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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도보여행가다. 섬, 산, 강, 우리나라 해안가 둘레길을 두루 걸었다. 걷기는 그에게 사유와 책으로도 이어진다.
▲ 한강변을 걷고 있는 이응석 작가 그는 도보여행가다. 섬, 산, 강, 우리나라 해안가 둘레길을 두루 걸었다. 걷기는 그에게 사유와 책으로도 이어진다.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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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인을 볼 때마다 선뜻선뜻 놀란다. 이런 노인만 있다면, '노인문제란 게 왜 있겠나?' 하고 생각도 하게 된다.

참, '노인'이라는 말에 불편함을 느끼는 분도 있을 것이다. 왜 '어르신'이라고 안 하고 노인이라고 해? 그만큼 '나이든 사람 - 노인'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노인들은 약하고, 거동이 불편해 주변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나. 치매라도 걸리면 가족과 사회의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스스로도 변한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완고한 고집을 꺾지 않고 강요할 때도, 우리는 그 노인을 피하고 싶다. 

그런데 다시, '이 노인' 이야기를 해보자. 그는 6.25전쟁이 끝나고 초등학교에 들어갔으니, 어느새 팔십에 가깝다. 그런데 그간 치아는 충치로 한 개쯤 잃었을 뿐이고, 눈은 지금도 안경 없이 신문을 읽는다. 매일 1만보 이상을 걷는데, 지팡이도 필요 없다.

어떤 날 걷다 보면 3만보쯤도 너끈하다. 밥도 술도 가리지 않고 먹는다. 한 주제를 가지고 어떤 때는 자연과학으로도 뻗고, 어떤 때는 인문과 사회과학으로도 확장한다. 호기심이 많아서 어떤 주제라도 달려들어 의견을 보태고, 의견이 설혹 달라도 화를 내지 않는다. 처음 발의된 논의에서 벗어나지 않고, 결론까지 나아간다. 

치매를 예방하는 두 가지 길 중 하나는 '유산소 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공부'다. 창의적인 사고를 하고, 손을 많이 쓰고, 사회적인 관계를 풍성하게 유지하고, 견과류와 신선한 과일을 규칙적으로 먹고, 잠을 잘 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하는데, 대개의 이런 대책들은 서로 붙어있다.

잘 걷는 사람은 많은 활동을 절로 하게 되고, 좋은 잠이 따라온다. 공부를 하는 이는 사회적인 대화도 창의적 사고에도 익숙하게 된다. 이 노인은 이런 점에서도 출중하다. 
 
성수동을 걷고 있는 작가 이응석. 그는 매일 작은 배낭을 메고, 걷는 일을 반복한다.
▲ 그는 물론 도시도 걷는다. 걷는다는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다. 성수동을 걷고 있는 작가 이응석. 그는 매일 작은 배낭을 메고, 걷는 일을 반복한다.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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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인, 이응석 작가를 만났다. 그는 도보여행가며 작가다. 최근에 <자유, 너는 자유다>(북랩) 책을 냈다. 부제가 '길 위에서 고독과 사색으로 건져올린 1001개의 아포리즘'이다.   

- 아포리즘이 뭔가?
"우리가 알고 있는 아포리즘 중 대표적인 것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이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의 <아포리즘>엔 위 짧은 경구가 새겨져 있다. 아포리즘을 구성하는 요소는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누가 말했는가가 명확하게 남아있다. 둘째 교훈이나 가치를 전달한다. 셋째 그러나 동시에 말할 수 있는 것은 '삶의 진실-사실'에 대해서 합리적이고, 우리가 공감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이다. 물론 개인의 견해란 점도 있어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30년 동안을 걸어왔고, 그 길에서 건져올린 사유들을 아포리즘으로 담았다."

- 사유가 공부보다 효율적일까?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이 훨씬 더 우리에게 통찰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은가?
"자연이야말로 가장 많은 장서를 보관한 최고의 도서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건 길 위로 떠나본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다. 자연은 말없이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대백과사전이다."

