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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면서 아마도 '현지인 맛집' 같은 것들을 검색한 기억이 있을 겁니다. 그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대중적으로 유명한 곳이 아닌 진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찾는 곳과 그런 이야기를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겠지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중적인 곳들도 한 번쯤 가보는 것이 좋겠지만 강릉에 이미 여러 번 와봤다면 다른 곳을 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강릉에만 있는 공간, 강릉이라서 할 수 있는 이야기, 그런 것들을 연재해볼까 합니다.[기자말]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고 강릉부터 서울까지 KTX가 생긴 이후로 주말마다 강릉을 찾는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강릉에 주민으로 살고 있는 나와 친구들은 안목 커피거리나 초당에 군집한 순두부 가게들, 심지어 구도심에 위치한 중앙시장 같은 곳은 빨간 날에는 감히 가볼 엄두도 못낸다. 그만큼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강릉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은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곳이 터전인 사람들이 쉬고 재충전할 수 있는 한적한 공간들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니 자꾸만 사람들이 찾지 않는, 잘 모르는, 지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들어 알게 되는 '찐맛집'들이나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게 된다. 

강릉이 커피로 유명한 도시 중 하나가 되고 난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강릉에 오면 대부분 커피를 마시고 간다. 그러나 나 같은 경우,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매일 커피만 마시는 것도 한계가 있고, '강릉'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음식이나 가게보다 다른 곳을 찾는 게 습관이 되었는데 그러던 중 명주동에 제대로 된 짜이(Chai)를 맛볼 수 있는 카페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10월 5일, 이곳을 찾았다. 

따뜻한 짜이 한 잔으로 풀리는 여행의 피로
 
 개성있는 커피가게들이 모여있는 강릉 명주동에 위치한 유일한 짜이(Chai)가게 명주상회
 개성있는 커피가게들이 모여있는 강릉 명주동에 위치한 유일한 짜이(Chai)가게 명주상회
ⓒ 진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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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의 도시 강릉에서 마쌀라 짜이를 파는 가게. 특이하다.
 커피의 도시 강릉에서 마쌀라 짜이를 파는 가게. 특이하다.
ⓒ 진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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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쌀라 짜이'! 인도나 스리랑카, 방글라데시나 네팔 등을 여행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지역의 대중적인 음료인 이 마쌀라 짜이를 마신 기억이 있을 것이다. 마쌀라는 '향신료'를, 짜이는 '차(tea)'를 의미한다.

원래 인도에서는 차를 마시는 풍습이 없었는데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게 되고 인도에서도 차를 대량으로 생산하게 되면서 가격이 떨어져 서민들도 마실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보통 냄비에 향이 강한 아삼차와 계피, 생강, 정향, 카드멈 등의 여러 향신료를 섞어 끓인 후 여기에 우유와 설탕을 넣어 마신다. 현지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생활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음료다. 
 
 '마쌀라 짜이' 짜이는 '차(tea)'를, 마쌀라는 '향신료'를 의미한다.
 "마쌀라 짜이" 짜이는 "차(tea)"를, 마쌀라는 "향신료"를 의미한다.
ⓒ 진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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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여행지에서 이 마쌀라 짜이를 마신 경험이 있다. 나는 보통 아침을 잘 먹는 편이 아닌데 따뜻하고 향긋한 찻잎을 끓인 물에 우유를 넣고 따뜻하게 데워 달달하게 설탕을 넣어 마신 이 마쌀라 짜이 한 잔으로 여행의 피로가 풀리고 하루를 든든하게 시작했었다. 그런데 이 마쌀라 짜이를 제대로 만드는 곳이 강릉에 생겼다니. 

가게를 열고 들어가니 여행지에서 맡았던 이국적인 향신료의 냄새가 가득하다. 배낭을 메고 예산을 아끼고 또 아껴 떠난 나의 20대 첫 해외여행. 지금은 코로나19로 가고 싶어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는 여행이니 더욱 아쉬운 상황에서 가게에서 진동하는 짜이 향은 그 첫 해외여행의 추억을 단박에 불러일으켰다. 습습하고 더운내가 훅 끼치는, 온갖 향이 난무하는 그때의 여행지로 소환된 기분이랄까. 
 
