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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10대는 어떤 시기일까. 어린이의 연장일까, 어른 대접을 해야할 때일까. 이렇게 정리하면 어떨까. 막판 투자를 퍼부어야 하는 시기라고. 영, 수, 과학 학원비를 말하는 거냐고 묻는 부모도 있겠다. 아니다. 물론 물질적인 투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정서적인 도움을 쏟아 부으시란 이야기다.

정말 중요한 시기이며 아이가 진실한 자신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부모가 최대한 도움을 주어야 하는 때가 10대이다. 그건 평생 하는 거 아니냐고? 꼭 그렇지는 않다. 18세가 넘으면 부모의 노력 여하에 따라 아이들은 손이 안 가는 독립적인 어른이 되기도 하는 반면, 평생 따라다니며 사고친 것을 막아줘야 하는 길에 들어서기도 한다.

10대의 아이들은 몸이 큰다. 13~14세가 되면 남녀 모두 2차 성징이 나타나며 어른의 몸이 되어 간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키가 크고 털이 나며 심장은 거의 2배의 크기로 자랄 정도로 급격하게 변화한다. 잠자는 패턴도 바뀐다. 수면을 유발하는 호르몬 멜라토닌이 어린이일 때보다 늦게 분비되기 때문에 저녁에는 잠이 오지 않는다. 새벽 1~2시가 되어야 잠을 잘 수 있다. 슈퍼맨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늦잠도 잔다.

부모로서 꼴 보기 싫다. 하지만 이걸 알아야 한다. 10대 아이들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은 원시시대 때부터 이어 온 인간의 유구한 전통인 동시에 그들의 몸이 시키는 일이다. 어쩌면 새벽 기상은, 10대의 신체에는 무리인데 억지로 어른들이 사회적인 규율로 만들어 놓은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몸이 성장한다는 것은 우리가 겉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면 뇌는 어떨까?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3세에서 5세까지 급속 발달하고, 9세까지는 뇌의 구조와 '방'들이 들어선다. 이 방 저 방의 뇌기능들이 연결되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가장 늦게 발달하는 것이 전두엽(prefrontal lobe)이며 이 부분의 성장과 다른 뇌 부분과의 원활한 연결이 바로 10대에 일어난다. 점점 사고는 빨리 이루어지고 복잡한 것도 생각할 수가 있고 힘든 공부도 해내지만 아직 뇌세포 간의 연결이 성숙되지 못했고 특히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변연계와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의 연결이 미약하다.

뇌가 공사 중인 10대 시절에는 감정이 힘이 세진다. 슬픔도 어른보다 두배로 느끼고 화가 나도 어른보다 두 배로 화가 난다. 감정의 강도가 강하여 어떨 때는 자신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강한 감정에 약하고 전두엽 미발달로 선명하게 사고하기가 불가능하다. 변덕도 죽 끓듯 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종잡을 수 없이 행동한다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한다. 

10대는 자기에게 관심이 굉장히 많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가 가장 중요하다. 친구 사이 안에서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로 자신의 값어치를 매기고 있다. 예전에는 그냥 학교나 이웃 친구였다면 이제는 소셜 미디어로 전세계의 10대와 경쟁하며 자신을 보고 있다, 매일매일 평가하며. 어느 날은 값이 좀 높고 어떤 날은 형편없어서 괴롭다. 

가치관에도 변화가 온다. 아이들은 이때에 자기 자신만의 도덕과 규율을 새롭게 세우고 싶어 하며 부모가 갖고 있는 가치 체계에 점차 의문을 가지게 된다. 독립적인 사고를 시작하게 되어 부모에 대한 거부와 비판도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로봇이 아니라면 부모가 하라는 것에 도대체 왜 그래야 되지라고 의심을 품는 것이 일반적이다.

감정이 강하고 비판의식이 날카로운 이 시기에 호주의 청소년들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이제 막 하이스쿨에 입학한, 아직 어리기만 한 13살이 3년 뒤에는 HSC과목을 선택해야 하고 이것은 대학입시로, 미래 직업으로 이어진다. 14세 반에 일을 시작할 수 있고, 16세가 되면 운전면허에 도전할 수 있고, 18세가 되면 술, 담배, 도박, 포르노, 투표권 모든 것이 제한 없이 다가온다.

아직 몸도 자라고 있고 머리도 혼란스러운데 겪어야 하는 일은 엄청나다. 생리도 몽정도 처리해야 하고 남자친구, 여자친구도 기웃거려 봐야 하고 파트타임 일도 찾아 봐야 하고 운전도 익혀야 하고, 소셜 미디어에 자신의 존재감도 과시해야 하는 와중에 한인 가정의 아이들은 무엇보다 공부, 공부, 공부의 압박이 짓누른다. 아이들은 점점 독립의 꿈을 꾼다. 

우리의 10대 아이들은 행복할까? 한인 가정의 아이들 뿐 아니라 대개는 그렇지 않다. 매일매일 행복해서 웃고 있는 10대는 굉장히 드물다. 10대가, 특히 부모와 있을 때 뾰로통해 있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실 10대는 두렵다. 겁에 질려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아이는 없다. 어른이 잘 살펴 보아야 한다. 아이들은, 지고 있는 짐은 무거운데 어떻게 지고 가야 하는지 잘 모른다. 부모는 여기서 아이의 손을 잡고 이 시기를 같이 견뎌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일단 이렇게 해보자.
- 충분한 수면시간 확보에 신경 쓰자. 아이가 낮잠을 잔다면 내버려 두시라. 평균 9시간 정도 자는지, 보충 잠이라도 자는지 관심을 기울이시라. 
- 아이가 대든다고? 아 우리 아이는 정상적인 10대구나 생각하고 기뻐하시라.
- 전두엽도 뇌 구석구석의 연결도 미발달 된 아이들은 자신의 상황을 타개할 만한 고유의 전략을 찾게 된다. 화가 날 때는 시끄러운 음악을 듣는다든지 운동을 한다든지 친구와 수다를 한다든지 게임을 하면서 풀 방법을 찾는다. 이것을 파악하고 인정해 주시라.

아직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칼럼으로 계속 글을 엮어야 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호주내 한국어 신문 한호일보 hanhodaily.com에도 같이 실립니다.

김지현 Mina Kim
호주 부모교육 라이선스 프로그램 Tuning into Teens, 미국 라이선스 Circle of Security 교육 이수. 현재 NSW릴레이션쉽스오스트레일리아 www.relationshipsnsw.org.au 에서 6주 과정 10대 자녀 양육 세미나 진행. * 이 칼럼의 내용은 멜번 대학 University of Melbourne 에서 개발한 Tuning into Teens의 교육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질문이나 의견은 nodvforkorean@gmail.com로
트위터@nodvforkorean


태그:#10대, #10대자녀양육, #부모교육, #청소년, #호주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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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24년째 거주중인 한인동포입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여러 호주의 커뮤니티 서비스 기관에서 일해왔고 있고 현재는 한인 부모를 상대로 육아 세미나를 진행 중입니다. 호주에서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를 주로 기사로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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