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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2019년 <작가님? 작가님!>이라는 소설로 첫 책을 내면서 소망한 게 몇 가지 있었는데요. 그중 하나가 단권 작가로는 남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많은 분들이 자기 삶을 글로 쓰면 책 한 권 분량은 나온다는 이야기를 하시잖아요?

일본의 만화가 겸 에세이스트 마스다 미리의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마스다 미리의 중학생 시절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인데요. '누구라도 책 한 권쯤은 쓸 수 있다. 자기 인생을 쓰면 되니까 별것 아냐, 두 권째를 쓰는 사람이 프로인 거야' 하는 내용입니다.

작가를 꿈꾸던 시절, 이 만화 내용에 저는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 진짜 작가라면 멈추지 않고 계속 쓰는 사람이 분명하겠지. 그러니 단권 작가로는 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레 데뷔작 이후로 몇 년간은 매년 출간을 하고 싶다는 소망이 생긴 겁니다.

저에겐 적지 않은 운이 따라서인지, 첫 책을 내던 2019년 이후로 올해까지 매년 출간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때마다 이곳 오마이뉴스의 '책이 나왔습니다' 지면을 통해 책을 알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작년에 나왔던 <난생처음 내 책>에는 저자 스스로 언론사에 책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책이 나왔습니다' 코너를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많은 분들이 몰랐던 사실이라며 놀라워하시기도 하고, 또 반가워하시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경 작가의 '작가의 목소리'
 이경 작가의 "작가의 목소리"
ⓒ 마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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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간한 <작가의 목소리>는 이렇게 글을 쓰고, 또 책을 내면서 알게 모르게 쌓아두었던 글쓰기 노하우를 모두 모은 책입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조금은 독특하다고 할까요. 노하우라고 할 만한 게 없는 책이거든요.

작가 지망생 시절 적지 않은 글쓰기, 또 책 쓰기 책을 보았습니다. 많은 책에서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또 출간을 하기 위해서는 필사, 합평, 글쓰기 모임 등을 해보라고 하기도 하고, 글을 쓸 때는 무조건 짧게 쓰라고 하기도 하는데요.

글쓰기에 대해 그렇게 확신에 차서 정의를 내리는 글을 볼 때마다 저는 의구심과 함께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거 같아요. 그도 그럴 게 저는 몇 권의 책을 내는 동안 기존 글쓰기 책에서 그렇게 해보라고 이야기하는 필사, 합평, 글쓰기 모임 등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때로는 한 문장에 몇 줄이나 될 정도로 길게 글을 쓰기도 하고요.

결국 제가 내린 결론은, 글쓰기에는 누구에게나 통용될 수 있고, 적용할 수 있는 노하우 같은 게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 제 네 번째 책 <작가의 목소리>는 저처럼 불안해하는 작가 지망생들이나 글쓰기로 고민을 하는 분들이 봐주신다면 좋을 것 같아요. 조금은 농담 같은 이야기가 되겠지만요.

네 번째 책을 쓰면서 저에게는 조금의 변화랄까요, 새로운 경험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앞선 세 종의 책이 모두 출판사 투고로 나온 것에 반해, 이번 <작가의 목소리>는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을 주어 만들어진 책이기도 하고요. 처음으로 소규모의 1인출판사를 통해 작업한 책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첫 책 <작가님? 작가님!>을 통해서, 작가란 무엇일까, 작가란 어떤 사람일까,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했는데요. 네 번째 책의 작업을 하면서 출판사에서 책 제목으로 <작가의 목소리>를 제안했을 때, 저는 마음에 조그마한 파동이 일어났던 것 같아요.

작가 지망생 시절, 마스다 미리의 만화 속에서 접했던 글쓰기 프로, 즉 작가. 그 '작가'라는 사람에 조금은 가까워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출판사에서, "당신은 이제 틀림없이 작가가 맞습니다, 작가로서의 목소리를 내어보세요." 하고서 세상에 등을 떠밀어준 느낌이 들었달까요.

그렇게 저의 네 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 추후 개인 SNS (인스타그램 등)에는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의 목소리 - 어느 글쟁이의 글쓰기 에세이

이경 (지은이), 마누스(2022)


태그:#글쓰기, #책쓰기, #작가의목소리, #작가지망생, #1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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