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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하여 한국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짜뉴스들이 퍼지고 있는 것을 보고, 기사로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고자 합니다. 우크라이나 현지인의 인터뷰, 우크라이나 관련 역사 자료, 유로마이단혁명부터 현재까지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비롯한 각국의 뉴스 보도, 과거 우크라이나에서 직접 취재한 내용 등 근거를 바탕으로 씁니다.[편집자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농어업 발전 관련 화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4.6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농어업 발전 관련 화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4.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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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의 빌미로 내세운 것이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이다. 그 논란의 중심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극우 성향이라고 알려진 아조우(아조프) 연대이다. 러시아 측은 아조우 연대가 결성될 초기에 이들 중 네오나치 성향이 강한 이들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을 내세워, 우크라이나 전체가 나치화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와 러시아가 주장하는 우크라이나의 네오나치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조우 연대 이전의 우크라이나봉기군, 즉 UPA부터 살펴봐야 한다.

우크라이나 봉기군(UPA)
 
우크라이나 운동가인 스테판 반데라(1909년~1959년)
 우크라이나 운동가인 스테판 반데라(1909년~1959년)
ⓒ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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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에 서부 우크라이나에서 등장한 우크라이나 독립운동 조직인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단(OUN)이, 독소전쟁 중이던 1942년에 스테판 반데라(정치인)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봉기군(UPA)로 재편되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스테판 반데라가 독일 나치에 부역하고, UPA의 전신인 OUN이 폴란드인에 대한 제노사이드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사실이다. 스테판 반데라는 서우크라이나 인민공화국이 폴란드에 재합병당하자 민족주의 활동에 뛰어들었고, 1929년 리비우에서 무장조직 OUN 창설을 주도했다. 1939년 폴란드를 침공한 나치의 반폴란드·반소련 정책에 동조하면서 반공 무장투쟁을 지속했는데, 이 과정에서 OUN의 폴란드인·유대인 학살이 자행됐다. 

스테판 반데라는 2차 대전이 끝난 후에는 소련에 대한 반체제 투쟁을 주도했으나, 1959년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에게 암살된다. 이후, 우크라이나 민족의 자주독립을 위한 민족운동은 가려지고, 스테판 반데라와 그가 이끈 UPA는 소련과 그 후 러시아로부터 '나치협력자' '전쟁범죄자' 등으로 낙인찍혔다. 

UPA의 전신인 OUN이 폴란드인·유대인 학살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용서받지 못할 행위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배경에 폴란드의 서우크라이나 병합에 맞서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 무장투쟁이 격화된 사실이나, 이후 소련의 무자비한 수탈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가 더욱 강해졌다는 사실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렇다고해서 폴란드인·유대인 학살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이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치부역자'가 된 배경에, 그리고 소련에 대한 '반체제운동'을 전개한 그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자주독립을 꿈꾸는 민족주의가 바탕이 되어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현재 우크라이나가 네오나치라고 주장하는 러시아 프로파간다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모두 무시하고, 스테판 반데라를 비롯한 우크라이나의 일부 민족주의자들이 과거 나치에 부역한 그 일부분만을 가지고, 현재의 UPA와 그 지지자를 '네오나치'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우크라이나의 자주독립을 지키고자 하는 우크라이나 국민 전체를 가리켜 '네오나치'라고 비하하는 것이다. 

아조우 연대
 
3월 6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중앙 기차역에서 열차에 탄 한 소녀가 플랫폼에 머물고 있는 남성을 향해 입꼬리를 올리라는 몸짓을 취하고 있다.
 3월 6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중앙 기차역에서 열차에 탄 한 소녀가 플랫폼에 머물고 있는 남성을 향해 입꼬리를 올리라는 몸짓을 취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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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조우 연대는 2014년 돈바스 내전 당시 친러반군에 맞서기 위한 민병대로 시작되었다. 아조우 연대는 2014년 6월 돈바스 내전에서 마리우폴을 탈환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그해 11월 우크라이나군에 정식 편입되었다. 

아조우 연대가 창설된 초기에는 신나치주의 성향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규군으로 편입되면서, 점차 이들의 신나치주의 성향이 옅어졌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지난 1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러시아·유럽 극우 진영 전문가인 안톤 셰호프초프는 "아조우 연대는 역사적으로 신나치 집단의 지도부가 구성한 민병대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현재는 탈정치화한 상태"라고 FT에 설명한다. 또, 동유럽 전문 정치학자 안드레아스 움란드는 "최근 사람들이 아조우 연대에 합류하는 것은 극우 이념 때문이 아니라, 강한 전투 부대로 명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AFP 보도).  

