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듯한 직장을 때려치우고 스타트업 회사에 들어가, 프로그램 개발자로 일하는 29살 미래(최성은 분). 그에겐 일러스트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바일 액세서리로 대박을 꿈꾸는 남자친구 윤호(서영주 분)가 있다. 어느날 미래는 메스꺼운 느낌이 간밤의 숙취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약을 사먹으려 한다. 그러나 의문스러워 하는 약사 때문에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임신 10주 차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그는 "남친과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임신이 될 수 있냐"며 산부인과 의사에게 막무가내로 따지기도 하고, "운명처럼 찾아온 아이니까 무조건 낳아서 키우자"는 남자친구의 말에 도망치기도 한다. 임신중절을 해 준다는 병원을 찾아가 상담을 받아보지만 불법인 데다 이미 약으로는 중절할 수 없는 시기라 수술을 해야 한다기에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산부인과 병원에서 우연히 선배를 만나 그의 임신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결국 양가 부모님들과 상견례까지 하게 되고, 마침 미래의 회사도 일이 잘 되어서 남자친구와 함께 중국 상하이로 떠나게 됐다. 그리고 회사에 임신 사실을 알렸는데 대표의 반응이 황당하다. 회사가 잘 되기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한 미래를 내치겠다는 게 아닌가. 뭐 하나 되는 일이 없는 미래,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까?

단편의 총아 남궁선 감독의 장편 데뷔작

남궁선 감독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출신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입학했다. 2007년 단편 <세상의 끝>으로 주목을 끌고, 2009년 단편 <최악의 친구들>로 미쟝센 단편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며 기대를 모았다. 이후 10년 만에 장편 데뷔작 <십개월의 미래>로 찾아왔다. 남궁선 감독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졸업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남궁선 감독이 임신한 이후 겪은 이야기를 담은 내용으로, 감독 본인의 자잘한 경험은 넣되 자전적인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려 했다고 한다. 

온전한 임산부의 세계

영화는 총 11개 챕터로 나뉘어져 있는데, 한 주 한 주 지날수록 점점 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을 뿐더러, 원하지도 않은 일이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 버릴 만큼의 파급력과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면 어떨까. 이미 그보다 더 무서운 게 없을 텐데, 그 누구도 내 편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십개월의 미래>만의 특징이라고 하면, 진지한 상황에서도 코미디 요소를 더한 톤 앤 매너를 처음부터 끝까지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가 절대적인데, 특히 미래 역의 최성은 배우와 산부인과 의사 옹중 역의 백현진 배우가 큰 지분을 차지한다. 둘은 무조건 함께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마다 따로 정반대의 느낌으로 또 같이 톡톡 튀는 매력이 시너지를 일으켰다. 영화를 순간적으로 꽉 채웠다. 

그러나 준비되지도 원하지도 않은 임신이라는 상황에 더해 외부적인 요소들도 최악으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은 기승전결의 감정선을 느끼기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대신 영화가 선택한 건 온전한 임산부의 세계다. 

이 영화가 다큐와 호러를 오가는 이유

이 영화가 선택한 임산부의 세계를 따라가 보면 '다큐멘터리'가 펼쳐진다. 특히 미래가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는 선배 강미의 역변이 크게 와닿는다. 그녀는 미래와 달리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며 원하는 걸 다 이뤘다. 그러나 그도 출산 이후에는 모든 게 무너져 있었다. 미래의 롤모델인 그녀가 아기 때문에 다 끝났다며 울고 있었다. 누구한테도 쉽게 알리지 못했던 속마음이 가감없이 투영된, 다큐 이상의 다큐였다. 

<십개월의 미래>는 얼핏 '저출산 조장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영화를 호러라고 자신 있게 부를 수 있는 이유이며, 다큐가 펼쳐지는 지점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과연 누가 아기를 낳고 싶겠는가? 하지만 이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단연코 저출산에 있지 않다. 아기를 낳지 마라고도 하지 않으며, 심지어 아기 낳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려 주려는 의도도 아니다. 단지, 아기를 낳는 게 이렇다라는 걸 알려 주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고민과 큰 결심이 수반되는가. 

그렇지만, 미래가 확고한 선택과 결정으로 중절을 하지 않고 아기도 포기하지 않는 게 이 영화의 또 다른 포인트다. 어영부영 그렇게 저렇게 시간이 지나가 버리고 말지만, 그게 우리네 일반적인 모습이지 않을까. 임신이라는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는 걸 알아 달라는 주문, 상황을 헤쳐 나가는 모습은 지극히 평범하고 보편적으로 그린 방식, 보는 이들이 조금 헷갈릴 수는 있겠지만 생각할 거리도 많고 재미도 있었으니 제 몫은 다한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