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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 미국이 수차례 경고했음에도 설마설마했던 전쟁이 결국 터지고 말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면전을 시작하면서, 국제사회의 시계는 숨가쁘게 돌아갔다.

지구 반대편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이지만, 한국 역시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특히,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한국에 요구되는 역할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번 전쟁에서, 한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요구받은 역할은 크게 (1)대러제재 동참, (2)군사물자 지원, (3)인도적 지원, (4)난민 수용 이렇게 4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한국은 이러한 과제를 잘 수행하여, 선진국으로서 적합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대러제재 동참
 
우크라이나 시민(알렉산데르, 41)이 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 역에서 딸과 작별 인사를 나누며 손바닥을 창문에 대고 있다.
 우크라이나 시민(알렉산데르, 41)이 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 역에서 딸과 작별 인사를 나누며 손바닥을 창문에 대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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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전면적인 침공을 감행한 지 이틀 후인 26일 미국과 EU, 캐나다 등 서방 각국은 일제히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감행한다. 한국 정부 역시, 국제사회의 대러제재에 동참하겠다는 뜻은 밝혔으나, 독자적인 제재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인다. 

미국과 EU는 1차 제재에 이어 27일에는 SWIFT 퇴출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러시아를 압박한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머뭇대다 결국 미국의 FDPR(해외직접제품규칙) 대상이 되어 우리 기업이 피해를 볼 처지에 놓이자, 그제서야 대러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시작한다.  

평화의 시대에는 양쪽 진영과 모두 잘 지내기 위한 줄타기 외교가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그 시점에 이미 편가르기는 시작되었다. 

당장의 손해에만 급급해 발빠른 대처를 내놓지 못하고, 뒤늦게 제재에 동참한 한국은 미국 유럽 등 우방국의 신뢰마저 잃을 위기에 처했다.

군사물자 지원  

우크라이나 정부는 세계 각국에 필요한 군사물자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에는 소총 지원을 요청했으나, 한국 정부는 '살상무기'는 제공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소총을 살상무기로 봐야 하는가? 물론, 사전적 의미로만 따진다면 소총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으니 살상무기가 맞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 우크라이나의 상황에서 소총을 '살상무기'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을까?

러시아가 미사일과 탱크로 무고한 시민들을 공격하는 동안, 시민들은 자신의 몸을 지킬 무기가 없어 맨몸으로 탱크에 달려들고, 화염병을 만들어 던지고 있다. 

'살상무기'이기 때문에 지원이 불가능하다면, 한국이 세계 각국에 무기를 수출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물론, 무기 지원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안다. 특히, 러시아 편을 드는 중국과 북한에 지리적으로 둘러싸인 한국 입장에서는 러시아, 중국, 북한을 자극하는 행위를 꺼려한다는 것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전쟁을 통해, 전세계 수많은 국가의 지원과 수많은 외국 청년들이 흘린 피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이 '살상무기는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인도적 지원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해 구호품을 나르는 모습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해 구호품을 나르는 모습
ⓒ 마테우슈 마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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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직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EU국가들은 국경을 열어 난민들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방국가들의 무기지원과 난민지원 대책들이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한국의 인도적 지원에 대한 발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다, 전쟁이 시작된 지 나흘 후, 지난달 28일이 되어서야 10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군사물자 지원이나 대러제재에 관한 부분은, 한국의 지정학적 문제나 한국 기업의 피해규모 등 따져볼 것이 많아 결정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도적 지원 만큼은 더 일찍 발표했어야 한다. 하다못해 '인도적 지원 예정. 지원 규모와 품목은 협의 중' 정도의 발표라도 있어야 했지만, 한국 정부가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은 침공 첫 주 주말 내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장이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지난 3월 1일(현지시각) 개최된 UN긴급총회에서 한국의 조현 유엔 대사는 "유엔 초창기에 한국은 유엔이 '평화를 위한 단결' 결의에 따라 침공 행위에 대응해 지원한 첫 번째 나라였다"라고 말했다.

