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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환경과 연대>의 앞 표지
 책 <환경과 연대>의 앞 표지
ⓒ 강수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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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9월 유엔에서는 세계 각국 정상이 모여 밀레니엄 선언을 채택했다. 총 8장 32개 항목으로 이뤄진 밀레니엄 선언은 2000년대의 세계사회가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근본 가치를 여섯 개 제시했는데 자유, 평등, 연대, 관용, 자연 존중, 책임 공유가 그것이다.

이것은 연대와 자연 존중이 자유 및 평등과 함께 새로운 글로벌 시대 정신임을 잘 보여준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유엔 중심의 세계사회는 밀레니엄 발전 목표, 지속가능 발전 목표 같은 글로벌 수준의 정책 프로그램을 추진해왔다.

물론 유엔의 이런 인식은 20세기 말에 이미 확립돼 정책 프로그램으로 추진돼 왔다. 지속가능한 발전 관념과 의제21이 그 대표적인 예다. 지속가능한 발전 관념은 발전의 경제적 차원 및 문화적 차원과 함께 생태적 차원 및 사회적 차원을 매우 중시하면서 균형을 추구한다. 여기서 사회적 차원이란 곧 사회연대적 차원을 의미한다.

이처럼 유엔 중심의 세계사회는 20세기 후반부터 자유, 평등의 가치와 함께 연대의 가치, 생태적 가치를 매우 소중히 여겨왔다. 생태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생태계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이다.

연대적 가치는 이미 19세기부터 사회적 분열, 대립, 해체 등을 우려한 사람과 집단을 통해 주목받고 강조돼 왔으나 20세기 말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부작용이 극심해지면서 다시 크게 주목을 받게 됐다. 그리고 연대의 성격도 사회적 연대를 넘어 글로벌 연대로까지 확장됐다.

생태복지국가와 연대경제

20세기 서구에서 발전한 사회복지국가는 사회 분열과 대립을 사회적 연대의 관점에서 극복하려고 설계하고 발전시켜온 국민국가 수준의 소중한 제도적 장치다. 실제로 사회복지국가는 사회적 분열과 대립의 극복에 크게 기여해왔으나 생태계 위기의 주요 원인 제공자이기도 하다는 점이 뒤늦게 지적되기 시작하면서 생태적 관점으로 재탄생할 것을 요구받게 됐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 생태복지국가 담론이다. 여기서는 국민국가 수준에서 사회연대적 가치와 생태적 가치를 함께 실현할 다양한 정책이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20세기 후반 서구의 복지국가에 가해진 도전이 생태계 위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1980년대 이후 시장 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이념이 기승을 부리면서 복지국가의 연대 원리에 대한 본격적인 도전이 가해진 것이다.

그런데 이 시기의 신자유주의는 경제 세계화의 이념으로 자리를 잡아 국민국가의 사회적 불평등뿐 아니라 세계경제의 양극화도 심화시켰다. 그래서 복지국가가 발달한 서구사회뿐 아니라 중남미 같은 제 3세계에서도 반연대적인 시장경제를 극복할 대안 경제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그 결과 중남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연대경제와 사회적 경제 운동이 널리 확산되었는데 이들 새로운 대안 경제 운동은 경제에서 연대의 가치와 함께 생태적 가치의 실현도 함께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독일, 오스트리아 등 대륙 국가를 중심으로 사회적 연대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적 시장경제가 일찍부터 자리를 잡아왔는데 여기서도 생태적 가치를 함께 중시하는 생태사회적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모색이 추진되고 있다.

생태주의 사상과 연대주의 사상
 

이처럼 생태적 가치와 연대적 가치를 함께 중시하는 생태적‧연대적 관점과 생태연대주의 사상은 20세기 후반에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왔는데 여기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 생태주의 사상과 현대 연대주의 사상이다. 심층생태주의, 사회생태주의, 생태사회주의, 그리고 생태여성주의로 대변되는 생태주의 사상은 생태적 관점과 더불어 연대적 관점도 강조해왔다.

물론 이들이 강조한 연대적 관점에는 차이가 있어서 심층생태주의는 생태계 구성요소들 간의 상호 의존성에 기초한 자연적 연대를 강조하는데 비해 사회생태주의와 생태사회주의는 사회적 연대를 강조하고 생태여성주의는 이 둘을 함께 강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연대주의 사상에도 여러 갈래가 있는데 대표적인 연대 사상 전통인 현대 사회학, 오늘날의 사회주의, 그리고 가톨릭 연대 사상은 공통적으로 연대의 가치와 생태적 가치를 함께 중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물론 이들 사상 전통은 고유한 문제의식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를 견지하면서도 자신의 방식으로 생태적‧연대적 관점을 발전시켜 왔다.

이 책은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온 생태적‧연대적 관점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생태연대주의 사상의 뿌리를 추적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생태연대주의 사상의 기본 원리와 주요 정책을 소개한다.

오늘날 인류가 마주친 기후 위기와 글로벌 팬데믹은 생태적‧연대적 관점과 정책의 필요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이들 관점과 정책은 인류가 보다 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룩하는 데에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생태적‧연대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나아가 세상을 이런 관점에서 만들어가려는 인류의 노력에 각자의 위치에서 동참하는 모든 시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 책을 통해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환경과 연대 - 생태연대주의 사상과 정책

강수택 (지은이), 이학사(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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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독일 빌레펠트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경상대학교에서는 사회학이론, 사회사상사 등을 가르치고 있다. 학술지 <사회와 이론>의 편집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연대주의>, <씨알과 연대>, <연대하는 인간, 호모 솔리다리우스> 등의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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