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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 장암면 장하리 남산마을에서 이장의 마을 방송을 하는 소리가 석성면 봉정리까지 들릴 정도로 가깝지만 금강에 가로막혀 있다.
▲ 부여군 장암면 금강가에 석성면 봉정리 마을이 보인다. 부여군 장암면 장하리 남산마을에서 이장의 마을 방송을 하는 소리가 석성면 봉정리까지 들릴 정도로 가깝지만 금강에 가로막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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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충남 부여 언론이 떠들썩하게 앞다퉈 다룬 뉴스가 있었다. 부여군 50년 숙원 사업이었던 충남 부여군 석성면과 장암, 세도면을 잇는 '금강대교 건설사업(가칭)'이 확정됐기 때문이었다. 충남도 도로건설관리 계획(2021~2025) 총연장 1.1km 규모에 사업비 300억 원으로 확정 고시됐다.

부여군 장암면과 석성면은 금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빤히 바라다 보이는 위치에 있다. 석성면 봉정리 포사마을에선 장암면 장하리 남산마을 이장이 마을 방송을 하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릴 정도로 거리상으로 가깝다. 하지만 이 두 지역에 사는 사람이 한 번 만나기 위해선 논산 강경읍 황산대교로 우회해 40여 분을 달려 가거나, 부여대교를 건너 부여 시가지를 거쳐서 가야 했다. 이동상 불편이 있는 지역이었다.

두 번 죽었던 부여 금강
 
석성 어부들과 장암 어부들이 금강에서 고기를 잡던 시절과 강가시(강가) 모랫벌에서 놀던 아이들의 추억은 금강하굿둑 건설과 4대강 사업으로 사라져 버리고 잡풀이 우거진 강변만 남았다.
▲ 부여군 장암면에서 바라 본 석성면  석성 어부들과 장암 어부들이 금강에서 고기를 잡던 시절과 강가시(강가) 모랫벌에서 놀던 아이들의 추억은 금강하굿둑 건설과 4대강 사업으로 사라져 버리고 잡풀이 우거진 강변만 남았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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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성면 봉정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신찬우(57)씨는 자칭 '금강이 키운 아이'였다.

"우덜(우리) 어릴 적에는 강 건너 장암면 남산마을까지 헤엄쳐서 건너 댕기고 그랬슈. 나루터가 있어서 강에서 장암 어부, 석성 어부들이 나룻배를 타고 고기를 잡고 살았었잖유. 강가시(강가)에서는 갈긔(갈게), 조개(재첩), 복쟁이(복어), 우여(우어) 잡아먹으며 살았지유. 금강에서 나오는 재첩은 섬진강 재첩에 댈 게 아니었슈. 시꺼멓고 크기도 커서 그냥 회로 먹고 그런 정도 라니께유."

넓은 모랫 벌이 있어서 자연생태계가 유지되고 나룻배로 강 건너 마을을 서로 오가던 지역은 금강하굿둑으로 물길이 막혔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부여 금강은 두 번 죽었다.

모랫벌, 나룻배와 그 많던 갈게 뿐만 아니라 석성면과 장암면 금강 강가시(강변)에서 이웃처럼 살던 사람들이 소원해졌고 물류의 이동도 줄었다. 지난 50년간 석성면과 세도면은 가깝고도 먼 지역이 돼 있었다.

"세도면에 친구들이 몇 명 있기는 한데 자주 만나기는 어렵쥬. 옛날에 나룻배를 타고 건너다닐 때만 허것슈. 우리 양송이를 먹어보라고 하고 싶어도 돌아가야 하는 거리라서 어렵더라구유."

석성면 이장협의회 회장 김복천(73)씨에 따르면, 육로 교통이 발달하면서 어릴 적 금강에서 만나 함께 놀았던 세도면의 친구들과도 멀어졌다. 직접 재배한 양송이를 맛보게 해주고 싶어도 논산 황산대교나 부여대교로 우회해서 찾아가는 불편 때문에 쉽게 몸이 나서질 않았다고. 그런데 금강대교가 놓이면 자주 만나 회포를 풀면서 지낼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고 했다. 석성면민들도 40분을 돌아서 가던 세도면과 장암면을 5분이면 갈 수 있게 되는 금강대교 건설 확정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란다.

균형 발전에 도움 되는 가칭 금강대교
 
부여군 석성면과 장암면에 놓일 금강대교. 지역의 균형발전에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가 크다.
▲ 금강대교 조감도 부여군 석성면과 장암면에 놓일 금강대교. 지역의 균형발전에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가 크다.
ⓒ 부여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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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에도 진보 출신 군의원이 서명운동까지 하며 다리 건설을 추진한 적이 있었다. 이 두 지역 사이에 흐르는 금강에 교량을 하나 놓는 일은 기술적으로는 어려운 일이 아닐 듯하다. 부여 출신 김종필 전 국무총리 시절부터 부여군민들의 숙원 사업으로 추진해왔으나 지지부진해오다가 2008년 4대강 사업이 추진될 때 다시 논의됐다. 하지만 경제성을 이유로 난맥을 겪었다.

지난 4년간 민선 7기를 이끌어 온 박정현 부여군수는 군민들의 현장의 목소리들 속에 장암면과 석성면 사이 금강에 다리를 연결해달라는 지역의 민원을 깊이 새겨들었다고 한다.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다리도 속속 연결되는 마당에 겨우 지역의 1.1 km 강 위에 교량을 건설하는 사업을 쉽게 하지 못한 이유는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지방도에 국책 사업을 할 수가 없다'는 조항에 막혀서였다고 했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교량개설 타당성 용역을 하는 등 행정으로 양승조 충남도지사와 지속적인 접촉을 했다. 부여군의 균형 발전 차원에서 금강대교 건설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건의해왔다.

부여군 석성면은 양송이 특화지구로 전국생산량의 70%가 생산되고 연간 300억 원의 소득을 올리는 지역이다. 옛 석성현 관아터와 동헌 건물이 남아있고 초촌면 송국리 선사취락지구로 연결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강 건너 세도면과 금강교로 연결될 경우, 부여군 공동브랜드 '굿뜨래 농산물'의 거점 생산지인 세도면과 문화 유적이 많은 장암면 등과 문화·경제 분야에서 부여군의 균형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이 지역의 물류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주변 7546세대 농가의 소득 증대에도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세도면과 석성면은 방울토마토와 양송이로 부여군 농산물의 전국 생산량의 위상을 차지하는 지역으로 부자 농민들이 많은 곳이다. 창업 영농과 승계 영농을 위해 귀농 농가와 젊은 영농인들의 비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가칭 금강대교는 국내에서는 드문 '세그트러스' 공법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즉, 위층은 차량이 다니고 아래층은 자전거 도로와 걷는 길을 설치하는 것. 이로써 백제유적 탐방객들을 적극 유치하고 금강변에 산재한 유적들과 새로운 즐길 거리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금강에 의지해서 살던 어부들과 주민들의 터전을 국가적 사업으로 양보하게 했으면서도 지역적인 소외까지 겪게 했던 부여군 석성면과 세도, 장암면 주민들은 현수막까지 내걸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오랜 시간 다리 건설에 목소리를 높여왔으나 반세기 만에 금강대교 건설이 확정된 것에 대한 서운함도 컸다. 앞으로 계획된 국토교통부 내륙첨단발전 계획의 금강국가관광도로계획(2022~2026)과 함께 부여군이 역동적인 행정력을 발휘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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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조근조근하게 낮은 목소리로 재미있는 시골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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