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의 포스터.

영화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의 포스터. ⓒ (주)시네마틱퍼슨

 
생각해보면 '스타트업' 회사가 이렇게 주목을 받을 일이 있었나 싶다.

'이 스타트업'에서 내놓은 서비스는 나올 때부터 온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기존의 서비스에 실망한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고, 서울에서만 1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용하곤 했다. 그 만큼 논란도 커졌다. '기존 서비스의 편법 영업'이라는 비판도, '시도한 적 없는 새로운 플랫폼'이라는 옹호의 목소리도 컸다.

결국 이 논란은 사회 전반을 뒤덮었다. 기존의 서비스에서 근속하던 이들이 광화문에서, 여의도에서 '이 서비스를 막으라'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결국 이 서비스의 이름을 딴 '금지법'이 국회에 발의되고 일사천리로 통과되기까지 했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의 한국 사회면을 뒤덮었던 이 서비스의 이름, 바로 '타다'다.

어쩌면 한국에서 여러 의미로 가장 '핫'했던 스타트업이었던 VCNC의 '타다' 서비스를 돌아볼 수 있는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지난 10월 14일 개봉해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1만 명의 관객을 돌파한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이야기다. 영화는 '타다 금지법' 이전과 이후 '타다' 안팎에 있었던 이들의 말을 담아냈다.

이동의 혁신이 태어난 순간

영화의 시작부터 비범하다. 영화는 '타다' 승합차 겉에 붙어있던 스티커를 떼어내는 데서 시작한다. 서울 한복판을 누비던 승합차는 어느새 사진발 잘 받은 중고차가 되어 팔려나가는 신세가 된다. '타다'에서 쓰이던 중고차를 구매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영화가 시작된다.

이어 회사 내에서 자신을 '제이크'라고 지칭하는 박재욱 VCNC 대표가 나와 회사에 대한 소개를 이어간다. 커플들이라면 한 번쯤 써봤을 법한 커플 SNS인 '비트윈'(현재는 크래프톤에 인수)을 만든 회사다. 박 대표는 VCNC가 카쉐어링 플랫폼인 쏘카에 인수된 것을 계기로 "기존에 없던 모빌리티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운행시절 '타다 베이직'의 모습. 타다는 혁신적인 서비스라는 별칭과 함께 100만 가입자를 모았지만, 반대로 택시 업계에서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운행시절 '타다 베이직'의 모습. 타다는 혁신적인 서비스라는 별칭과 함께 100만 가입자를 모았지만, 반대로 택시 업계에서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 박장식

 
사실 이전에도 택시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적지 않았다. 당장 승차거부나 택시 종사자들의 불친절 문제, 택시 차량 내의 환경 문제 등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런 상황은 시민들이 새로운 이동 수단, 즉 '모빌리티 서비스'를 환영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역설적으로 차량을 필두로 한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무덤과 같은 곳이었다. 당장 한국에서도 카카오에서 '카풀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다가 택시 업계의 엄청난 반발에 시달려 서비스를 중단했고, 우버는 아예 한국에서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현재는 SK텔레콤과 합작한 'UT' 서비스로 선회했다.

그런 상황에서 법의 특례를 활용해 만든 것이 '타다'였다. 여객자동차 운송사업법에는 11인승 이상 차량을 대절하는 경우 운전기사를 딸린 채 운행할 수 있는 조항이 있었다. 그렇다면 승합차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을 터. "이 차를 나 혼자 탄다고?"라는 반응도 나왔지만, 널찍해진 실내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우여곡절 끝에 드라이버를 모집하고 처음 운행을 시작한 '타다 베이직'. '타다 베이직'은 목적지로 돌아가지도 않고, 차내에서는 좋은 향이 나며, 기사는 원칙적으로 말을 걸지 않고, 음악은 '뽕짝' 대신 클래식FM이 나왔다. 기존 택시의 '안티테제'가 나온 것이다. 그런 타다는 많은 팬들을 양산해내는 데 성공했다.

당장 영화에 '타다 이용객 역'으로 나오는 이두희 프로그래머가 그런 팬 중 하나였다. 이씨는 "처음에는 '나에게 과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타고 나서 첫 경험이, 기사님이 아무 말도 안 하고 그저 자유 시간을 준 것이었다. 너무 편했다"면서, 카메라 앞에 100번 이상 '타다'를 타고 내린 기록을 보이기도 했다. 

일반 택시보다 비싼 가격이었음에도 타다의 팬을 자처하고 나선 사람들이 많았던 데는 다른 택시보다도 편안했던 경험이 한몫했을 터. 프리랜서 작곡가, 그리고 수행기사를 했던 경력의 '타다 드라이버'들도 영화에 나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초기 순항했던 타다의 경험을 공유하곤 했다.

암초를 피했더니 절벽을 만났다
 
 영화 <타다: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의 스틸컷.

영화 <타다: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의 스틸컷. ⓒ (주)시네마틱퍼슨

 
하지만 그런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택시업계의 본격적인 반발이 시작된 것이었다. 타다 서비스를 막으라며 여의도 앞에서,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검찰은 '제이크'를 상대로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위반으로 기소를 하는 등 본격적인 위기가 벌어졌다.

