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1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후보가 대표로 선출되자 대부분은 언론은 헌정 사상 최초의 30대 당 대표라고 치켜세웠다. 물론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 중 최초는 맞다. 하지만 원내 정당 중에선 이준석 대표가 최초는 아니다. 기본소득당의 신지혜 상임대표는 이 대표보다도 2살 어리기 때문이다.

신지혜 대표는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 어떻게 봤을까? 그래서 지난 15일 신지혜 대표를 전화 연결해 이준석 대표 선출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세대교체 가능성을 짚어보았다. 신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시대가 정치의 변화를 바란 결과"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 기본소득당 제공

관련사진보기

 
- 지난 11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만 36세인 이준석 후보가 도합 18선의 중진 정치인을 꺾고 제1 야당 대표로 선출됐어요. 같은 청년 정치인으로 어떻게 보셨어요?

"저는 흥미로우면서도 두렵게 봤었는데요. 정치가 가장 천천히 변한다고 하잖아요. 97년 경제 위기 이후 정치를 계속 이끌어 왔었던 사람들의 기득권과 내로남불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이 정말 정치에 대한 실망이 크구나, 빨리 바꾸어야 되겠다'라는 마음으로 이준석 대표 당선 결과를 읽었고요. 특히 교섭단체에 정당 중에 최초로 30대 정치인이 당 대표로 당선된 것은 한국 정치에도 굉장히 커다란 일인데, 앞으로 이준석 대표가 말해왔던 여러 메시지가 정책화되거나 정치지형의 변화를 만들어 낼 때 기본소득당의 과제가 굉장히 막중하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했습니다."

- 그럼 이게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세요?

"정치가 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딱 하나라고 봐요. 시대가 자꾸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사람들의 삶을 달라지고 있는데 정치는 변하지 못했다'는 국민들의 분노 같은 것들이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서 많이 보였고요. 특히나 지금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4차 산업 혁명부터 시작해서 반복되는 감염병이나 재난 등을 봤을 때 지금 인류가 계속 지속할 수 있을지를 질문하게 될 정도로 위급한 시기라고 보기 때문에 정치는 더 빠른 변화를 위해서라도 젊어질 수밖에 없고 그런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그럼 지금 시대가 이준석이라는 인물 이상의 세대교체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세요?

"시대가 정치의 변화를 바란 결과라고 봐요. 물론 이준석 대표가 정계에 입문한 이후 10년 동안 활발하게 활동해온 성과와 맞물려서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정치가 변해야 된다는 국민의 열망이 없었으면 어려웠을 결과라고 봐요. "

- 기본소득당이 교섭단체는 아니지만 원내 정당이고 대표님도 30대시잖아요. 그러나 언론에선 주목을 안 하죠. 그런 것에 대한 섭섭함, 서운함 같은 게 있을 거 같은데.

"사실 저도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이준석 대표가 당선된 여러 요인 중엔 언론이 이준석 대표를 주목을 많이 했던 영향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측면에서 '누군가의 당락 여부까지 언론이 영향을 미칠 수 있구나'는 것을 이번에 보여주셨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내일을 바꾸겠다고 하는 이준석 대표에게 국회에도 7개의 정당이 있고, 이 7개의 정당이 미래가치를 위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정치, 특히 대표 수락 연설에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국민의힘을 넘어서 국회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까지 샐러드볼 사회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해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

- 당선 이후 이준석 대표 행보는 어떻게 보셨어요?

