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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노예 PC방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이 15일 광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화순 노예 PC방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이 15일 광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화순 노예 PC방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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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푼 기대를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청년노동자 6명이 불공정 계약을 빌미로 전남 화순과 광주의 PC방에서 사실상 노예 생활을 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화순 노예 PC방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준)은 15일 광주지방 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행과 가혹행위를 일삼은 노예 PC방 업주를 즉각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모임에 따르면, 해당 PC방 사업주는 무단결근 시 하루 2천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등의 불공정 계약서를 작성하게 해 피해자들에게 하루 15~16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였으며, 합숙을 가장한 감금 생활을 통해 서로를 감시하게 했다.

또 PC방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습적으로 피해자들을 구타하였고, 숙소에서 키우는 본인의 개의 대변을 피해자들에게 먹이기도 했다. 폭행과 폭언, 감금, 협박, 사기, 인권유린, 강제노동 등이 자행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경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2차례 반려하고 가해자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2년 8개월 만에 탈출한 피해자들은 2차 보복에 떨고 있으며, 피해자 중 1명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에 16일 화순 노예 PC방 사건 피해자 가족들이 광주지검 앞에서 무기한 1인 시위에 나섰다.

필자는 17일 화순 노예 PC방 사건 피해자 A씨의 아버지 B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무수한 증거에도 반려, 무기한 시위 결정하다
   
화순 노예 PC방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 관계자가 16일 광주지검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화순 노예 PC방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 관계자가 16일 광주지검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화순 노예 PC방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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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건은 어떻게 인지하게 되셨나요?
"제 아들이 '노예 PC방'에서 탈출을 해서 알게 되었어요. 아들 이야기를 들고 경찰과 함께 다른 피해자들을 구출하러 갔어요. 그 과정에서 가해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고, 피해자들을 데리고 옥상으로 도피했어요. 그래서 경찰이 가해자를 긴급 체포했어요. 당시에 현장에는 피해자 3명이 있었는데, 교대로 PC방에서 일하는 상황이었어요."

- 이후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경찰들이 1박 2일 밤을 새워가며 피해자들의 증언을 들었어요. 가해자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고, 이후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 했어요. 그런데 검찰 측에서 2차례나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반려했어요. 이유를 모르겠어요. 한 검찰 관계자가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다섯, 여섯명이 왜 한 명을 제지하지 못했냐'는 이야기도 했다고 하더라고요."

- 피해자분들이 숙소를 빠져나오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무기력증 때문이에요. 2018년 9월부터 2년 8개월 동안 가두고 온갖 협박을 해 저항하거나 대항할 마음을 없앤 거에요. 가스라이팅(심리적 조작으로 상대방이 자신의 판단, 기억, 현실감에 의문을 갖도록 하는 전략)을 당한 거죠. 

또 불공정 계약서 때문에 피해자들이 쉽게 이야기를 하거나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다들 사회초년생이라 계약 관계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무단결근하면 2천만 원 배상하라고 하고, 야구방망이로 300대, 400대씩 때렸어요.

더 심한 이야기도 있는데요. 가해자가 피해자들에게 '살인청부업자 써서 니네 부모님들 살해하겠다' 이런 식으로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 협박도 했다고 해요."

-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가해자가 풀려난 직후 재산도 정리하고 주변 정리도 하고 매장도 정리했다고 해요. 그 사이에 유실된 증거가 존재할 가능성도 높은 것 같아요. 경찰이 많은 양의 증거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하는데, 구속영장이 2차례 반려되었다는 게 굉장히 의아해요. 그래서 저희가 16일부터 광주지검 앞에서 1인시위를 시작했어요.

이전에도 몇 번 1인시위를 했었는데요. 16일부터 시작한 1인시위는 무기한으로 진행할 생각이에요. 15일에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말씀드리기도 했는데요. 자식이 있는 다른 가족에게는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앞장서서 싸워볼 생각이에요."

태그:#화순 노예PC방 사건, #가스라이팅, #청년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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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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