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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만 되면 화분에 눈길이 간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은 특히 더 그렇다. 꽃이 한 달은 유지된다고 말하는 화려한 난도 보기에는 좋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은 가지는 두껍고 중심이 잘 서 있는, 잎은 자잘하고 가지 꼭대기에 오종종 매달려 있는 나무다. 말하자면 꽃보다는 나무다.

보기에도 좋고 손바닥으로 잎을 매만지다 보면 잎들이 간질거리는 느낌도 좋다. 가지가 우뚝 서 있는 모양에서 간결한 여백의 미도 느껴진다. 초록의 색감과 곧은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나 햇빛에 반짝이는 잎맥의 윤기까지, 식물이 주는 다양한 느낌에 마음이 끌린다. 매번 식물을 죽이면서도 여전히 화분에 마음을 빼앗기는 이유다.

매번 죽이면서도... 또 도전하게 된 이유
 
플랜테리어 강의를 듣고 하나 둘 사온 화분들
▲ 올 봄 들여온 화분들 플랜테리어 강의를 듣고 하나 둘 사온 화분들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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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참지 못하고 화분을 샀다. 열대 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자란다는 스파티필름과 브라질이 원산지라는 크로톤, 키우기 쉽다는 홍콩 야자와 사철나무다. 환경을 정화시킨다는 말과 대체로 키우기 수월하다는 말에 이끌려 선택했다. 전문가들에겐 어떤 식물이든 키우기 쉽겠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도 통한다고 착각하고 용기를 내고야 말았다.

집에 들여놓으니 가족이 된 듯 정이 간다. 반려라는 말을 쓸 만큼 반려로 살뜰하게 챙길 수 있을지는 자신 없지만, 들여놓으면서 잎을 하나하나 꼼꼼히 닦아 주었고 화분의 습도도 확인했다. 버려지는 페트병에 수돗물도 받아 놓았고, 해충도 예방하고 뭐든 만능이라는 EM용액도 주민지원센터에서 받아왔다. 

집안에 무언가 들어온다는 것은 마음을 쓰는 일임에 틀림없다. 내 욕심으로 산 식물이니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것도 생명인데 혹시 맥없이 죽일까 싶어서, 이번에는 실패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대책 없이 용기를 내게 된 것은 며칠 전 들은 플랜테리어 강의 때문이었다. 환절기가 되면 영락없이 비염 증상이 도지는 아들의 쉴 새 없는 기침이 이번엔 더 심각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아들의 비염은 환절기 알레르기 때문이라고 병원에서는 진단했지만, 실내의 미세먼지와 청소 상태가 계속 신경이 쓰였다.

아들의 침구는 다른 방보다 더 자주 교체했고 열심히 먼지를 털고 닦았다. 환기도 신경 썼지만, 외부의 공기 상태가 황사로 심각할 때는 도무지 문을 열 수가 없는 날이 많았다. 나름 열심히 챙겨도 증상은 해마다 반복되고 기간도 길어지는 느낌이었다. 더 심각해지는 것 같기도 했고.

그러던 차에 정말 가볍게 눈으로나 즐기자고 들은 강의였는데, 강의에서는 식물이 실내 공기를 정화하고 미세먼지의 해결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귀가 열렸고 강의에 빨려 들어갔던 것 같다. 공기청정기와 가습기 등의 기기로 실내 환경을 유지하는 것은 전자 기기에 의존하는 것이니 또 다른 환경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식물을 통해 집안의 실내 공기를 효과적으로 정화할 수 있다고 했다. 

실내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식물이 적당히 있으면 외부의 미세먼지 농도를 1/10으로 줄여준다고 했다. 30평 실내에서 30센티의 식물이 10.8개, 60센티의 식물이 7.2개 있다면 공기 정화 효과를 내기 충분하다고 했다. 본인 자녀의 사례까지 얘기하며 말하는데 도무지 넘어가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30센티 화분 10개, 60센티 화분 7개. 그 말만 귀에 쏙 박혔다.

물론 식물이 주는 다른 효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식물을 많이 키우는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의 경우 공격적 성향이 저하된다고 했고, 나이 드신 분들에게 가장 걱정인 알츠하이머 질환의 예방 효과도 있다고 했다. 특히 식물의 음이온이 집중력을 높여주고 초록 잎은 보기만 해도 알파파가 나와 학습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이건 뭐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는 것 같았다.

30센티 화분 10개. 목표는 아니었지만 그것의 절반쯤 키우는 중이다. 가족 모두가 인정하는 식물에 관한 한 '마이너스의 손'인 내가, 이번만큼은 잘 키울 수 있다고 가족을 설득했고 의외로 쉽게 넘어가 주었다. 우선 한두 개 사고 조금씩 늘려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시작을 하니 멈출 수가 없었다.

가방이나 액세서리에 욕심이 사라진 지금 새삼스럽게 화분에 욕심을 내는 중이다. 조금씩 느는 화분에 가족들도 보기 좋다며 한 마디씩 건넨다. 그들의 긍정이 또 화원으로 향하게 만든다. 작은 것을 사와서 넉넉한 사이즈로 분갈이까지 해준다. 제법 식물을 만지는 사람 흉내를 내고 있다.

어쩐지 느낌이 좋아

온통 초록이 가득한 집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가능하다면 벽을 따라 한두 개, 베란다에 커다란 화분 두어 개, 아들 방에 두세 개 정도 놓아주면 만족한다. 봄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들의 비염이 조금 가라앉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당장은 초록 잎에 눈이 정화되고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어 좋다. 아침에 눈 뜨면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잎의 상태를 살피고 어제와 다를 바 없지만 좀 더 자란 것은 아닌지 가늠한다. 매일 잎을 매만지고 닦아 준다. 흙의 건조 상태도 살핀다. 식물과 노는 일이 재미있어지는 중이다.

식물이 들어오니 실내에 생기가 도는 느낌이 든다. 바람결에 흙냄새와 풀냄새도 나는 것 같다. 흔들리는 잎, 밖의 나무와 어우러지는 실내의 나뭇잎 호응도 멋지다.

식물을 키우기 시작하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온통 식물이다. 길가의 화단도 자세히 들여다본다. 평소 시장에 다니며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화원도 눈에 들어온다. 한 곳도 아니고 무려 세 곳이나 있었다니. 다양한 종류의 화분들도 눈에 들어온다. 뿌리가 호흡하기에 좋다는 토분이란 것도 인터넷으로 주문을 마쳤다. 식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도구들까지, 화원을 차릴 기세다.

거리에서 화분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에 놀라기도 한다. 사람의 기억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기억의 왜곡이 있는 것처럼, 사람의 눈도 보고 싶은 것만 보도록 마음이 통제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그럭저럭 화분이 7개로 늘었다. 많이 키우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겠지만, 정말 잘 키워내서 언젠가 집이 작은 식물원이 될지 누가 알겠나. 강의에서처럼 식물만으로 실내 공기가 완벽하게 정화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오늘도 전문가처럼 앞치마를 두르고 목장갑을 끼고 잎들을 매만진다. 튼튼한 줄기가 더 잘 자라도록 가위를 들고 시들시들 주저앉은 잎을 잘라준다. 내가 키우는 식물들의 정보도 정리해 놓았다. 벽에 붙이고 그 아이들과 정보를 번갈아 확인한다. 식물들마다 내게 건네는 그들의 언어를 열심히 해독하는 중이다. 갈증이 난다, 햇빛이 필요하다, 바람을 맞고 싶다 등등. 어쩐지 이번엔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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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사람 사는 이야기를 씁니다. 50대 후반, 남은 시간을 고민하며 가치 있는 삶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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