 가게는 아담하다. 주로 동네 청년들이나 아는 사람들, 가끔 혼자 여행 온 사람들이 알고 알음알음 찾아온다.
 가게는 아담하다. 주로 동네 청년들이나 아는 사람들, 가끔 혼자 여행 온 사람들이 알고 알음알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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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주상회에서 만드는 마쌀라 짜이에 들어가는 재료들. 아쌈, 카다멈, 클로브, 시나몬, 진저, 넛맥, 스타아니스, 블랙페퍼, 월계수 잎이 들어간다.
 명주상회에서 만드는 마쌀라 짜이에 들어가는 재료들. 아쌈, 카다멈, 클로브, 시나몬, 진저, 넛맥, 스타아니스, 블랙페퍼, 월계수 잎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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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는 딱 보아도 주인장의 취향이 곳곳에 묻어있다. 배낭여행을 꽤 해본 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독특한 소품들 모두 사장님의 소장품. 인테리어도 직접 하셨다고. 여행지마다 조금씩 사서 모았을 현지 감성의 소품들과 찻잔들이 인상 깊다.

한켠에 꽂힌 많은 책과 흘러나오는 음악 모두 공간을 꾸려나가는 사람의 손이 닿은 것이다. 오랫동안 계획하고 만든 가게는 아니라고 했다. 그간의 삶을 되돌아보려고 떠난 인도여행에서 '돌아가면 짜이 가게나 할까' 농담삼아 했던 말이 현실이 되었다고. 
 
 가게 한켠에 사장님이 직접 모았다는 찻잔들이 정렬되어 있다.
 가게 한켠에 사장님이 직접 모았다는 찻잔들이 정렬되어 있다.
ⓒ 진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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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는 조용했다. 아직은 주로 동네 청년들의 사랑방이 되거나 지역 작가들의 쉼터, 여행을 추억하는 배낭여행객들이 찾아오는 한적한 공간이다. 가게 곳곳에는 지역에서 열리는 전시회나 행사 포스터도 붙어 있었다.

가게를 꾸려나가는 모습이나 속도가 주인장을 많이 닮은 듯 보였다. 혼자만 알고 싶은 공간이지만 찾는 사람들이 꾸준해야 오랫동안 남을 게 아닌가 싶어 홍보를 더 열심히 하시는 게 좋겠다고 권했더니 아직은 여력이 되는 만큼만 천천히 나아가고 싶다는 말이 돌아왔다.

"이런 공간이 생겨 너무 기쁩니다" 
 
 많은 책이 꽂혀 있고 짜이를 마시면서 잠시 빌려볼 수 있다.
 많은 책이 꽂혀 있고 짜이를 마시면서 잠시 빌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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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장님이 여행지에서 모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곳곳에 놓여있다.
 사장님이 여행지에서 모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곳곳에 놓여있다.
ⓒ 진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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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아는 사람들에게는 짜이 맛집으로 소문 난 듯. 방명록에 다녀간 사람들이 남기고 간 글과 그림
 이미 아는 사람들에게는 짜이 맛집으로 소문 난 듯. 방명록에 다녀간 사람들이 남기고 간 글과 그림
ⓒ 이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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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마신 짜이의 맛과 향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벌써 알고 찾아오는지 남기고 간 방명록의 글들에 진심이 묻어난다. 커피의 도시라고 알려진 곳에 생긴 작은 짜이 가게를 찾아오는 여행자들.

할 수 있는 만큼만 천천히, 제대로 해내려는 가게의 사장님과 조용한 가게. 비건인 손님들에게는 비건 짜이까지 가능한 명주상회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나만 알고 싶은 가게에서 그치면 안 될 것 같다. 이곳이 조금만 더 북적거리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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