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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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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 폐기를 선언했다. 국내 최초 상업원전의 가동을 멈추는 자리에서 탈원전 시대로 나아가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이로부터 4년 만인 2021년 6월 16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는 집권당 대표가 소형모듈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장면이 TV로 생중계됐다. "SMR이 중동국가나 지형적 한계가 큰 국가들에 효과적인 에너지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는 주장이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꿈의 에너지라 불리는 핵융합발전 상용화를 세계적으로 선도해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탈원전 선언에도 SMR? 원전 활용 주장 정치권

앞서 한미 양국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원자력 산업의 전략적 협력에 합의했다.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원전사업 공동 참여를 포함한 해외 원전시장 내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약속했다"라고 발표했다.

이는 현 탈원전 로드맵과 달리 사실상 핵발전의 지속을 알리는 선포였다. 송영길 대표의 국회 발언도 이러한 기조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민주당 내 대표적 친원전 정치인인 송영길 대표는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에너지 믹스 정책을 주장해왔다.

송 대표의 발언 다음 날인 17일, 이번엔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탈원전 폐기를 주장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내에선 탈원전하면서, 해외로는 원전수출이라니 이상하지 않나"라며 "국민을 그만 속이고, 탈원전 정책을 당장 폐기하라"라고 주장했다. 그는 "에너지원이 취약한 우리에게 원자력은 현시점에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송 대표와 같은 맥락에서 원전정책을 옹호했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 고리원전 1호기는 지난 2017년 영구정지에 들어갔다.
▲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 지역"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 고리원전 1호기는 지난 2017년 영구정지에 들어갔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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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 설명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
 한국수력원자력이 설명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
ⓒ 한국수력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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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원전은 대량의 전력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손쉬운 선택지였다. 그러나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1원전 폭발사고 이후 세계는 '핵발전'의 치명적 위험성에 주목했다. 반감기만 10만 년 이상에 달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처리도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는 골칫거리로 남았다. 상당수의 나라가 원전이 아닌 재생에너지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그러자 최근 원자력계는 SMR 전면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탄소배출 비율이 낮은 원전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전을 옹호하는 일부 언론의 'SMR 역할론 강조' 보도가 쏟아졌고, 국회 본회의 자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SMR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전기출력 300MW 이하의 작은 원자로를 말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설명을 보면 기존 원전의 약 10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축소한 크기가 특징이다. 한수원은 비용절감, 활용의 다양성, 높은 안정성을 가진 SMR을 전국 곳곳에 분산해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민주당 내 반발 이어 환경단체 비판 쏟아져

이러한 SMR 부각은 당연한 반발을 불렀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비판이 나왔다. 환경전문가인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해결책의 초점이 잘못됐다"라고 공개적인 반박문을 냈다. "SMR과 핵융합의 기후변화 대응 효과는 아직 검증된 내용이 없고 이들 기술은 안전 문제와 핵폐기물 문제는 물론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었다.

탈핵 진영과 원전 인근 지역의 단체들도 'SMR 유용론의 위험성'을 역설했다. 크기만 작은 똑같은 원전인 SMR이 오히려 핵위험을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핵융합발전 역시 아직 상용화한 기술이 아닌데다 다량의 삼중수소가 있어야 하는 점도 문제로 삼았다.

울산지역의 여러 단체로 꾸려진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기후위기 대안으로 핵발전을 해야 한다는 찬핵세력의 주장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라며 정부와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했다. 부산에서는 탈핵부산시민연대 대표인 박철 목사로부터 "SMR 추진은 문재인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탈원전 폐기 결정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박상현 부산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고리1호기 영구정지 4년에도 SMR을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탈핵정책에서 손을 떼겠다는 선포다. 시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신 이들은 "탄소중립을 핑계로 한 SMR이 아닌, 영구정지가 결정된 고리1호기의 제대로 된 폐로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부터 방사능 제염, 부지 복원 등 고리1호기의 해체 종료 시점을 가늠할 수 없다는 우려와 함께였다.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4년을 앞두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 연설을 계기로 소형모듈원자로(SMR) 논쟁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17일 부산시청 광장에 모여 송 대표의 발언과 문재인 정부의 원전 정책을 규탄하고 있는 탈핵부산시민연대. 박철 목사가 "핵찬양 대국민사기극 중단"을 외치고 있다.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4년을 앞두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 연설을 계기로 소형모듈원자로(SMR) 논쟁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17일 부산시청 광장에 모여 송 대표의 발언과 문재인 정부의 원전 정책을 규탄하고 있는 탈핵부산시민연대. 박철 목사가 "핵찬양 대국민사기극 중단"을 외치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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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SMR, #소형모듈원자로, #탈핵정책, #송영길, #김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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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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