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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기.
 우크라이나 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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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학교 선택한 한국 태생 우크라이나 다문화가정 아이

필자는 우크라이나인 남편 그리고 딸과 함께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다. 딸아이는 한국에서 태어나 살고 있기에 한국어가 유창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 있는 가족들과도 원활히 소통했으면 하는 바람에 러시아어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보통 다문화가정의 경우, 당연히 자연스럽게 양쪽 언어를 모두 유창하게 할 수 있을 거라 여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유아적인 일상표현에 머무르지 않고, 양쪽 언어를 모두 현지인 수준으로 유창하게 하기 위해선 꾸준한 노력과 교육이 필요하다.

필자의 아이의 경우 우크라이나어 교육이 가능했다면 좋았겠지만, 한국에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우크라이나어 교육기관이 없어서 대안으로 러시아학교를 선택했다. 

이번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어를 쓰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존재했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내 경험에선 절대 그렇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서부는 친서방파, 동부는 친러파가 많다고들 말한다. 또, 서부로 갈 수록 우크라이나어를 주로 쓰는 사람들이 많고, 동부로 갈 수록 러시아어를 주로 쓰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만에 하나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어에 대한 차별이 있었다면 서부와 동부 어느쪽에서 심할까? 우크라이나어를 주로 사용하는 집단 속에서 러시아어에 대한 차별, 러시아어를 주로 사용하는 집단 속에서 러시아어에 대한 차별, 어느 쪽이 더 가능성이 클까?

필자의 상식으로는 우크라이나어를 주로 사용하는 집단 속에서 소수인 러시아어를 사용했을 때 차별당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가 서부의 리비우나 크와시 등의 지역을 방문했을 때, 필자의 아이와 남편, 시댁 가족들이 러시아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차별당한 경험은 전혀 없다. 특히 관광객이 많은 리비우와 달리 크와시는 시골지역으로, 만약 러시아어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면 대도시인 리비우보다 크와시에서 그 차별이 더욱 심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경험은 전혀 없다.

하물며, 우크라이나 내에서 러시아어에 대한 반감이 그만큼 강했다면, 필자의 남편과 시부모님이 아이를 러시아학교에 보내는 것을 과연 찬성할 수 있었을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어의 '공용어' 지위를 폐지했나?
 
6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중앙 기차역에서 열차에 탄 한 소녀가 플랫폼에 머물고 있는 남성을 향해 입꼬리를 올리라는 몸짓을 취하고 있다.
 6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중앙 기차역에서 열차에 탄 한 소녀가 플랫폼에 머물고 있는 남성을 향해 입꼬리를 올리라는 몸짓을 취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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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어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이들이 증거로 내세우는 것이 2014년부터 논의된 러시아어의 '공식어' 지위를 폐지한 정책이다. 하지만 이것은 우크라이나의 언어정책 중 일부분만을 내세운 주장일 뿐, 러시아어  공용어와 관련된 역사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1996년 헌법에서 우크라이나어를 '유일한' 공용어로 지정한다.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어를 완전히 금지시킨 건 아니다. 학교 교육이나 공공기관 등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사용하지만, TV프로그램이나 영화, 신문 등에서는 러시아어도 상당부분 사용돼왔다.

그러던 중 2012년에 와서야 친러성향의 야누코비치 정권 때, 인구의 10%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 해당 지역 '공식어'로 사용할 수 있다는 언어법이 발표된다. 즉, 동부 상당수 지역에서 러시아어를 '공식어'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것이 국가 전체의 언어 정책에서 러시아어가 우크라이나어와 동등한 지위의 '공용어'가 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즉, 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으로 들어선 정권이 계속해서 공용어로 인정받던 러시아어를 하루아침에 공용어 지위에서 폐지한 것이 아니다. 또한 2014년부터 논의되던 언어법 문제는 2019년에 와서야 개정되고, 우크라이나어 중심 정책을 펼치게 된다. 

