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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가치가 퇴색하는 세상입니다. 뿐만 아니라 급격한 자동화로 인간의 노동 그 자체가 종말을 고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마주했던 노동 현실의 민낯을 보며 현장의 관찰자이자 조율자로서 신입 노무사가 보고 겪고 느낀 것들을 독자와 공유합니다. [편집자말]
'특고'란 무엇인가.

현재 시점에서, 노동관계법령상 가장 문제가 되는 개념적 정의 중 하나가 바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 이하 특고)다. 긴 이름만큼이나 정의하기 어려운 특고는 현행법상 노동자로 분류할 수는 없으나, 사업주 등 고용인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인적·물적·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기에 개인사업자로 분류하기도 부적절한 존재다.

언뜻 생경해 보일 수 있는 개념이지만, 의외로 현대인은 특고를 일상생활에서 자주 만나고 있다. 먼저 '택배 아저씨'가 있다. 이들은 화물운송업 사업자면서 동시에 소속업체로부터 업무상 어느 정도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노동자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업체가 물건을 어디로 배송해달라고 지시하면, '택배 아저씨'는 이를 수행하되 그 구체적인 업무방법은 자기 판단에 따라 수행한다. 하루 배정된 물건 중 동선이나 물건의 무게 등을 고려해 최적의 동선을 짜는 것은 이들의 재량이다.

다음으로 코로나 시대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음식 배달원'이 있다. 이들은 배달대행업체에 소속되어 소위 "콜"이라 하는 지시에 따라 음식을 픽업하여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역시 어떤 콜을 잡을지부터 음식 배달의 경로, 일을 시작하고 끝내는 시간 등은 스스로 판단하기 때문에 완벽한 종속관계라고 볼 수는 없지만, 거꾸로 소속 업체로부터의 지휘·감독이 아예 없다고도 볼 수 없기 때문에 특고로 분류된다.

이외에도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125조에서는 보험설계사부터 학습지 선생님, 골프장 캐디 등 여러 직종에 종사하는 자들을 모아 특고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비록 전형적인 노동자가 아니라 해도 그 특성상 사회보험인 산업재해보상보험의 가입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용보험 가입까지 의무화되면서, 이들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확대되고 있다.
 
배달의 민족 배민라이더스.
 배달의 민족 배민라이더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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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노동자의 길

넓은 의미에서, 특고 또한 노동자임은 명백하다. 노동이란 '사용종속관계' 즉 사용자라는 우월한 지위에 있는 자에게 소속되어 일을 한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특고 또한 주로 하나의 사업에 소속되어 그를 위하여 일하며(조직적 종속성), 자신의 일에 타인을 대행시킬 수 없고(인적 종속성), 노동의 대가인 임금과 유사하게 지시받은 업무를 수행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다는 점(경제적 종속성)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사용종속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상당하다.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것은 정책적으로 매우 중요한데, 그 이유는 노동자의 헌법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근로기준법이나 노조법, 최저임금법, 산재보험법, 남녀고용평등법 등의 규율을 받으려면 우선 각 법에 따른 노동자성이 인정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회사 사장님은 노동자가 아니므로 근로기준법 상 연차휴가도 받지 못하고 주52시간제 적용에서도 배제된다. '진짜 프리랜서'라면 역시 누군가의 지휘 없이 독자적인 판단으로 업무를 수행하므로 노동자가 아니다.

하지만 특고는 '진짜 프리랜서'라고 보기 어렵다. 배달 라이더를 예로 들면, 소속사 내지 플랫폼을 통해서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 조직적 종속성은 문제될 것이 없다. 자기 영업에 따라 스스로 '콜'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완벽한 개인사업자라고 볼 수 없고, 배달의 대가로서 받는 수수료는 그의 노동의 대가임이 명백하며 그러한 수수료를 스스로 올리거나 내릴 수도 없다는 점에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장님'이라고 볼 소지가 적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독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데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성은 모든 노동관계법령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종속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판단한다고 차치하더라도, 그보다 낮은 종속성을 요구하는 노조법 상 노동자라고 인정받는 현재의 추세도 불과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루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노조법 상 노동자성의 판단 기준

법원이 특고(내지는 고용보험법 상 '노무제공자')의 노조법 상 노동자성을 판단하기 위하여 제시한 징표는 다음과 같다. (이하 대법원 2018.6.15., 2014두12598·12604 판결 참조)
 
