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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가 광주 동구의 한 소극장에서 5·18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가 광주 동구의 한 소극장에서 5·18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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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이 광주 동구의 한 소극장에서 진행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연극 '애꾸눈 광대, 어느 봄날의 약속 - 잊혀진 사람들 이야기'를 관람했다.

연극 '애꾸눈 광대, 어느 봄날의 약속'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10일 간의 항쟁을 시민 안종필, 문용동, 문재학의 시선에서 다룬 작품이다. 세 사람은 모두 1980년 5월 27일에 있었던 최후의 항전 당시 도청에서 사망했다.

이날 노재헌씨의 관람을 주선한 이지현(예명 이세상)씨는 공연을 마친 직후 마이크를 잡고 "지난 4월 20일에 재헌씨가 광주에 왔을때 공연 관람을 제안했다"며 "재헌씨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정말로 사죄의 마음을 갖고 광주에 온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로 5·18부상자동지회에서 초대회장을 지냈다.

갑작스러운 노씨의 등장에 관람객들 가운데 일부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면서 거세게 항의하며 공연장을 빠져나갔다.

시민들의 항의에 대해 노씨는 "본의 아니게 소란을 일으키게 되어서 죄송하다. 오늘 연극을 통해 광주 5·18 정신이 훌륭한 예술로 승화되는 모습을 봤다"면서 "그날의 아픔을 얼마나 헤아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끼며 연극을 봤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5·18 당시 희생된 분들, 유가족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오월의 정신이 계속해서 국민들 마음 속으로 피어날 수 있도록 좋은 문화 예술 작품들이 나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성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노재헌씨 말로만 사과할 뿐 잘못된 노태우 회고록 수정 안해" 
 
25일, 5.18 연극 공연장에 온 노재헌씨에 대해 일부 시민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25일, 5.18 연극 공연장에 온 노재헌씨에 대해 일부 시민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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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부 시민들의 항의는 계속 이어졌다.  한 시민은 "노씨가 지금까지 말로만 사과했을 뿐 행동으로 보여준 게 없다. 노태우 회고록도 수정하지 않았다"면서 "광주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공연 관람이 아니라 진상규명에 대한 협조"라고 주장했다.

노씨의 광주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8월과 12월, 2020년 5월, 올해 4월에 이어 다섯번째다. 노씨의 광주 방문이 3년째 이어지자 광주 시민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5·18기념재단과 오월 3단체(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는 '노태우 일가는 진정성 없는 보여주기식 5·18 '반성쇼'를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노재헌씨의 광주 방문은 나름 의미있는 일이지만, 노씨의 몇 차례 묘지 참배가 5·18 학살의 책임을 용서받은 일처럼 평가받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어 "노재헌씨는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상도 군인들이 광주 시민들 씨를 말리러 왔다는 유언비어를 듣고 시민들이 무기고를 습격했다'고 왜곡한 노태우 회고록 개정, 5·18 관련 자료 공개 등 진실 규명에 협조하겠다고 수차례 밝혔으나, 어떠한 추가 조치도 취하지 않고 보여주기식 5·18묘지 참배만 이어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5·18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는 "노재헌씨가 5·18 민주묘역을 참배한 것은 아버지의 국립묘지 안장을 염두에 둔 반성쇼"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공연이 끝난 직후 노씨는 관람객들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이며 "분란을 일으키는 바람에 좋은 공연을 망치게 되었다"라고 사과한 후 공연장을 빠져나갔다.
 
25일, 공연장 앞에서 시민들의 항의를 받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노재헌씨
 25일, 공연장 앞에서 시민들의 항의를 받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노재헌씨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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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노재헌, #노태우, #5.18, #애꾸눈 광대, #5·18 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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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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