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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례 ③] "사장이 월급 올려줄테니 만나자고 했다"(http://omn.kr/1tf7k)에서 이어집니다.
  
사업주는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노동자 및 피해 노동자를 보호하기는커녕 불리한 처우를 한다.
 사업주는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노동자 및 피해 노동자를 보호하기는커녕 불리한 처우를 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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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주는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노동자 및 피해 노동자 등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다양한 방식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고용계약해지 통보를 받거나 퇴사 압박을 받기도 하고 괴롭힘에 퇴사를 하기도 한다. 성희롱 피해를 밝히고 사직서를 제출하였는데 회사는 이에 대한 조치는 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 노동자에게 출근을 강요하며 출근하지 않을 시 신고를 하겠다고 겁박한다.
 
성희롱 신고 후 고용관계해지 통보를 받았다 /대표의 성희롱을 신고하니 대표가 자작극이라며 나가라고 한다 / 대표의 직장 내 성희롱을 진정했더니 상사가 나에게 회사를 그만두라고 했다

대표가 성추행 해서 피해 다녔는데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대표가 내가 일을 못한다는 둥 험담을 하고 다녔고, 툭하면 나에게 화를 냈다. 결국 퇴사했는데, 사직서에 대표의 직장 내 성희롱 때문에 그만둔다고 적어 제출했다. 회사는 인수인계 하라며 출근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협박한다
 
특히 성희롱 가해자가 사업주이거나 대표이사일 때 그 피해가 심화된다. 성희롱 발생 시 사업주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고, 고충신고 담당자가 따로 있다 하더라도 결국 성희롱 발생에 대한 조사와 징계 등의 조치 의무는 사업주에게 있다.

그러한 사업주가 성희롱 가해자이면 피해 노동자는 누구를 믿고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을까. 성희롱에 거부하거나 신고 이후 업무에서 제외되거나 업무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다.
 
이사의 성희롱과 호감 표시에 수차례 거부 의사를 밝힌 이후 업무에서 제외되었다 / 이사가 월급을 올려줄 테니 만나자는 말을 한다, 이를 거부한 후 업무적으로 괴롭혔다
 
성희롱 가해자가 사업주 등과 가족 관계일 경우에도 피해 노동자는 회사에서 처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다. 실제로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향은 직장 내 성희롱 가해가 권력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사업주이거나 사업주의 권력에 갈음하는 권력을 가진 자가 성희롱 가해를 하는 경우가 많으며, 피해 노동자가 이를 거부하거나 신고할 시 또 다른 피해를 발생시킨다.
 
가족 회사여서 사장에게 이야기해도 제대로 처리될 것 같지 않고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 것 같다 / 상사가 대표의 가족이다. 상사의 성희롱을 신고했지만, 대표는 조사나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상사가 나를 고소할 거라는 말로 내가 위축되게 했고, 코로나 핑계로 나를 다른 사무실로 보내려고 했다
 
성희롱 신고 이후 피해 노동자에 대한 성적인 소문이 돌거나 평판 등이 나빠지기도 한다.
 
상사의 성추행을 신고하자, 상사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발뺌했고 오히려 다른 직원들에게 나에 대한 성희롱적인 소문을 퍼뜨렸다 / 직장 내 성희롱 고충 신고 후 부당한 인사발령을 받았고, 인사 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 가해자는 퇴사했지만 그와 가까웠던 사람들이 나의 상사로 있고 나를 평가하기 때문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성희롱 신고 이후 회사에 복귀하였을 때 노동 조건이 하락하거나 업무에 대한 트집, 괴롭힘 등의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직장 내 성희롱 신고와 고소 이후 고소가 마무리되고 최근 회사에 복귀하였다. 복귀 이후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하였더니 계약직 근로계약서에 사인하라고 한다. 정규직 입사였기 때문에 이를 거부하였더니 계약직이라는 내용 증명을 보내왔다.

직장 내 성희롱 신고 이후 회사에 복귀하였다. 이후 사사건건 나의 행동에 트집을 잡아 시말서를 요구하는 등 괴롭힘이 지속된다.