영화는 위기에 놓인 택시 업계와 운행을 시작한지 1년이 갓 넘은 스타트업이 벌이는 파워게임 이야기를 담는다. 2019년의 말미, 그리고 2020년의 시작까지 여느 신문의 사회면의 한구석은 '타다'와 사람들의 싸움으로 채워졌고, 뉴스와 시사방송에서는 '타다의 위법성'에 대해 토론을 벌이는 대담이 벌어지곤 했다.

그렇게 검찰에 기소된 타다는 재판정에 섰다. 온 사람들의 이목이 주목된 가운데에서 펼쳐진 1심 재판 결과는 '무죄'였다. 영화에는 박재욱 대표가 여러 매스컴의 카메라 앞에 서서 웃는 모습이 전국으로 퍼지는 모습이, 그리고 VCNC 사람들이 그날 밤 종이컵에 와인을 따르며 '우리 회사의 생존'을 함께 기뻐하는 파티를 벌인 모습이 차례대로 담겼다.

하지만 암초를 피한 '타다'는 절벽 아래로 몰렸다. 지난 2019년 말미부터 국회에 발의되었던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단기간의 랜터카 운송을 금지하는 '타다 금지법'이 1심 재판 직후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것이었다. 법사위를 통과한 '타다 금지법'은 '타다 활성화법'이라는 이상한 별명도 붙어버린 채 이윽고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며 '타다'를 멈춰세웠다.

영화에는 당시 법사위에서 '타다 금지법'을 끝까지 반대했던 이철희 전 의원이 나와 그 당시를 회상한다. 그는 영화에서 당시의 장면을 보면서 "끝까지 막았다"면서 쓴웃음을 지은 뒤,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겨울이 춥다고 해서 사계절 내내 패딩만 입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 아니냐"라면서 반문한다.

암초를 피했다며 기뻐했다가 14일 만에 회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직원들은 더한 마음이었다. 한 직원은 "이렇게 법을 뜯어고치면서까지 불법으로 만들 줄은 몰랐다"며 허탈해했고, 다른 직원은 "지금 그 회사에 있을 필요가 있냐, 그만 하고 쉬라"는 이아기를 듣기도 했다며 씁쓸하게 말했다.

'스타트업의 악전고투'도, 혁신과 현실 사이의 '이전투구'도
 
 영화 <타다: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의 스틸컷.

영화 <타다: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의 스틸컷. ⓒ (주)시네마틱퍼슨

 
물론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은 절벽에서 밀려 떨어질 위기에 처한 '타다'의 모습을 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VCNC 사람들이 어떻게 '타다'를 다시 부활시키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어쩌면 영화의 클라이막스 같은 부분이다. 현재도 사람들을 태우는 '타다 라이트'를 어떻게 다시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 이후의 서비스 역시 어떻게 고안했는지의 이야기가 스크린을 맴돈다.

그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스타트업'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기대할 법한 악전고투의 모습이다. 특히 영사기 너머에는 '혁신'이라고 불리던 서비스를 법에 의해 문을 닫아버려야만 한 이후의 상황에서 모든 직원들이 포기 않고 합심해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하기까지의 모습이 날것 그대로 담겨 있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혁신이라는 서비스를 두고 다른 기존 서비스의 종사자, 그리고 그 종사자들의 표를 의식해 해당 서비스를 중단하는 결과까지 가는 이전투구의 잔혹동화를 자꾸만 떠올리게끔 한다. 특히 '타다'라는 서비스를 처음 만났을 때, 그리고 그 서비스를 경험했던 개개인의 기억을 대입하면 더욱 그렇다. 

영화의 처음과 끝의 여운도 깊게 남는다. '타다'에 쓰였던 승합차 차량이 서울 곳곳을 누비는 장면으로 시작한 영화는 끝날 때 즈음에도 다시 '타다'에 쓰였던 승합차 차량을 등판시켜 서울 곳곳을 누비게끔 한다. 영화의 시작 때 보았던 차의 모습과, 지금 현재로 돌아와 이 승합차 차량을 볼 때의 기분은 분명 다를 수밖에 없다.

'타다'를 만들고 운행했던 구성원, 그리고 '타다'라는 서비스에 찬동한 사람들만의 이야기로 영화가 꾸려졌던 것, '타다'라는 서비스를 둘러쌌던 어두운 면은 영화에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랬기에 더욱 '타다'라는 서비스, 나아가 '스타트업'이라는 한 생명체의 이야기를 집중하고 볼 수 있게 된다.

영화 이후에 벌어지는 소식도 묘하다. 금융앱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타다'의 지분 60%를 인수한 데 이어, '타다 베이직' 서비스 역시 개인택시 면허를 인수해 '타다 넥스트'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한다는 소식이 최근 나왔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뉴스를 집어든 사람들의 마음을 이상하게 잡는, 어쩌면 마치 영화의 연장선같은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는 양면적인 매력이 있다. '타다 베이직'의 1년 6개월의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리라 예상하고 표를 집어들었던 사람들이라면 그 이후 '스타트업'이라는 배를 운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도 있을테고, 반대로 '스타트업의 초상'이라는 부분을 알고자 상영관에 들어왔다면 '타다 베이직'이라는 서비스가 정부와 정치라는 몫 앞에서 스러져야만 했던 모습을 무겁게 지켜볼 수도 있을테다.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타다 스타트업 다큐멘터리 영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