이별을 경험한 뒤 더 큰 아픔과 후회로 남기도 하고, 슬픈 이별의 기억이나 잘못을 한 뒤의 후회는 다시는 그런 잘못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을 남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며, 선택은 강렬한 기억이다.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한 후회와 선택하지 못한 길에 대한 갈망이 함께 한다. 하지만 아무리 강렬한 기억도 시간에 의해 희석되어 약해지기에 사람들은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기록을 한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남긴다.

개인의 시간뿐 아니라 여러 명이 공유하는 사회의 시간도 마찬가지다. 사회의 시간은 여러 개의 시각을 가진다. 그래서 사회의 선택과 시간은 여러 사람들의 시각을 있는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하게 보여준다는 것은 왜곡되지 않게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판단의 준거가 되는 '기억'과 '기록'이 정확하지 않다면 판단 역시 올바를 수 없는 것이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1시 전남도청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군인인 공수부대원들이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사격을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날 이희성 계엄사령관은 특별 담화를 발표한다.

"이들은 대부분이 이번 사태를 악화시키기 위한 불순분자 및 이에 동조하는 깡패 등 불량배들로서 급기야는 예비군 및 경찰의 무기와 폭약을 탈취하여 난동을 자행하기에 이르렀으며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너무나도 자명하여 사태의 악화는 국가 민족의 운명에 파국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 명약관화한 사실입니다." 
 
광주 애국시민들에게/세계기록유산등재물
 광주 애국시민들에게/세계기록유산등재물
ⓒ 5·18 민주화운동 민주화운동 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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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민들의 성명서에는 '많은 시민들과 학생이 폭행당하고 무참히 죽어 나가고, 국민학생과 중학생까지 일어나 시위를 하고 있는 현실'이다. 철 모르는 어린아이들까지 돌로 찍혀 죽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 참혹한 현실은 상반되는 계엄사령관의 담화문과 함께 놓여 더욱더 실제적으로 느껴진다.
 
김현경일기/세계기록유산등재물
 김현경일기/세계기록유산등재물
ⓒ 5·18 민주화운동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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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끝 메모란에 자연 예습과 산수 복습을 적은 평범했던 6학년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본 1980년 5월의 모습이다. 이 어린이의 눈에 우리나라는 큰 위기이며, 무서움에 이 일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다.

부끄러웠던 과거를 얼른 잊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부끄러운 과거는 잊는 것이 아니다. 기억함으로써 반성하고 극복하는 것이다.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은 2011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 이유는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일이 '옳지 않은 국가권력이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짓밟는 것이 얼마나 비극적인가를 보여주고 있으며', 시민들의 5·18 민주화운동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민주, 평화의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어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공유해야 한다는 큰 의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기록물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피해자에 대한 명예 회복과 피해보상, 기념사업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이다.

5·18 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전라남도 광주에서 일어난 독재정치에 대한 항쟁이었다. 10일간의 짧은 사건이었지만,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이루는 거대한 흐름이었으며, 극복의 과정은 자랑스러운 역사다.

'민주주의의 위기'. 신문기사를 보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말로 정치인들이나 정당이 자신과는 다른 입장의 정치적 견해에 대해 습관적이며 자극적인 표현이다. '민주주의의 위기'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5·18 민주화운동과 같은 자랑스러운 기억과 기록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현실을 올바르게 기억하고 기록한다면 사회는 언제나 발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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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삶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쓰는 초등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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