⑴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⑵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⑶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⑷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전속적인지
⑸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⑹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이에 따르면, 배달대행기사는 ⑴ 소속된 플랫폼으로부터 소득 대부분을 얻고, ⑵ 플랫폼과의 계약 조건(콜당 금액 등)이 플랫폼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며, ⑶ 플랫폼은 배달대행기사를 통해 사업을 유지하며 배달대행기사 단독으로 콜을 받을 수 없는 점, ⑷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 간 법률관계가 전속적이어서 다른 업주를 위하여 일할 가능성이 없거나 낮으며, ⑸ 콜 수임에 따른 어플리케이션 등 시스템에 종속되어 어느 정도의 지휘·감독을 받고, ⑹ 그 배달대행 수수료가 배달이라는 노동의 대가이므로 노조법 상 노동자성이 비교적 명백하다.

비록 명백한 법원의 확정판단이 있었던 것은 아니나, 대다수의 의견은 배달대행기사 또한 위와 같이 적어도 노동3권과 그에 따른 노조법 상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노동자라고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하급심이나 정부 부처의 긍정적인 판단이 이어지면서, 배달대행기사로 구성된 '라이더 유니온'이 출범하여 쿠팡이츠를 대상으로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등 괄목할 만한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여전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노동환경을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통상적인 '노동자'로 관계법령의 완전한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특고가 산재보험법 상으로 규정되는 별도의 개념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로서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종속노동의 등장

단순 노동집약적 산업 위주였던 초기 산업화시대에는 업무의 프로세스가 단순하였고 기업의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았기에 사용자가 거의 모든 업무를 일일이 지시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우를 '완전 종속노동'이라고 표현하기로 하자.

하지만 4차 산업 등으로 노동현장이 변화하고 있는 지금, 이런 상명하달식 완전 종속노동이 이루어지는 업계는 거의 없다. 당장 내가 하고 있는 고용노무사로서의 일만 하더라도, 자문사나 사건 배정 등이 법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나면 그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온전히 개별 고용노무사의 몫이 된다. 물론 그 결과물은 법인의 이름으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사수님을 비롯하여 대표님의 최종 컨펌까지 받는 결재 절차가 존재하므로 지휘·감독은 상시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처럼 업무의 구체적인 수행방법을 지시하기 어려운 직종에 대해, 우리 법은 이미 '재량근로시간제'라는 예외적 제도를 두어 노무를 제공한 시간을 산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58조 제3항에서는 연구개발업무나 기사의 취재·편성, 디자인업무 등 업무 수행방법을 개별 노동자의 재량에 위임하는 성질의 업무에 대해서는 노동자대표와의 서면합의에 따라 특정 시간을 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말했듯 재량적인 판단이 필요한 노무사 업무 또한 이 재량근로시간제의 대상에 포함됨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업무수행의 재량성이라는 차원에서 이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배달대행기사 등 특고 또한 재량근로시간제에 따른 대상으로 분류하는 노동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전과 같이 사업주가 노동 프로세스의 모든 부분을 간섭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완화된 종속성 기준을 적용한다면 특고 또한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특고도 노동자

실제로 지난 2019년 고용노동부 서울북부지청은 배달대행 플랫폼 '요기요' 자회사와의 위탁계약을 맺은 배달기사를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로 인정했으며, 그 근거로 ⑴ 일반적인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임금을 시급제로 받았으며 ⑵ 회사 소유의 오토바이를 배달기사에게 무상으로 대여하면서 유류비 등을 회사가 부담한 점, ⑶ 이들 근무시간과 장소를 회사에서 정하고 이들이 회사에 출퇴근 보고를 했던 점 등을 들었다. 다만 이 사건의 배달기사는 배달수수료가 아닌 시간당 임금을 받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만큼, 이 판단만으로 모든 배달대행기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러나 노동자라는 개념은 불변의 명제가 아니기 때문에, 변화하는 노동환경에 맞추어 법상 노동자성 또한 바뀌어야 하며 실제로도 바뀌어가고 있다. 그것이 국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존재하는 노동관계법령이 추구하는 "노동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근로기준법 제1조)" 목적을 달성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분명 우리 법은 느리지만 계속해서 변화해 나가고 있고, 언젠가는 특고가 사용종속관계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법상 노동자임을 당당하게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기에 외쳐 본다. 특고도 노동자다. 특고도 법의 테두리 내에서 보호를 받아야 하는 사회적 약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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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조은노무법인 책임노무사, HR 책임컨설턴트 // 前 YTN 보도국 영상취재1부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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