특히 유로마이단 혁명 당시 평화시위를 강경진압하기 시작한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러시아의 개입을 요청하면서, 반러감정에 불을 붙였다. 때문에, 이후 들어선 친서방 정권에서 친러파인 야누코비치 정권의 러시아어 공용어 정책을 비판하고 결국 폐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어를 주로 사용하는 동부에 대한 차별이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만약 러시아어에 대한 차별이 있었다면 1996년 이후 오랜기간 우크라이나어를 유일한 공용어로 사용하는 동안, 동부에 대한 러시아어 사용 금지나 우크라이나어 강화 등의 움직임이 있었을 법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어가 유일한 공용어로 사용되는 동안에도, TV채널 중에는 러시아어 전용 채널이 존재했고, 러시아어 신문 등도 발간됐다. 오랜기간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어가 비공식 공용어 처럼 사용돼왔고, 따라서 그에 대한 차별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또 개정된 언어법에서 '모든 우크라이나 국민은 우크라이나어를 배워야 하며 공무원, 군인, 의사 그리고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크라이나어를 알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것을 두고, 러시아어를 주로 사용하는 동부권에 대한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되레 우크라이나로서는 정당한 정책이다. 

만약 차이나타운이 있는 지역에서 여기는 중국계가 많이 살고 있으니, 대한민국 초등학교이지만 중국어로 교육하겠다고 선언한다면 우리는 납득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주민들은 러시아계라고 하더라도, 우크라이나 국적을 가진 우크라이나 국민이다. 유일한 공용어로 교육받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데, 그들의 편의를 위해 '공식어'라는 이름으로 잠시 인정해줬던 러시아어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그들에 대한 차별 정책인 것 처럼 둔갑한 상황인 것이다.

아이는 학교에서 '다양성'을 배운다
 
재한우크라이나인 반전집회에 참석 중이다.
▲ 우크라이나 국기를 그린 마스크 재한우크라이나인 반전집회에 참석 중이다.
ⓒ 박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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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학교에는 러시아 국적의 아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의 아이처럼 우크라이나 국적을 가진 아이도 있고,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이 모인다. 

필자의 아이는 한국 어린이집을 다닐 당시, 예뻐해주는 사람도 많지만 반면에 차별적인 시선을 보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종종 있었다. 그러한 시선에 점점 위축된 아이는 엘리베이터 등의 밀폐된 장소에 모르는 사람이 있을 때는 엄마, 아빠 뒤로 숨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이 '예쁘네'라고 말을 걸면 '난 안 예뻐!'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외모만 보고, '헬로'라고 말을 거는 사람들에게는 '난 영어쓰는 사람 아니야!'라고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던 아이가, 러시아유치원과 러시아학교를 다니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엄마, ○○는 러시아 사람이고, △△는 엄마는 러시아 사람, 아빠는 한국 사람이래. 또, □□는 아빠는 우크라이나 사람이고, 엄마는 러시아 사람이래."

이렇듯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아이는 점차 안정돼 갔고, 이제는 엘리베이터에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스스로 나서서 인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용기도 얻게 됐다. 

전쟁이 시작된 후, 우크라이나 응원이 아이에게도 일상이 됐다. 하루는 아이가 우크라이나 국기를 그린 마스크를 학교에도 하고 가고 싶다고도 했다.
    
아이가 우크라이나 국기를 그린 마스크를 하고 등교한 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엄마의 마음은 내내 불안했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가 말했다.

"엄마! 친구들이 마스크에 우크라이나 국기 예쁘다고 했어!"

아이들은 학교에서 국적에 따라 분열되지 않고, 다양성을 배워나간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아이들에게 '다양성'을 인정하는 법 부터 배워야 하지 않을까.

전쟁이 시작되자 아이가 물었다

아이만큼은 전쟁에 대해 몰랐으면 하는 것은 어느 부모나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 뉴스에서 갑자기 우크라이나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뉴스 장면에 건물이 폭파되는 장면이 등장하자 아이도 결국 전쟁에 대해 알게 됐다. 전쟁이 터졌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가 물었다. 

"엄마, 우크라이나랑 러시아랑 친구 아니야? 난 러시아 친구들 많은데..."

아이의 물음에 우리 어른들은 과연 뭐라고 대답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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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다문화사회전문가. 다문화사회와 문화교류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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