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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강화고인돌의 상징 강화지석묘 강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강화고인돌의 상징 강화지석묘는 강화를 찾는 대분의 여행객들이 필수로 찾는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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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스톤헨지, 프랑스의 까르나크 유적,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 등 자연석 또는 가공한 돌을 숭배의 대상으로 삼거나 무덤으로 이용한 거석문화는 전 세계에 걸쳐 두루 존재한다. 그 거석문화를 대표하는 고인돌은 세계 전역에 널리 분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고인돌만이 세계유산에 유일하게 등재되어 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우리 주변에서 고인돌을 발견하기 어렵지 않다. 어떤 고인돌은 논밭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고, 심지어 놀이터 구석에 숨어있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가 변하고 택지개발 등에 밀려 사라진 고인돌의 숫자도 만만치 않다. 얼마 전까지 농촌에서는 고인돌이 경운기의 통행을 막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라진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억새밭이 인상적인 부근리 강화지석묘는 강화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널리 찾는 고인돌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강화 전역에 150기의 고인돌이 분포해 있으며 10여기가 넘는 고인돌이 몰려있는 구역도 5군데가 넘는다. 왜 하필 강화도에 고인돌이 모여 있게 된 것일까?

비록 강화도가 섬이지만 기후도 온화하고 강우량도 많아 해산물은 물론 농경도 함께 발달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살기 좋은 풍요와 번영의 땅이라는 이유를 먼저 들고 싶다. 게다가 강화의 지질은 80%가 화강암질 편마암으로 형성되어 있어 고인돌 축조에 필요한 석재가 풍부했고, 육지로 함부로 나가기 힘든 섬이라는 폐쇄성이 이것을 가능케 한 집단을 형성하는데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점도 있다.

본격적으로 고인돌 탐방을 함께 떠나기 전에 고인돌의 종류는 어떻게 분류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예전에는 북방식, 남방식 등 지역별로 고인돌을 구분했지만 이젠 그렇게 쓰이지 않는다. 먼저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고인돌의 형태인 '탁자식 고인돌'이 있다. 'ㅠ' 자 모양으로 지상에 4매의 판석을 세우고, 그 위에 편평한 뚜껑돌을 덮은 것으로 매장시설은 지상에 있다.

예전엔 '북방식 고인돌'로 불렸던 것이 바로 '탁자식 고인돌'이다. 무덤방이 지상에 드러난 구조상, 이미 수천 년 동안 여러 시대의 도굴꾼들이 수없이 파헤치고 가져간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고인돌들에 비해서 유물이 적은 편이다. 현재의 모습은 원래 폐쇄되었던 돌방을 도굴꾼이 양쪽을 떼었기 때문에 지금의 'ㅠ' 자만 남아있는 것이다.      

다음으론 '기반식 고인돌'을 들 수 있는데 큰 상석 아래에 몇 개의 고임돌이 있고 지하에 매장시설이 있다. 일명 '바둑판식 고인돌'이라 부르기도 한다. 과거에는 '남방식 고인돌'이라 부르기도 했으나 북한에도 이런 형태가 고루 분포하기에 더 이상 그런 명칭으로 부르지 않는다.

봉하마을에 안치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지에 설치된 비석이 이 기반식 고인돌에서 파생된 것이다. 기반식과 다르게 고임돌이 없는 '개석식 고인돌' 등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가 많지만 이 정도만 구분해도 강화의 고인돌 답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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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근리 고인돌 탐방로 안내판 강화지석묘 뒷편으로 부근리 12기의 고인돌을 탐방할 수 있는 트레킹 길이 조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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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시작은 강화지석묘가 있는 부근리 고인돌군이다. 보통 답사객들이 강화지석묘에서 머물다 서둘러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면 이는 고인돌군을 수박겉핥기로 돌아본 셈이다. 그 뒤편으로 난 탐방로를 따라가다 보면 총 12기의 부근리 고인돌군을 총체적으로 살필 수 있다.