"이준석 대표의 첫날 행보는 그가 이번 선거기간에 말했던 것들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들이 들었어요. 첫날 현충원에서 시작한 것은 그간 경선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가 천안함으로 인해서 희생되신 분들을 항상 기억하고 국가에서 더 대우해 드리기 위한 이야기들을 많이 해왔잖아요. 또 경선 과정에서 일어난 광주에서의 참사에 대해선 어떤 지역이나 정치적 쟁점 이런 것들 때문에 그동안 챙기지 않거나 외면해왔던 제1야당의 모습을 바꾸겠다는 의미로 봤고요. '모두가 우리의 소중한 국민이다'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앞으로 누군가를 소외시키지 않고 정말 국민 모두를 존중할 수 있는 정치로 향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그가 정치를 해왔던 지난 10년 동안 해왔던 말들이 있어서 그게 계속 지켜질 수 있을지는 앞으로도 지켜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따릉이 출근 화제' 같은 모습들을 보면서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실제로 국회의원들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길 건너 있는 식당가를 올 때도 차 타고 이동하는 의원분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의전에 익숙하신 분들의 눈에는 너무 신기해 보이겠지만 청년 세대의 입장에서는 따릉이와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일상이다 보니, 딱히 그걸 보면서 '역시 이준석이다'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어요. '진짜 청년 당 대표자는 다르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오히려 그런 의전에 굉장히 익숙하신 분들이 아닐까요."

"이유없는 깎아내리기, 국민 눈에는 구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으로 첫 출근하고 있다.
▲ 이준석 대표, "따릉이" 타고 첫 출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으로 첫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 일각에선 이 대표 당선에 대해 깎아내리기도 해요. 어떻게 보세요?

"국민의힘은 30대 당 대표를 뽑은 변화의 모습을 보여줬어요. 앞으로 어떤 결과를 2년 임기 동안 보여주실지는 더 두고 보고 지켜봐야 할 일이겠지만, 분명한 변화를 시작했죠. 이제 우리는 그가 내는 여러 메시지에 주목하면서 앞으로 대한민국을 진짜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가 경쟁을 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경쟁의 장이 다가오고 있는데, '글씨체 논란(국립대전현충원 방명록에 남긴 문구의 글씨체를 조롱한 일)'처럼 어떤 개인을 이유 없는 깎아내리는 경우는 결국 변화를 이끌려고 하는 사람 자체에  흠집을 내서 그가 말하고 있는 메시지들에도 흠집을 낼 수 있다고 보고 계신 것 같아요.

하지만 이미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할 만큼 아둔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이유 없는 깎아내림에 대해서 이유 없는 깎아내림을 하는 상대에게 '너 너무 낡았다'라고 이야기해요. 그 만큼 국민들께서 정치에 대한 변화의 열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흐름을 보이고 계신 분들께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제1야당과 겨룰 준비를 하셔야 할 때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 구체적인 준비는 이번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통해서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시는 일이어야 하고요. 87년 민주주의 이후에 민주당이 그런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지금의 결과라고 한다면, 이제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시면서 4차 산업혁명과 기후 위기가 심각해진 지금의 시대에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내용생산과 그 내용을 국민들에게 설득할 수 있는 정치인을 양성하는 일이 길게 봤을 때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는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어요."

- 지금까지 586세대가 여야 정치의 중심이었는데, 바뀔까요?

"저는 변화의 신호탄은 이미 솟아올랐다고 봅니다. 이준석 당 대표가 당선되기 훨씬 이전에 30대 이하 당원들이 85% 이상 있고 대부분 청년이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기본소득당이 창당했죠. 또 그 이후 여러 청년 정치인들이 주목받고 있는 와중에 이준석 대표도 당선된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586 세대의 한계는 '87년 민주주의 이후에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 못 한 것이 가장 크다고 봐요. 앞으로 지금 이준석 대표가 이야기하고 있는 '공정'이라는 가치에 대해서, 대한민국이 공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고 더 나아가 공정이라는 것을 어떻게 평등으로 확장해낼 것인가라는 비전을 586세대가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계속 기득권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 이준석 대표가 경선 내내 내세운 건 공정이었고 국민의힘 내에 있는 할당제 폐지를 공약했잖아요.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저는 내내 그렇게 말씀하셨던 분이 '샐러드볼 사회', '공존 사회' 같은 메시지를 강조해서 굉장히 놀랐는데요. 일단 그는 시험장에 이미 들어선 사람이 점수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정작 그 시험장에 들어가기까지의 공정은 이야기하지 않아요. 그런 측면에서 이 '공정'이라는 가치를 너무 좁게 보지 말고 더 넓게 다각화해야 한다고 봐요. 모두의 가치가 모두의 본모습대로 샐러드볼에 잘 담기기 위해서는 할당제와 같은 적극적인 시정조치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죠. 권력에서의 불평등이 계속 유지된 채로 샐러드볼에 담기기만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개인의 노력만 강요하고 강한 자들만이 살아남는 정글 만들기를 선언한 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이준석 대표는 안티 페미니즘으로 성장했다는 분석은 어떻게 보세요?

