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관련 이미지.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관련 이미지. ⓒ 소니 픽쳐스

 
세계관의 문을 열 것인가 혹은 장엄하게 닫을 것인가.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캐릭터들은 그 자체로 힘이 있다. 할리우드에선 이를 이용해 세계관을 더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확장해오곤 했고, 그 대표 주자가 디즈니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일 것이다. 마블 영화 시리즈가 문을 열고 있는 쪽이라면 15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아마 장엄하게 문을 닫는 쪽 아닐까.

스파이더맨 판권을 갖고 있는 소니 픽쳐스는 그간 20년에 걸쳐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꾸준히 발표해왔다. 2001년 샘 래이미 감독이 연출한 세 편의 '스파이더맨'이 일종의 오리지널이라면 마크 웹 감독은 여기에 '어메이징'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또다른 스파이더맨의 매력을 담아냈다. 그리고 존 와츠 감독은 이른바 디즈니와의 협약 결과물로 마블의 어벤져스와 연결된 스파이더맨의 서사를 쌓고 있는 중이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바로 어벤져스와 연결고리를 완결하는 동시에 꾸준히 리부트되어 온 스파이더맨의 대장정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의미 또한 지닐 것이다. 이야기는 평범한 10대 학생처럼 보인 피터 파커(톰 홀랜드)가 스파이더맨이었다는 사실이 미국 전역에 알려지며 시작된다. 지구를 구한 영웅인가 혹은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할)를 죽인 살인마이자 분란을 일으키는 말썽 종자인가의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피터 파커는 물론이고 연인 엠제이(젠데이아)와 절친 네드(제이콥 배덜런)까지 일상의 위협을 받는다. 

사건은 아주 사소한 결정 하나로 벌어진다. 피터 파커는 이들을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비치)를 찾아가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기억을 없애줄 것을 부탁하는데 그 과정에서 주문이 잘못 적용돼 다른 차원에 있던 온갖 악당들이 모여들게 된다.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온 셈이다. 결자해지. 피터 파커는 스파이더맨이 되어 직접 이들을 상대하기로 한다.

자칫 몸집만 불린 확장판으로 볼 수 있는데 이번 영화는 오히려 스파이더맨의 본질을 더욱 확실히 드러내는 여러 설정이 담겨 있다. 이를 테면 유일한 피붙이 가족인 큰 어머니 메이의 말처럼 "작은 도움이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을 피터 파커가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나, 좌충우돌 실수 연발인 스파이더맨의 개성이 곳곳에 드러난다던가 하는 식이다. 마블 코믹스 영웅 중 보통 사람에 가장 가깝고 그래서 스스로도 '친절한 이웃'임을 강조하곤 하는 스파이더맨이 왜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선의를 저버리지 않는 영웅인지가 이번 영화로 다시 한번 표현되는 셈이다.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관련 이미지.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관련 이미지. ⓒ 소니 픽쳐스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관련 이미지.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관련 이미지. ⓒ 소니 픽쳐스

 
이 캐릭터의 오랜 팬이라면 확실히 열광할 요소들도 있다. 몇몇 매체를 통해 알려진 대로 역대 스파이더맨을 연기한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는 시공간이 열려 악당들이 모이게 되는 이유와도 연결되는데 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가 각각 다른 차원 속 스파이더맨이라는 설정 하에 현 차원의 피터 파커와 함께 힘을 합치게 된다.

존 와츠 감독은 과거 시리즈에 대한 일종의 존중의 마음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서로 다른 이미지의 스파이더맨의 개성과 이들이 지닌 아픔들, 이를테면 연인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친한 친구의 죽음을 목도해야 했던 <스파이더맨>의 회상을 더하는 식으로 극의 입체감을 더한다. 
 
그렇기에 해당 시리즈를 섭렵했고, 나아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열렬한 팬이라면 이 영화를 십분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 해도 다른 마블 영화나 확장된 시리즈의 히어로물보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진입 장벽은 낮은 편이다. 

이 모든 게 이른바 평행우주론으로 해석할 수 있는 '멀티버스'라는 설정 덕에 가능했다. 역대 스파이더맨, 이들이 대적한 악당들, 나아가 4기에 들어가게 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연결 고리 역할까지 하게 된다. 가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기획영화의 정수가 아닐까 싶다. 쿠키 영상까지 보다 보면 스파이더맨과 닥터 스트레인지가 벌인 일로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온다는 게 암시된다. 

특히 이번 작품엔 한국 관객에겐 익숙한 몇 가지 신파 코드가 담겨 있다. 가족과 친한 사람들의 죽음과 고통에 분노하고 눈물 흘리는 스파이더맨은 사뭇 감정의 파고를 강조해온 여러 한국 상업 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마음을 건드리는 장면이 될 것이다. 이런 선택이 적절한가의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한국 영상 영화 콘텐츠가 분명 할리우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방증은 될 수 있다.

한줄평: 20년이라는 시간과 스파이더맨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긴 헌사
평점: ★★★☆(3.5/5)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관련 정보

감독: 존 왓츠​
출연: 톰 홀랜드, 젠데이아, 베네딕트 컴버배치, 제이콥 배덜런, 존 파브로 그리고 마리사 토메이
원제: Spider-Man: No Way Home​
수입 및 배급: 소니 픽쳐스
상영시간: 148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북미개봉: 2021년 12월 17일
국내개봉: 2021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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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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