곳곳에 안내표지가 충실하게 갖춰져 있고 바닥에는 푹신푹신한 길이 깔려 있어 쾌적한 느낌으로 역사 탐방을 떠날 수 있다. 부근리 고인돌군은 주로 솔밭과 고도 40~50미터의 야산에 주로 분포하고 있는데 지그재그로 펼쳐진 이 길을 따라만 가도 전부 둘러보기에 무리가 없다.

아직까지 변덕스러운 3월의 공기는 봄을 시샘하고 있기에 제법 쌀쌀하다. 바다와 가까운 고장이라 해무가 동네 사방에 자욱하게 깔려있다. 무궁화동산을 지나자마자 솔밭의 싱그러운 향기가 나를 반겨준다.

답사를 남들보다 조금 더 다녀본 경험에 비춰보건대 여느 구릉지 또는 공터에 소나무들이 몰려있다면 필히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과연 그 솔숲에는 무릎 높이도 채 되지 않은 고인돌 몇 기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19,20,116번 숫자로만 불리는 이 고인돌들은 아마도 이 주변에 있었을 수백, 수천 개 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역사의 증인이다. 이 고인돌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길은 없지만 제법 잘 다듬어진 판석만이 말 없이 남아있을 뿐이다. 안내판대로 길을 따라 지그재그로 나아가 보기로 하자. 숲을 벗어나자마자 구릉지의 너른 풍경과 함께 넓은 들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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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근리 고인돌의 모습 부근리 고인돌의 탐방로를 따라가다 보면 소나무숲, 논밭, 산능성이 곳곳에 자리한 고인돌의 모습을 살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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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부터 시작된 간척의 역사를 지닌 탓에 형성된 넓은 평야를 바탕으로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고, 강화의 어느 식당에 가든지 이 땅에서 수확한 농작물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강화섬쌀은 물론 순무, 속노랑고구마, 인삼, 사자발약쑥 등 다양한 특산물이 있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추후 이어가기로 하고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간다.

이윽고 푸릇푸릇한 잔디밭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곳이 잔디를 재배하는 잔디 농장이다. 이 뒤편 언덕에도 고인돌이 눈에 띄지 않게 숨겨져 있다. 부근리 고인돌을 거닐 때 이왕이면 상쾌한 공기가 가득한 아침 해장 답사로 다녀오길 추천드린다.    

강화 고인돌은 이밖에도 북한의 예성강을 조망할 수 있는 교산리 고인돌군과 강화지석묘 못지않게 여행지로 충분한 곳이 많다. 탁자식 고인돌의 형태를 잘 간직하고 있는 부근리 점골 고인돌, 그리고 고려산 기슭에서 출발해 낙조봉 능선을 따라가며 살필 수 있는 삼거리 고인돌군, 고천리 고인돌군을 함께 둘러볼 만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며 몇 시간 동안의 등산을 감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경우에는 오상리 고인돌군을 강화 지석묘와 묶어 둘러보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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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기종기 모여있는 오상리 고인돌 다른 고인돌군과 달리 오상리 고인돌은 주차장에서 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작은 규모의 탁자식 고인돌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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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산 서쪽 낙조 봉의 끝자락에 위치한 야산 오목한 곳에 12기의 고인돌군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오상리 고인돌군은 어린이집의 놀이터에 온 것처럼 작고 앙증맞게 생겼다. 대부분의 고인돌이 탁자식 고인돌이기에 강화지석묘의 미니어처 같은 느낌도 들게 된다. 더욱 재밌는 사실은 안내판 앞에 서기만 해도 동요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을 개사한 고인돌 노래가 흘러나온다. 

적막했던 유적에 활기가 도니 이 장소가 더욱 특별하게 기억되는 것 같다. 나가는 길에는 고려저수지와 내가면 마을이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 가볍게 둘러볼 만하다. 내가면 면사무소 근처 허름한 중국집의 차돌 짬뽕은 심신에 지친 나그네들의 허기를 달리기에 충분한 맛을 자랑할지도 모른다. 들에 핀 봄꽃을 마주하며 강화의 고인돌을 거닐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