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예능 <속풀이쇼 동치미>가 지난 3일 방송에서 '돈이 있어야 자식에게 대우받는다?'라는 주제로 가족간 상속 문제에 대하여 조명했다. MC와 패널들은 배우 조지환 가족의 에피소드를 함께 시청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조지환은 아내 박혜민과 연기연습과 운동을 함께하며 평온한 시간을 보내다가 모친 최복순씨의 거듭된 전화를 받았다. 조지환은 모친의 잦은 연락을 귀찮아하며 피하려고 했지만 화가 난 모친은 "너만 생각하고 엄마는 생각도 안 하냐, 나를 이렇게 서운하게하고 내가 죽고나거든 후회해라"고 독설을 날리며 전화를 끊었다.

당황한 조지환-박혜민 부부는 결국 함께 모친의 집을 찾았다. 부부는 차로 타고 가는 와중에 말싸움을 벌이며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조지환의 모친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병원에도 같이 가고, 집안에서 내가 해결 못하는 일도 좀 해달라고 연락하는데, 전화하면 귀찮아하고 엄마가 아픈지 슬픈지 밥은 먹었는지 연락도 없다. 참다참다 화가 올라왔다"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실제로 모친의 집안 곳곳에는 손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화장실 세면대에서는 물이 줄줄 새고, 주방의 형광등은 색이 따른 짝짝이였다. 알고보니 조지환이 귀찮다는 이유로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고 임시방편으로만 처리한 뒤 몇 달째 후속조치없이 방치하면서도 벌어진 사태였다. 모친은 "언젠가는 아들이 와서 고쳐주겠거니 생각했는데, 자기 필요해서 손녀를 맡길 때도 현관문에 애만 데려다 놓고 가버리니까 말할 틈이 없었다"며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조지환도 나름 모친에게 할 말이 있었다. 조지환은 "배우로서 마음을 잡고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데, 걸핏하면 사소한 일에도 자신을 호출하여 잡다한 일까지 시킨다"고 반박하며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급기야 사돈과 비교하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조지환이 모친은 "네가 병원에서 검사받은 거 나한테 일절 말하지 않았잖냐"며 반박했다. 알고보니 박혜민의 친정아버지가 간암으로 고생하여 사위인 조지환이 아내 몰라 간이식 확인검사를 받았던 것. 실제 간이식까지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박혜민은 "이 사람 참 진짜다"라며 남편의 마음에 감동했던 일화를 밝혔다.

하지만 조지환의 모친은 아들부부가 처가댁만 더 신경쓰는 데 서운함을 토로했다. 조지환은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 사이가 안좋아서 효도를 잘 못했다. 그래서 장인이 생긴다면 더 잘해야겠다 다짐했다"며 간 이식을 생각하게 된 사정을 밝혔다. 여성 패널로 참여한 전원주과 이혜숙-양소영 등은 조지환의 선의는 칭친하면서도 "그래도 엄마랑 상의하고 이해시켰어야 했다"고 조언하며 엄마의 입장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VCR로 돌아가 조지환 가족은 집안 일을 정리한 후 모친의 신용카드로 치킨을 시켜먹었다. 조지환 부부가 이사한 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처가댁의 경제적 도움을 많이 받은 일화를 언급하자 조지환의 모친은 "보증금은 누구 덕이냐. 영원히 주지 않았냐"며 사돈에게만 고마워하는 아들 부부에게 또다시 서운함을 드러냈다. 조지환 부부는 "잊어먹고 있었다. 어머니의 도움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모친은 "지원해준 돈만 집 두채 값이 들어갔다. 앞으로는 더 해줄 것도 없다"고 허탈해했다.

