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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가서 놀다 와라." 

어릴 적에는 "공부해라"라는 소리를 듣고 자랐지만 도시에서 자란 내 아이들은 늘 집에서 컴퓨터라는 기계와 놀고 있어 집 밖에 나가 놀기를 권하면서 한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집 아이들은 밖에 나가도 함께 놀 친구들이 없다며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아이들은 또래들과 놀이의 반복 과정에서 이기고 지는 경험을 통해 서로를 인정하고 성찰하는 방법을 배운다고 한다. 특히 모둠을 만들어 진행하는 공동체 놀이에서는 나와 남의 차이와 다름을 느끼며,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과 배려하고 함께 나누는 방법 등을 익히며 또래 집단 내에서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핵가족화가 고착화되고, 사회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동네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어지자 공동체 놀이도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학교에서라도 공동체 놀이를 통해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하나 쉽지 않다.

사회에서 놀이를 공부로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고, 사회가 경쟁이 심할수록 학교도 경쟁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향성이 있다 보니 결국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라는 사고가 지배하게 되었다.

그런 데다 요즘 세대일수록 컴퓨터가 제공하는 가상공간에서의 소통으로 성장하였고, 반려동물과의 생활을 통해 정서가 형성된 세대라는 특징으로 공동체 놀이를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 같다.
 
 지난 5월 증포초등학교에서 4학년 학생들이 놀이를 통해 학습을 하는 모습.
  지난 5월 증포초등학교에서 4학년 학생들이 놀이를 통해 학습을 하는 모습.
ⓒ 경기도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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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교사들도 비슷한 세대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공동체를 통한 놀이의 경험이 많지 않다. 특히 취업난으로 교사가 되기 위한 관문이 좁아지면서 경쟁을 위한 시험 중심의 생활로 공동체 놀이 경험이 있는 교사들의 숫자는 더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교육계의 가슴 아픈 현실이다.

교육행정은 학교에서의 안전성 문제로 놀이를 하다가 다치게 될 경우 학부모의 민원과 기관의 조사와 문책 등의 부담으로 놀이 보다는 학생들이 다치는 상황이 덜 발생하는 비활동적인 방향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학교에 안전과 관련한 교육 당국의 공문들로 인해 교사들의 심리가 위축된다.

놀 권리

경기도의회 김경희 의원은 이러한 현실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 놀게 하는 문화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조례라는 장치로 귀결했다.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 협약은 아동들이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 활동'의 참여를 권리로 인정하고 있으며, 각 국가는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촉진'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기본법도 '학교교육은 학생의 창의력 계발 및 인성 함양을 포함한 전인적 교육을 중시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초등학교 교장선생과 놀이전문가, 학부모지원 전문가, 청년, 시민단체 회원 등 교육과 놀이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2018년 12월 '경기도 어린이 놀 권리 조례 연구 모임'을 구성해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영국과 독일, 일본 등 외국과 국내의 사례를 통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아이들의 놀이 공간과 놀이 문화를 위해 자격증 제도까지 만들며 노력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2019년 5월 30일 고양시 일산동구청에서 경기도의회가 '어린이 놀 권리 보장 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진행하였다.
 2019년 5월 30일 고양시 일산동구청에서 경기도의회가 "어린이 놀 권리 보장 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진행하였다.
ⓒ 경기도의회 김경희 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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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관내 1300여 초등학교를 분석한 결과 주 1회 이상 놀이시간을 운영하는 학교가 47.5%로 나타났는데, 이는 수업 2차시를 묶어 연속수업으로 운영함으로써 중간에 쉬는 시간을 놀이시간으로 확보하고 다양한 놀이활동을 지원하고 있었으나, 그 효과의 검증과 법적 장치는 마련돼있지 않았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어린이 놀 권리' 조례(2019년 6월)에는 교육감의 책무에서 "어린이의 놀 권리 보장을 위한 지원계획을 매년 수립하고 시행(제3조)"하도록 되어 있으며, 학교장은 "실행 계획을 수립하여 교육계획에 반영하고 실행(제4조)"하도록 했다. 

그리고 "놀이 활동에 대한 실태조사(제5조)"와 "놀 권리 보장 위원회의 설치(제6조)"와 함께 교육감의 "행·재정적 지원(제9조)"을 담았다. 

조례 제정과정에서 지원계획 수립은 '교원'만이 아니라 교육의 주체인 '학부모'까지 확대됐고, '어린이 놀이 활동 활성화를 위한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방안'을 포함하여 법률적 토대를 명확히 하였다. 

경기도교육감과 일선 학교의 교장에게는 놀 권리 보장의 책무를 두어 실태조사와 구체적인 실효성 확보를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김경희 의원은 "어린이는 놀면서 자라고 꿈꿀 때 행복해하는데, 기성세대들의 빗나간 교육열이 초등학생까지 선행학습 현장으로 끌어들여 학원을 맴돌게 하는 고난의 삶에서 벗어나 조금이나마 행복해지기 바라는 마음"을 담고자 했다며,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제도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놀 권리' 조례가 제정된 이후 경기도교육청은 학교교육과정과의 업무 분장에 '초등 놀이교육 활성화 정책 추진'이 추가됐고, '경기 함께 놀자'라는 놀이 활동 지원 공간을 구축하여 학년군별 맞춤형의 일일선택활동, 가족 놀이활동, 학생 스스로 놀기, 나만의 요리활동 등 600여 편의 주제를 만들어 학생주도학습 및 융합프로젝트수업 등 다양한 사업들을 지원하고 있었다.

학교별 놀이공간도 학교 내 유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데 교실 내뿐만 아니라, 층별로 학년별 놀이교실 확보, 복도, 학교숲 등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었다.

증포초등학교 교사인 박해영 초등놀이교육정책실행연구회장은 "놀이는 뛰어노는 아이의 몸을 건강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긴장과 갈등이 해소되는 경험을 줌으로써 마음까지도 건강하게 합니다. 여럿이 어울려 함께 노는 경험을 통해 '관계'를 배우고 따뜻한 '우정'을 배웁니다. 놀이는 '건강한 성장'입니다"라며 놀이를 통해 배려하는 마음, 상상력, 창의성, 의사소통 능력까지 키워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놀 권리"조례는 경기도의원 정수의 58%인 81명이나 발의에 참여하였으며, 다른 교육청과 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제정하여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역할들이 확산되고 있다.

어린이의 '놀 권리' 조례가 자라나는 아이들이 시험 위주의 경쟁 학습에서 벗어나 학교생활의 여러 공간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마음껏 놀면서 공동체 생활을 익히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나눔을 통해 행복한 미래를 이끌어갈 주체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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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정의, 그리고 희망 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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