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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이후 2030 여성의 더불어민주당 입당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권인숙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 "2030 여성의 민주당 입당 의미와 과제 토론회" 참석한 박지현-권인숙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이후 2030 여성의 더불어민주당 입당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권인숙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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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당에 있으면서 제일 힘들었을 때가 지난해 11월 경 무렵이었습니다. 왜인지는 다들 짐작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3월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선 후 2030 여성들의 민주당 입당 의미와 과제>에서 토론자로 나선 이설아 민주당 용인시의원 예비후보(전 '다이너마이트' 청년 선대위 팀장)이 언급한 11월은, 당 내에서 성평등을 말하던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암흑기'였다.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대남 표심 잡기'에 집중하면서 '반 페미니즘'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해 11월 8일 비공개 선거대책위원회 참석자들에게 '2030 남자들이 펨코에 모여서 홍(준표)를 지지한 이유'라는 글을 돌리는가 하면, 10일에는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야한다'라는 내용의 디시인사이드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당시 관훈토론회에서는 "(페미니즘이) 부분적으로 갈등과 문제를 일부 야기하는 측면이 있다"라고 밝힌 뒤에, 고민 끝에 여성가족부 폐지하자, '여성'자 들어가니까"라는 말까지 했다. (관련 기사: 이재명 "고민 고민 끝에 여성가족부 폐지하자 했다, 왜냐면..."http://omn.kr/1vyhg )

심지어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이 이뤄지는 남초 사이트 에펨코리아에 인증글을 올리고, 인권 문제를 주요하게 다루는 유튜브 채널 씨리얼과 닷페이스에 출연하려다가 '페미 채널'이라는 지지자들의 항의를 받으며, 출연 번복 논란까지 겪었다. 이때까지는 도무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차별점이 안 보이던 시기였다.

그러나 올해 1월에는 이재명 후보가 닷페이스에 출연하고, n번방 성착취를 취재한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 현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영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젠더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분위기가 달라졌고, 결국 선거에서 2030 여성의 결집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야당이 된 민주당에겐 이러한 '결집'이 어떻게 유지되고 또 발전할 수 있을지가 새로운 숙제로 남았다. 지난 선거 과정을 복기하는 동시에 향후 2030 여성들의 민의를 반영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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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8일 저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이 후보를 지지하는 그림을 들고있다.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8일 저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이 후보를 지지하는 그림을 들고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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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토론회는 <20대 여성은 왜 여론조사 전화를 끊어버릴까>, <배회하는 20대 여성 94만 표, 누구에게 갈까> 등의 기사를 썼던 기자들이 직접 토론자로 참석했다. 2030, 특히 20대 여성의 표심은 선거 막판까지도 여론조사를 통해서 드러나지 않았다. 부동층 역시 많았다. 1월부터는 분명 '이대남' 대신 '성평등'으로 전략을 바꿨지만, 여성 지지율은 쉽게 오르지 않았다. 오마이뉴스·리얼미터 대선 여론조사 기준 선거가 한 달 가량 남은 2월 1주차까지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30%가 넘지 않았다. 부동층 역시 당시 안철수 후보 사퇴로 3월 첫째주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33%에 육박했다. (관련 기사: 배회하는 20대 여성 94만 표, 누구에게 갈까http://omn.kr/1xmwx)

물론 '젠더'가 2030 여성의 투표를 좌우하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달랐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시사IN 김은지 기자의 <부유하는 '심판자', 심판 카드를 꺼내들다> 자료(시사IN이 3월 11~14일 2000명 대상으로 진행한 웹조사)를 살펴보면, 선거 직후 20대 여성은 '대선에서 중요하게 여긴 사안(1~3위 합산)'으로 46.2%가 '성평등'을 꼽았다. 이는 54.6%가 뽑은 '경제성장-일자리 창출' 바로 다음이었다. 거의 절반 가까운 유권자가 '성평등'을 투표의 기준으로 삼은 셈이다.  김 기자는 이에 대해 "한국 정치에서 '젠더'가 전면에 등장한 최초 선거"라고 분석했다. 

