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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국내를 넘어 국제적으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깐부'라는 말이 정치권에 진출했다. 지난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는 홍준표 후보의 공세에 "홍 선배님! 우리 깐부 아닌가요?"라며 서로 동지임을 강조했다. 홍  후보는 윤 후보에게 "깐부는 서로 음해하지 않는다"며 맞받아쳤다.

이뿐만 아니다. 국내 다수의 언론들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최종 4인에 남은 후보들 중 '누구와 누가 깐부인가'를 놓고 예측하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 대한민국 정계는 '깐부판'이다.

깐부는 '구슬놀이를 할 때, 함께 구슬을 공유하는 친구'를 뜻한다. 이는 어원이 불분명한 채 여러 마을에서 사용된 단어다. <오징어 게임>에서 주인공 성기훈은 평소 가깝게 지낸 노인 오일남과 한 조가 돼 구슬 게임에 참여한다. 안타깝게도, 둘은 구슬놀이를 하여 이기는 자만이 살아남는 잔혹한 운명을 맞이한다. 이때 오일남은 한 조가 된 성기훈에게 '우리는 깐부'라 말하며, '네 것과 내 것이 없는 사이'라고 설명한다. 오일남이 말하듯, '깐부'란, 이해관계나 특수한 목적이 없는 상황에서만 쓸 수 있다.

특히 정치인들이 말하는 '깐부'는 듣기에 매우 거북하다. 30년 전의 부산의 초원복집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김기춘 법무부장관은 199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산의 고위공무원들을 모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우리가 남이가? 같이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 목숨을 함께 할 사이, 아름다운 문경지우의 모습이 아닌가. 그러나 그들이 굳이 이렇게 진한 우정을 선언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전라도에게 정권을 뺏길 수 없다' '지역감정을 일으키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잔머리였다. 정치판 깐부는 그렇게 탄생한다.

누군가 이야기한다. 언젠가 국회의원들이 모두 하나 돼 싸우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국회의원 모두가 깐부를 맺는 세상을 생각해보자. 생각해 보니 우리는 국회의원 모두가 깐부였던 세상을 살아본 적이 있었다. 대통령과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싸우지 않고 한마음 한 뜻으로 살았던, 언론은 정각이 '땡'하면 대통령 뉴스를 시작으로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주던 때가 있었다. 진정으로 평화로운 한국판 요순시절(?)이었다.

정치판 깐부가 다시 기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단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정책으로 싸워야 한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정치가 싸우지 않으면 국민이 피폐해진다"는 주장이 이것을 잘 담아내고 있다. 언론 또한 이들의 건강한 싸움을 장려하고, 기회가 되면 그들과 함께 싸워야 한다.  정치판이 <오징어 게임>과 가장 확연하게 다른 점은 열심히 싸우면 모두가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어쭙잖은 깐부놀이 그만두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길 바란다.

태그:#윤석열, #홍준표, #깐부, #국민의힘, #김기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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