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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라고 하면 듣던 사람들이 다들 재밌는 농담을 들은 듯 웃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이런 말에 머리를 끄덕이며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젠 어쩔 수 없이 중년임을 인정하고 늙을 준비를 구체적으로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이현수 박사가 올해 펴낸 <나는 나답게 나이들기로 했다>는 나이듦과 관련하여 신체적·정서적·영적 준비의 필요성과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여러 편의 논문과 책을 바탕으로 노화·운동·음식·마음관리의 중요성을 다루었는데, 단지 앎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도 제시하고 있어 더 유용한 책인 것 같다.

저자는 노인이 된다는 것에 당당하자고 주장하는데 크게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나서 고령사회가 되었음에도 안티 에이징, 동안 등 젊다는 것에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노인이 된다는 것이 부끄럽고 실패한 것처럼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부터라도 노인이 가진 귀한 것(지혜, 평화, 여유 등)들이 신체적 한계에 갇혀 빛을 발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겠다. 일본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소피가 노인이 되어서 하는 말 중에 '노인이 되니 크게 놀랄 일도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건 젊어서는 하기 어려운 얘기니까.

앞서 얘기한 노인이 가진 귀한 것들은 결코 저절로 생기지 않는데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은 마음관리다. 저자는 마음으로 마음을 치료하라고 하면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일 때 그 상황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가 문제라는 라자루스의 말을 인용한다.

즉, 생각이 바뀌면 그 생각에 동반된 감정도 바뀌기 때문에 우리는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먼저 떠오른 부정적 생각과 그에 따른 부정적 감정이 있을 때는 그 감정을 무시하지 말고 오히려 먼저 감정을 다루라고 한다.

최근 감정을 다루는 책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는데 많은 저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거나 무시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감정 자체는 옳고 그르다는 판단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정신과에서는 치료진이 환자와 대화할 때 치료적 의사소통을 활용하도록 하는데 그것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환자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게 하는 것이다. 표현되지 않은 생각이나 감정이 결국 마음의 병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먼저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내가 슬프구나', '내가 두렵구나', '내가 부끄럽구나'처럼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면 자신의 감정을 수용하게 된다.

두번째는 자신의 감정에 고마움을 표현함으로써 그 노고를 인정한다. 대체로 부정적 감정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경우가 많고, 또 그런 부정적 감정을 경험함으로써 다음에는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기능이 있으므로 고마워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이렇게 슬픈 것은 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다음에는 이렇게 슬퍼할 일이 생기지 않게 주의하게 만드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감정을 유발하게 한 상대방에게 하는 것이지만 사회 생활을 하면 이것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마음을 터놓을 만한 사람에게 얘기하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일기 쓰듯이 자신의 감정을 적어 보라고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동화 속 이발사는 갈대밭에 가서 소리친 후 편하게 생활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어떤 형태라도 표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나의 해석이지만 정신과에서 활용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결국 표현할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보면 틀린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방송인이며 목사인 프레드 맥필리 로저스는 자기 감정에 대해 말할 수 있을 때, 그 감정은 견딜 만해지고 두려움도 줄어든다고 했다. 그만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큰 힘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플러스 생각을 덧붙여서 정리한다. 부정적 감정이 부정적인 상태로 끝나지 않게 '~지만'으로 연결해서 긍정적인 요소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그 사람 말에 화가 나서 미치겠지만 이런 얘기를 걱정없이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으니 오늘 맛있는 것 먹으면서 속시원하게 얘기하면 괜찮을거야' 라고 하는 것이다.

마음을 잘 다스린다는 것은 곧 마음의 평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고, 마음이 평화로우면 스트레스 상황도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바라볼 수 있다. 영화 <인턴>에서 로버트 드니로처럼 안달복달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쾌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그의 행동이 결코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노인의 모습은 아닐 것 같다.

잘 늙는 것은 동안에 젊은이 같은 체력을 가지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수용하면서 마음에 평화와 여유를 가지는 과정이 되어야할 것 같다.

나는 나답게 나이 들기로 했다 - 인생에 처음 찾아온 나이 듦에 관하여

이현수 (지은이), 수카(2021)


태그:#마음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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