선거 과정을 살펴보면 민주당은 단순히 '젠더 갈라치기'의 반사이익으로 2030 여성들의 표를 가져간 것은 아니었다. 막판에는 민주당이 2030 여성들이 표를 줄 명분을 만들어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대표는 2월 초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에서 중심으로 내세우는 인물, 즉 얼굴이 바뀌어야 지지율이 그나마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박지현'이라는 인물이 '민주당의 얼굴'로 떠올랐기 때문에 막판 결집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으로서는 아쉬운 점이 많은 선거다. 이재명 후보가 받은 20대 여성 58%, 30대 49.7%의 지지는 지난 대선이나 총선에 비하면 부족했다. 21대 총선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에선 민주당이 20대 여성으로부터 63.6%, 30대 여성으로부터 64.3%의 지지를 얻었다.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한국갤럽 예상득표율' 자료 기준, 20대 여성 56%, 30대 여성 59%의 지지를 받았다.

국민의힘이 노골적으로 '젠더 갈라치기'와 '안티 페미니즘'을 외치고 있었고, 철저한 양당 구도에서 지지를 더욱 이끌어낼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선 초기 선거 전략의 실수가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 

새로운 진보의 기본값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이후 2030 여성의 더불어민주당 입당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이후 2030 여성의 더불어민주당 입당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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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과정을 거쳐, 현재 민주당에 입당하는 2030 여성에게 '성평등'은 필수다. 그들이 무작정 민주당을 지지할 거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토론회 채팅방에서는 '집토끼가 아니라 호랑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저는 호남 출신 서울 거주 1인 가구 직장인 여성으로서 평소 소수자 및 소외계층에 대한 당의 태도,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생각에 공감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워낙 큰 당이다 보니 여러 의견이 많겠지만, 여성을 포함해 평등에 대한 태도만큼은 확실히 밀고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전망 유지 및 강화에 앞장서주시기 바랍니다. 성 정체성, 지역, 학벌, 경제적 계급 등 여러 층위에서 '을'의 위치를 대변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생활동반자법, 소수자차별금지, 장애인이동권보장, 젠더폭력, 지방 소외, 기후 정의에 앞장서서 목소리내주시길 바랍니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 제도와 정책을 만드는 것. 약자를 배려하고 그것에 공헌감을 느끼는 사회가 되는 것에 힘쓰는 것."


권인숙 의원은 이번 토론회 직전 온라인으로 '2030 여성 당원 및 지지자 의견 청취'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틀만에 1800개가 넘는 의견이 접수됐다. 특히 권 의원이 소개한 '당원 입장에서 민주당에 거는 기대'에 대한 응답은 인상적이었다.

책 <20대 여자>를 통해 20대 여성의 높은 개방성과 연대 의식을 짚은 김은지 기자는 "20대 여성은 민주당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등 한국사회의 진보 혹은 리버럴에 대한 전반적인 호감도가 평균을 상회한다"면서 "이분들이 지향하는 가치가 민주당이 지향하는 가치와 다르지 않다. 차별 금지, 기후변화, 소수자에 대한 보호에 대한 방향이 합치한다면 그들에게 더욱 더 효능감을 주는 방식으로 민주당이 (정책) 고민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사는 길

시사IN이 진행한 웹조사에서도 20대 여성들의 차별금지법 찬성은 65.7%(평균 53.0%), 민주당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했다면 52%는 "더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껏 민주당이 '여론을 살펴야 한다'라며 혹은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쉽게 추진하지 못했던 '진보적 정책'에 대해 누구보다도 강력하게 지지해줄 세력이 생겼다는 점이다.

민주당 혹은 민주당 주변의 '빅 마우스'들이 2030여성을 단순히 이재명 상임고문과 민주당의 팬으로 여기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는 2030 여성들이 가지는 변화의 동력을 빼앗는 일에 불과하다. 그 대신 장기적으로 그들이 민주당의 '새로운 진보'를 열어갈 수 있도록, 2030 여성들의 정치 참여를 넓힐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민주당이 살아남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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