"그는 안티페미니즘 뿐만이 아니라 공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세대 감각을 가졌잖아요. 그런데 이 감각이 만들어진 과정을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에 사회안전망이라는 것은 없거나 굉장히 부실한데 사회안전망을 누리는 사람들을 모자란 사람으로 대우해요. 이런 사회에서 생존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경쟁이 제발 공정하기만 해다오'라고 바란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랬을 때 이 경쟁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내가 페미니즘 때문에 취직이 안 돼요'라던가, 혹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고 하는 것 때문에 취직이 안 돼요'라고 이야기하면서 평등하게 나아가려고 하는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이준석 대표는 이 사람들이 원하는 말을 하면서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이준석 대표의 여러 발언을 보며 오찬호 작가의 <나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라는 책이 떠올랐는데요. 다양한 이유로 내 밥그릇을 뺏으려고 하는 어떤 것도 용납할 수 없고 '밥그릇에는 차별이 있을 수밖에 없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렇게 성장했다고 봐요."

- 이 대표가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하고 비슷하다고 보세요?

"저는 그에게서 트럼프의 모습이 보여요. 이유는 누군가의 분노, 절망을 자극하면서 선동하는 정치를 해왔었다는 점이거든요. 앞으로 남은 당 대표 임기 2년 동안 그가 어떤 정치인의 길을 갈지 이제 선택하셔야 하는 시간이라고 봅니다."

"이준석, '조롱 페북' 말고 제대로 경쟁해보자"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 기본소득당 제공

관련사진보기

 
- 2030세대에서 이준석 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은 건 어떻게 보세요?

"2030세대가 이준석 대표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제1야당의 대표 자리에 오른 30대, 또 하버드를 졸업한 청년이니, 롤모델로서 호감을 사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굉장히 절망하고 계신 분들도 많아요. 예를 들면, '저런 성차별주의자가 제1야당 대표가 된다면 나의 안전은 더 멀어지는 거 아닌가'라고요. 실제로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해 이렇게 감수성이 없는 후보가 대표가 되었으니 이제 디지털 성폭력이나 일상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성폭력의 문제를 도외시하는 것 아닌가라는 위기감을 가진 분들도 굉장히 많다고 봐요. 기대하는 쪽과 오히려 절망하는 쪽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거죠. 때문에 성평등이 더 무너질까 봐 우려하고 계신 분들이 또 등장해서 이준석 대표와 더 많이 경쟁하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2030세대가 정치 중심에 설 수 있을까요?

"저는 청년 세대들이 정치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안정적인 소득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소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요. 이준석 대표는 코인으로 돈을 많이 버신 분이시잖아요. 돈이 굉장히 많이 드는 당 대표 선거에도 두려움 없이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버틸 수 있는 재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아르바이트하면서 정치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지금의 현실이고 그런 현실 때문에 정치의 꿈을 품었다가도 다시 생계유지를 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정치인이 있어요. 정당과 사회가 청년 정치인들의 기본적인 소득보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정치의 중심에 서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저는 이준석 대표가 국민들에게 내는 이 메시지에 주목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기본소득당은 각자도생 사회에서 능력 있는 사람들만 잘사는 사회가 아니라 국민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자기 몫을 요구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제안드리고 있거든요. 그리고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이준석 대표가 페이스북에 저의 무상 생리대 혹은 페미니즘 공약을 조롱하는 게시물을 올렸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이제 당 대표로서 말과 글의 무게가 다른 만큼 어떤 미래를 만들어나갈지 기본소득당과의 경쟁에 나서 주시면 좋겠다는 선전포고를 전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실립니다.


태그:#신지혜, #이준석, #청년정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