조지환은 최근에도 모친의 경제적인 지원을 받았음이 밝혀졌다. 모친은 "휴대폰 산다길래 200만 원 빌려줬다. 대기업 사장이냐. 멀쩡한 휴대폰 있는데 왜 사냐. 휴대폰 요금도 미납해서 대신 내줬다"고 폭로했다. 민망해하는 조지환에게 모친은 "자존심 상해서 그러냐. 네가 자존심은 있냐"고 독설을 쏘아붙이며 조지환을 당황하게 했다. 박혜민은 자신도 몰랐던 이야기에 황당한 기색을 드러냈고, 조지환은 "상의하면 안 된다고 할 거 뻔한데 왜 상의를 하냐, 내가 도박하는 것도 아니지 않냐"며 항변했다. 모친은 "이번에 빌려준 돈이 마지막이다. 네 누나들 눈치도 보이고 금전적 지원은 끝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조지환 가족은 부동산에 방문했다. 부동산 사장님은 조지환의 모친이 집을 내놓았다가 다시 보류한게 몇 차례나 된다고 밝혔다. 조지환 부부는 과거에 모친이 집을 상속해주겠다던 약속을 떠올리며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조지환 엄마는 "마음이 수시로 바뀐다. 지금은 같이 사는 딸에게 집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입장차를 보였다.

MBN와 종편 채널을 대표하는 장수예능 <동치미>는 '동감하고 치유하는 아름다운 여자들의 이야기'를 표방하며 주로 부부와 가족사를 중심으로 세상사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속풀이 토크쇼를 표방했다. 본래 스튜디오에서 집단 패널들과 방청객들이 함께하는 집단토크쇼였으나, 코로나19 이후로는 출연진의 규모를 축소하고 VCR의 비중이 높아지며 관찰예능을 결합한 형식으로 바뀌었다.

최근 예능에서는 출연자의 일상생활, 직업, 취미, 가치관, 가족, 대인관계 등 타인의 '실제 인생'을 카메라로 대신 구경시켜주는 방송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사생활 예능의 인기를 등에 업고 비슷한 장르의 프로그램들이 반복 탄생하면서 범위는 더 내밀해지고 수위는 갈수록 상승한다. 문제는 시청률과 화제몰이를 위하여 개인과 가족사의 민감한 부분까지 소비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데 있다. 

부모의 재산을 상속하는 문제는 어떤 집안이든 민감한 부분이다. 특히 부모의 재산과 효도를 연관시켜서 이야기하는 듯한 부분은 시청자들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조지환은 자신에게 집을 상속해주기로 했던 약속을 망설이는 모친에게 노골적으로 집을 요구하기도 했다. "전세금을 나한테 투자해라. 아니면 집 정리하고 우리랑 같이 살자"는 제안을 늘어 놓았다. 

적지않은 나이에도 고령의 모친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것도 모자라, 아내와 합의되지도 않는 합가를 제시하거나 어머니의 재산을 N분의 일로 공평하게 배분하자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조지환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비쳤을까. 

<동치미>는 스튜디오 토크에서도 과격하고 위험한 발언들이 속출했다. '무심한 자녀에게 서운한 부모'VS '나 살기도 바쁜 자녀' 중 어느 쪽에 공감이 되느냐는 여론조사에서는 패널들이 정확히 5대 5로 갈리며 팽팽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의사 함익병은 "예전의 효도 잣대로 지금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현대사회에서는 자식들도 남녀 모두 일하느라 바쁘다. 자식이 보고 싶으면 놀고 있는 부모가 먼저 연락하거나 집에 오면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방송인 유인경은 "효도의 기준을 일 하고 돈 버는 걸로 재단해선 안 된다. 직장을 다닐 수 있게 만들어준 것도 부모님 덕분이다, 부모님께 안부 연락을 드리는 건 일하지 않는 시간, 잠자기 전에도 가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생활 예능 프로그램들은 결혼, 이혼, 육아, 부부관계, 가정불화, 불륜, 상속, 금전 문제, 세대 갈등 등 우리 일상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하고 현실적인 소재들을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방송사들이 선호하는 장르다.

문제는 이런 소재들이 미디어를 통하여 단순히 자극적인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가족관계나 성역할에 대한 왜곡을 부추기거나, 잘못된 가치관을 당연시하게 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다. 많은 출연자들이 이러한 사생활 예능에 출연했다가 진정성 논란에 휩싸였고, 프로그램까지 폐지된 사례도 있다.

굳이 시청자들이 알 필요가 없는 출연자들의 내밀한 개인사를 이용하는 방송, 그리고 유독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에 반복 등장하여 노이즈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끌려고하는 출연자들 모두 안타까운 것은 마찬가지다.
동치미 사생활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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