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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
▲ 디카시 사회생활
ⓒ 양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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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에 한 번씩 갑상선 호르몬 수치를 검사하러 병원에 갑니다. 갑상선 저하 상태에 놓인 저의 몸에서 갑상선 자극 호르몬은 언제나 열일 중입니다. 갑상선 호르몬 수치를 당장 정상으로 만들라 명령하는 뇌와 분부 받들어 갑상선을 열심히 자극하는 자극 호르몬, 말을 해도 말을 듣지 않는 갑상선의 삼각관계. 어떻게 잘 화해시키면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걱정할 정도는 아니니 잘 먹고, 잘 자고,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의사의 말을 뒤로하고 병원 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주차장 화단을 따라 분홍 낮달맞이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꽃과 풀에 일가견 있는 수필가 한 분이 밤에 안 피고 낮에 피어서 낮달맞이 꽃이란 설명을 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꽃은 그저 빨간 꽃, 노란 꽃, 색으로만 구별하던 제가, 꽃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 대견스러웠습니다. 십자가 모양의 암술이 신기해 클로즈업하는 순간 벌 한 마리가 날아들었습니다.

분홍 낮달맞이 꽃은 하얀 십자가 모양의 암술 주위로 여덟개의 수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날아들어온 벌 한 마리가 거룩한 십자가처럼 생긴 암술 주변을 빙글 빙글 돌며 온 몸에 꽃가루를 묻히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열심히 온몸에 꽃가루를 묻히는 벌의 노동을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짠해졌습니다.

이 꽃 저 꽃 날아다니며 꽃들의 수정을 돕는 벌들처럼 우리들도 각자 삶에 주어진 과제를 잘 해내려고 애쓰며 삽니다. 잘 먹고 잘 자려고도 애쓰고, 좋은 부모, 좋은 배우자, 능력 있는 시민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도 힘씁니다. 때로는 여러 가지 내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일들로 나의 꿈들을 잠시 접어두고 살아야 하는 시기도 있습니다. 수고는 수고대로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힘에 부치는 날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오늘도 온몸에 꽃가루 묻혀가며 날아다니는 벌들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살아 내고 있습니다. 이렇다 할 멋진 업적을 세우진 못했어도, 우리들은 오늘 하루를 함부로 허비하진 않았습니다.

적어도 성실했다는 것 만으로, 그리 나쁘진 않습니다. 모든 일벌들, 오늘도 고된 노동의 땀을 뒤집어쓰고 집으로 돌아올 직장인들, 엄마와 아빠들, 학생들, 쑥쑥 크느라 고생 많은 예쁜 아이들, 모든 사람들에게 오늘도 수고 많았다는 말을 전합니다.
 
"당신의 아름다운 눈에 건배."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claire1209)에도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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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문화예술 교육 활동가/ 『오늘이라는 계절』 저자 - 5년차 엄마사람/ 10년차 영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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