이러한 아조우 연대를 여전히 신나치주의 집단이라고 호도하는 주장의 근거로 드는 것이 돈바스 내전 당시에 자행되었다고 알려진 친러주의자에 대한 가혹행위이다. 2016년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이 발간한 보고서에는 아조우 연대가 2015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돈바스 지역에서 포로들을 강간·고문했고, 민간 재산을 약탈한 뒤 주민들을 추방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무리 비인간적인 전쟁상황이라고 하지만, 포로나 민간인들에 대한 가혹행위는 처벌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돈바스내전에서 아조우 연대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측의 반격이 격화된 배경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2014년 8월, 돈바스 내전에서 우크라이나군은 도네츠크 남동부의 도시 일로바이스크에서 러시아군에 포위되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포로를 석방하는 대신, 적십자의 보호아래 우크라이나군이 안전하게 퇴각하기로 러시아군과 합의했다. 하지만 퇴각 과정에서 친러반군과 러시아군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대규모 공격을 받아 1000여명의 우크라이나군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극우민병대의 반러 투쟁이 더욱 격화된 것이다.   

네오나치는 누구인가?

네오나치즘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부터 서독을 중심으로 우익 운동이다. 유럽인을 위한 유럽, 독일인을 위한 독일을 슬로건으로 내걸면서, 독일민족의 우위, 국민공동체의 건설, 전후체제의 비판, 동서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는 반공(反共)·반미(反美) 정책 및 반유대주의 등을 주장한다.

이들은 과거 나치스 당원이 많이 참여한 독일국가민주당(NDPD)이 그 중심적인 존재로, 구동독지역의 실업문제 등 사회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되자 네오나치즘은 절망에 빠진 청년들의 반항심리와도 결합되어 점차 더 폭력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러한 극우민족주의 움직임은 경제 침체와 더불어 독일에서뿐만 아니라, 유럽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독일에서 네오나치즘이 시작되고 현재도 독일 청년들 중에는 극우주의에 빠진 네오나치들이 있으니, 독일 전체를 신나치주의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독일의 대부분의 사람들과 독일 정부는 신나치주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나치문양과 과거 소련국기가 금지되어 있다. 우크라이나의 일부 극우민족주의자들의 경우 네오나치를 표방한 과오를 저지르기는 했으나, 우크라이나 대부분의 국민과 우크라이나 정부는 공식적으로 나치즘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역시, 과거 나치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학살의 큰 피해를 입은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항쟁은 '신나치주의'를 지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라는 나라를 온전히 지키겠다는 민족주의 운동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한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일부 사례만 부각시켜 우크라이나의 항쟁 그 자체를 신나치주의라고 폄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나치화의 증거로 러시아가 제시한 사진들은 위처럼 관계없는 사진을 토대로 조작되었다는 게 중론이다.
 우크라이나의 나치화의 증거로 러시아가 제시한 사진들은 위처럼 관계없는 사진을 토대로 조작되었다는 게 중론이다.
ⓒ 텔레그램이미지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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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가 나치주의에 물들었다며 내세우는 증거사진들은 대부분 조작된 것들이다. 우크라이나가 나치화 되었다며 러시아 언론에서 공개한 깃발은, 과거 나치 깃발을 조작해 만든 것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사진 곳곳에는 조악한 포토샵의 흔적이 남아있기도 하다. 

한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와그너 그룹의 용병들을 파병했다고 최근 대다수 한국 언론이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와그너그룹이야 말로 대표적인 네오나치 집단으로 꼽힌다. 와그너그룹은 러시아의 특수부대 출신 드미트리 우트킨이 설립했는데, 그는 나치문양의 문신을 하는 등 히틀러의 팬으로 알려져 있다. 와그너라는 이름 역시 히틀러가 즐겨 듣던 독일의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침공 받은 자신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민이 뭉치고 있는 우크라이나. 누군가를 암살하기 위해 히틀러 팬이 창설한 용병집단을 파병했다는 러시아(미국 뉴욕타임스 보도 등). 

그렇다면, 이 두 나라 중 어느쪽이 네오나치에 가깝겠는가. 

태그:#우크라이나, #민족주의, #극우, #UPA, #아조우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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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다문화사회전문가. 다문화사회와 문화교류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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