- 예를 들자면?
"나는 곶감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꽃이자 가장 아름다운 겨울꽃이라고 적었다. 아자개가 놀던 상주 너른 들판에 가면 집집마다 감을 깎아 집에 매달아 놓는다. 처마 밑서 헛간서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뽀얗게 분칠한 누이처럼 아름다운 꽃이 된다. 이런 것을 보는 것은 삶에 작은 환희다."
 
걷기를 통해 사유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 <자유, 너는 자유다>북랩. 1001개의 아포리즘을 묶었다. 걷기를 통해 사유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 이응석, 북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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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으면서 느끼는 게 있다면. 
"불편을 감수하라는 것이다. 그게 훗날 당신을 살릴 것이다. 문명사회는 인간 본연의 삶을 빼앗아가는 모순덩어리 사회다. 우리는 문명을 너무나 발전시켰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인류의 끝도 다가왔다. 내가 일주일에 세 번 자연에서 생활하고, 매일 걷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했기 때문에 두 손을 사용하고, 뇌를 키워 사용을 하고, 숨을 편하게 쉬고,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인류의 인류됨이 걷기로부터 왔는데, 지금은 그걸 방해하는 모든 것들에 휩싸여서 산다. 나는 인류문명에 위기의식을 느낀다. 만보는 하늘이 내린 보약이다. 이런 내용들이 다 내 아포리즘에 있다."

- 꼭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있다면?
"나라에서 정책으로 받았으면 하는 것들도 있다. 셋만 꼽자면 먼저 독서복권이다. 인센티브를 주어 책을 읽게 하고 싶다. 둘째 코리아 타이거 프로젝트도 진행했으면 한다. 악산을 없애고 바다를 메워 땅을 넓히자고 주장했다. 셋째 건강을 스스로 지키는 이들에게 국민건강수당을 지급하자는 얘기도 하고 싶다. 스스로 건강을 지키는 이들에게 혜택을 주면 건강보험 부담도 확 줄어들 것이다."

이응석의 아포리즘에 모두 동의할 수는 없다. 어떤 때 그의 아포리즘들은 서로 충돌하기도 하는 듯하다. 다만 그가 그 아포리즘을 걷기에서 얻었다는 것, 그 사유를 '언어화' 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 그 긴 시간 동안 땀을 흘리고 뇌를 가동했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런 지점들은 마땅히 내가 본받고 싶은 점들이다. "걷기와 공부! 이것이 노인을 살릴 것!"이라는 평소의 주장을 언제나 묵묵히 실천하고 있다는 점 역시 그의 글을 신뢰케 하는 지점이다. 
  
이응석의 아포리즘은 1부 자연, 2부 인간, 3부 삶 죽음, 4부 여자 사랑이다. 2부 인간편 371장엔 그런 말도 있다. "두려우면 밤이 길고, 피곤하면 길이 멀고, 어리석으면 생과 사가 길다." 슬쩍 3부도 봤다. 13장 "빨리 죽고 싶다고 자기 최면을 걸어라. 그것이 바로 심리적 장수다." 줄이고 줄이면 엿이 되고 두부가 되나니, 거품을 걷고 헛물은 버리고 알맹이만 남기란다. 4부 여자와 사랑도 들췄다. 제9장 "아내 사랑은 가장 확실한 노후 펀드다." 동의!  

아포리즘을 우리가 자주 소환하는 건, 그것이 세계를 보는 관점을 주거나 통찰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로 통렬하게 '짧은 인생'을 느끼지만, 대개는 그걸 인지하지 못한 채로 산다. 그러다 죽을 때가 되어 후회할 줄 우리는 안다. 그러니 'life is short'이라는 경구로서 우리는 매번 깨어난다. 그리고 'Art is long'이라는 경구로 우리를 다시 다독인다. 깨어나라고 일어서라고! "짧은 인생을 불태워 영원한 것을 창조하라"고! 아포리즘은 글자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글자를 읽고, 우리가 나서야 할 곳은 자연이라는 점도 지혜가 보여주는 역설의 모습일 것이다.

자유, 너는 자유다 - 지혜의 산책

이응석 (지은이), 북랩(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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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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