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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세 아이를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에 보내고 분주하게 집 정리를 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둘째 아이 유치원에서 문자 한 통이 날아오는 게 아닌가.

"○○유치원입니다. 본원에서 코로나 확진자(원아 1명)가 발생했습니다."

평화로운 오전 시간이 단숨에 박살 났다. 그 길로 20분 거리에 있는 유치원엘 달려갔다. 선별진료소가 마련돼 원아들이 검사를 받던 중이었고, 검사를 마치는 즉시 아이들을 데려가려는 학부모들이 진료소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대기하고 있었다.

안내하는 선생님 한 분이 거의 모든 학부모의 응대를 하고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혼자 소화해내긴 버거워 보였다. 때마침 둘째 울음소리가 내 귓가를 스쳤고, 콧속을 사정없이 찌른 면봉이 원망스러운지 울며 서 있는 아이가 보였다.

여기저기서 아이들 울음소리가 동시에 쏟아져 나왔다. 그 광경을 보고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정신없는 통에 아이 가방도 챙기지 못한 채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두 번째 자가격리의 시작
 
ⓒ elements.env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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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을 받은 아이와 우리 아이가 어디서 어떤 접촉이 있었는지 먼저 확인하는 게 중요했다. 밀접접촉자로 구분이 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자가격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유치원 현장은 그걸 구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였고, 그 어느 관계자도 학부모인 내게 이후 방침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보건소(경남 지역)에서 연락이 왔다. 방과 후 시간에 잠시 동선이 겹쳤다는 이유로 둘째는 지난 12일부터 격리자로 분류되었다. 둘째 유치원에서 확진 환자가 나와 2주 동안 격리를 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한 번도 모자라 두 번씩이나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난 2월 당시엔 내 아이를 포함해 확진 아동과 접촉한 아이들이 밀접접촉자로 분리됐고, 검사 결과와 관계없이 자가격리 2주를 판정받았다. 나는 접촉자의 접촉자이므로 검사 결과 통보 시까지만 격리해야 한다고 했다. 말로만 들었던 자가격리였다.
 
ⓒ 질병관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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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아이들과는 웬만하면 밥도 따로 먹고 잠도 따로 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쉽나. 게다가 우리 집은 시어머니까지 모두 여섯 식구가 함께 사는 대가족이라 자가 격리의 여파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이번에는 검사 결과도 결과지만 주부인 나로서는 여섯 식구가 한 공간에서 2주 동안 옴짝달싹 못 할 거라는 사실이 가장 두려웠다. 그 지옥 같던 시간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하루 세끼를 만들어 먹느라 주방에서 살다시피 했던 내 피로는 두말할 것도 없거니와, 집 밖을 못 나가는 세 아이들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받아줘야 하는 것은 더욱 힘들었다.

어디 그것뿐인가. 온종일 붙어 있느라 남편, 시어머니와는 사소한 거로도 부딪히지, 집 청소는 해도 해도 끝이 안 나지... 그때의 악몽 같은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두려움도 배가 됐다.

'그 경험을 나보고 또 하라고?!'

접촉자의 접촉자는 격리 의무가 없다?
  
ⓒ 질병관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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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권유하지 않았지만 (남편만 회사 측의 권유가 있었다) 가족 모두가 보건소로 향했다. 가족들 모두 검사를 권유하던 지난 번과는 달라 혼란스러웠다. 적어도 3일 전에는 접촉을 했을 텐데, 한 공간에서 생활한 가족이 모두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나? 왜 아무런 얘기가 없지?

보건소에 도착해서도 우린 의무가 아니라 '단순 검사자'로 분류되었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가족 모두 음성이 나왔다. 원칙상으론 밀접 접촉자인 둘째만 자가격리를 하면 되었다. 나머지는 접촉자의 접촉자이기 때문에 격리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밖으로 나갈 순 있다.

근데 만에 하나, 둘째가 자가격리 중 확진이 되어버리면 우리가 밀접 접촉자가 되기 때문에 선뜻 행동할 수 없다. 아직 여섯 살에 불과한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가족과 완전 격리가 불가능하다. 그러니 만약의 상황(둘째 아이가 자가격리 중 확진되는 일)을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우리 가족 스스로 능동적인 자가격리를 하는 거다.

문제는 접촉자의 접촉자에 대한 격리 여부는 강제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직장과 학교, 교육 시설 방문 등을 제외하고는 딱히 다른 활동에 있어서는 통제가 안 된다는 점이다. 철저히 접촉자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일이 돼 버렸다는 점에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수많은 걱정과 우려 속에서 지난 13일, 다행히 120여 명의 유치원생과 교사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아이들 생활도 엉망이 될 게 뻔했다. 아무리 바로 잡으려고 애써도 집에만 있으니 늘어지는 건 어쩔 수 없고 자연스럽게 불규칙한 생활이 반복될 터였다.

처음 자가격리를 할 때도 유튜브 시청 시간은 늘어만 가고 밖에서 뛰어놀지 못하니 밤잠도 쉽게 들지 못했다. 동생의 자가격리로 인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석 달도 안 된 첫째 아이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동안 교육 과정을 놓칠세라 마음을 놓을 수조차 없다.

아이들은 이제 마스크가 일상이다. 철저하게 교육을 받고 누구보다 잘 지키고 있다. 문제는 어른. 해이해진 마음과 '나 하나쯤이야' 하는 방심이 더 많은 확진자를 만들 수 있다. 어른들이 잘해야 한다, 제발. 아이들은 죄가 없다. 참고로 둘째 아이의 자가격리는 24일까지다.

태그:#자가격리, #밀접접촉자,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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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6개월이란 경력단절의 무서움을 절실히 깨달은 아이셋 다자녀 맘이자, 매일을 나와 아이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워킹맘. 글을 쓰는 일이 내 유일한 숨통이 될 줄 몰랐다. 오늘도 나를 살리기 위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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