과거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일어설 수 있었음에도, 지금의 한국은 국제사회에 도움이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서 제대로 역할하고 있는가 돌아봐야 할 때이다. 

난민 수용

전쟁이 시작되자, 우크라이나와 국경이 맞닿은 동유럽 국가들은 일제히 국경을 열어 난민들을 받았다. 

2017년 EU와 우크라이나가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한 이후, 우크라이나인들은 90일간 유럽에서 무비자 체류가 가능한 상황이긴 했지만, 동유럽국가들은 전쟁이라는 이유로 국경을 닫지 않았을 뿐 아니라, 난민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갑작스레 밀려오는 난민들을 위한 지원대책도 속속 등장했다. 영국에서는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해 최대 3년 동안 완전한 복지 혜택과 건강보험 및 고용 등의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독일에서는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우선 당장의 생활 지원을 위한 호텔 등의 거처와 함께 1인당 2주에 167유로의 생활비, 의료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난민이 직접적으로 밀려드는 입구인 폴란드나 루마니아 외에도, 유럽 선진국들은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지원대책으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 티켓을 가지고 가면 1인당 2주간의 생활비 167유로를 현금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 독일의 난민지원 티켓 이 티켓을 가지고 가면 1인당 2주간의 생활비 167유로를 현금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 박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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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법무부에서는 우크라이나 동포 등의 사증 신청서류를 대폭 간소화해 신속히 입국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우크라이나 난민과 관련된 이번 조치는 두 가지 케이스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우크라이나 동포에 대한 케이스이다. 동포방문(C-3), 방문취업(H-2), 재외동포(F-4), 동반가족(F-1) 자격으로 입국한 적이 있는 사람은 동포 입증서류 없이 과거와 동일 자격으로 사증 발급된다. 이 경우는 소위 고려인이라 불리는 동포를 위한 조치이다.

두 번째로 결혼이민자 등 국내 장기체류 중인 우크라이나인의 가족을 입증하는 경우 단기 사증(C-3)을 발급한다고 밝혔다. 

난민 수용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한국 사회의 분위기 상,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이기 위한 조치가 취해졌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진일보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본다. 우크라이나 난민의 대다수는 아이와 어머니, 노인 등 노약자들이다. 그만큼 의료서비스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에서 받아들이기로 한 우크라이나 난민은, 고려인 동포이거나, 한국에 정식 체류 자격을 가지고 장기체류 중인 우크라이나인의 가족으로 한정된다. 

한국에 장기체류 중이라는 것은 대부분 국민건강보험에 정상적으로 가입되어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있고, 회사에 고용된 경우 국민연금도 납부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정부에 의지가 있다면 

한국 정부가 정말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받아들일 마음이 있다면, 그들이 한국에 장기체류중인 가족의 국민건강보험에 피부양인 자격으로 등록될 수 있도록 특별조치를 취해야 한다.

기존에 한국에서 장기체류 중인 우크라이나인이 정상적으로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이기 때문에, 이른바 '먹튀'논란이 있었던 외국인의 건강보험 혜택과는 사안이 다르다. 

EU국가들 처럼 숙박이나 생활비 지원까지는 못하더라도, 난민의 대부분이 노약자라는 것을 고려하여, 최소한 의료서비스라도 제공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이 내놓은 단기사증 발급 조치는 무늬만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책일 뿐, 정작 우크라이나인은 활용하기 어려운 생색내기 조치에 불과할 뿐이다. 
 
 2021년 6월 12일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 앞에서 참가국 정상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이동하고 있다.
  2021년 6월 12일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 앞에서 참가국 정상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이동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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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의 지위를 개도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이 명실상부한 G8 국가가 되었다고도 말했다. 국제경제의 차원에서는 선진국그룹으로 인정받았지만, 경제규모만 커진다고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전세계 민주주의와 전체주의의 대립인 동시에, 한국에 있어서는 선진국으로서의 자질을 따지는 시험대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통해, 한국의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및 선진국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되돌아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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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다문화사회전문가. 다문화사회와 문화교류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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