성희롱 신고 후 가해자는 다른 곳으로 발령되어 갔지만, 이 일로 팀 동료들과도 편하지 않게 되었다. 팀 내 불화를 일으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 노동자는 성희롱 피해만으로도 힘들고 가해자가 여전히 권력을 가진 채 군림하는 것도 두렵다. 더욱이 다른 동료들이 권력에 빌붙어 피해자인 나를 손가락질 할 때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을 겪는다. 가해자는 한 가지 가해만 하지 않고 한 사람만을 가해하지 않는다. 다음이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직장 내 성희롱 조사 기간 피해 노동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피해 노동자 등을 근무 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단, 피해 노동자 의사에 반하여 조치해서는 안 된다.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되면 지체 없이 직장 내 성희롱 행위자를 징계, 근무 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피해 노동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피해자가 가해자 권력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야
 
직장 내 성희롱 피해에 대응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피해가 멈추고 가해자가 징계를 받고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을 지키는 것을 넘어서 다른 사람들도 지키려는 주체적인 대응이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에 대응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피해가 멈추고 가해자가 징계를 받고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을 지키는 것을 넘어서 다른 사람들도 지키려는 주체적인 대응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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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발생 시 피해 노동자가 가해자와의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희롱 가해자가 상사이면 불이익이 예상되며 실제로 불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업무상 분리되고 싶다 / 가해 상사와 같은 팀이 될까 봐 두렵다 /회사에 고충 신고를 해도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가해 상사에게 불이익을 당할까 봐 두렵다 / 성희롱 피해를 신고했고 가해자는 퇴사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 팀 내에서 괴롭힘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피해 노동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라는 것이 피해 노동자를 회사로부터 분리하는 방식으로 잘못 자행되기도 한다.
 
가해자와의 장소 분리와 업무 분리를 요청했는데 내가 팀을 이동했고, 부서 이동 이후 업무에서 배제되는 느낌이다. 기존에 적용되지 않던 이유를 들어 회의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여러모로 회사의 업무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고충 신고를 한 노동자에게 고충 신고 결과를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성희롱 가해자는 징계를 받았지만, 이 사실을 다른 직원들은 알지 못한다. 징계와 징계 사유 등을 전 직원에게 공지하여야 하는 것 아닌지?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가 멈춰야 끝나
 
     
대체로 나보다 권력이 높은 자의 가해를 문제제기하는 것은 여러모로 불이익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성희롱 피해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피해 노동자는 많은 것을 고민한다. 그중에 가장 큰 고민은 경제적인 요건일 것이다.
 
입사 후 언어적 성희롱 피해가 있었지만, 취업이 어려운 상황이라 참고 일했다. 그런데 성추행을 겪고 나니 출근하기가 어렵다.

성추행에 화는 냈지만 어렵게 구한 직장을 잃을까봐 참고 넘어갔다. 하지만 그 후에도 성추행은 계속되었다. (중략) 대표의 성희롱을 신고해도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까?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괴롭고 억울함은 더욱 커진다. 신고할 수 있을지, 해결될지 걱정이 되지만 가해자가 잘못을 알고 벌을 받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야 이 피해에서 조금이나마 회복이 될 것 같다.

이미 여러 번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했고,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면 또 다른 피해자만 더 발생할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성희롱 가해자가 징계를 받고, 회사가 제대로 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회사 내 문화가 바뀌기를 희망한다.

이것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이다. 자신의 피해가 멈추고 가해자가 징계를 받고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것. 자신을 지키는 것을 넘어서 다른 사람들도 지키려는 주체적인 대응이다.
 
며칠이 지나도 괴롭다 / 가해자가 괘씸하고 억울하다 / 회사에 신고할 수 있을까 /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 고충 신고도 하고 민·형사 소송도 하고 싶은데,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면 안 될 것 같다 / 제대로 신고하고 가해자 징계를 꼭 받게 하고 싶다 / 회사에서 또 묵과하려고 해서 성희롱 신고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싶다 / 회사 문화를 바꾸고 싶다
 
직장 내 성희롱은 피해자가 사라진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다른 피해자가 생길 뿐이다. 가해자가 멈추어야 한다. 가해자가 스스로 잘못을 깨닫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직장 내 성희롱은 눈감아주고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사회문화의 탓도 있다. 직장과 사회가 '직장 내 성희롱은 하면 안 된다'고 명백히 밝혀야 한다.

[기획 / 2020년 서울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상담사례]
① 회사의 채용 공고 보니 남녀 임금이 다른데요? http://omn.kr/1tdi2
② 육아휴직 후 복직... 더 교묘해진 회사의 퇴사 압박 http://omn.kr/1te05
③ "사장이 월급 올려줄테니 만나자고 했다" http://omn.kr/1tf7k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서울여성노동자회 활동가입니다. 본 기사에 인용된 상담사례는 실제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각색하였습니다.


태그:#서울여성노동자회, #직장내성희롱, #성추행,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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