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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석기 미술사 <빗살무늬토기의 비밀>의 의의

이 책은 한반도 신석기 미술을 대표하는 빗살무늬토기의 디자인과 패턴을 한국 사학·미술사학 최초로 분석한 한국미술사 신석기 편이다.

우리는 '빗살무늬토기' 하면 보통 빗 같은 무늬새기개로 무늬를 새겼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빗살무늬토기는 없다.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빗살무늬토기 이미지 자료 6547점과 발굴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빗 같은 무늬새기개로 새긴 그릇은 단 한 점도 찾을 수 없다. 내가 이 사실부터 바로잡은 까닭은 '사실'이 그렇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학계가 빗살무늬토기 패턴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것을 먼저 지적하기 위함이다.
 
《빗살무늬토기의 비밀》(김찬곤, 뒤란), 615쪽.
 《빗살무늬토기의 비밀》(김찬곤, 뒤란), 6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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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빗살무늬토기는 1916년 평안남도 용강용반리유적에서 처음 나왔다. 그리고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서 나왔다. 빗살무늬토기는 1916년 용강용반리유적을 기점으로 하면 107년째 되어 가고, 서울 암사동을 기점으로 하면 98년째 되어간다. 하지만 근대사학 100년 동안 한반도 빗살무늬토기는 그때도 '기하학적 추상무늬'였고, 지금도 여전히 기하학적 추상무늬이다. 나는 이 책에서 한반도 빗살무늬토기의 패턴과 디자인이 기하학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또 그 패턴은 추상무늬가 아니라 '구상무늬'라는 것을 밝혀냈다. 나는 이것을 밝히기 위해 세계 기록과 세계 신석기 미술을 두루 조사하고 살펴보았다. 먼저 서울 암사동 빗살무늬토기 패턴과 디자인을 해석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세계 신석기 미술을 분석했다. 그런 다음 세계 신석기 미술의 패턴과 디자인 분석을 통해 암사동 신석기 미술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세계 신석기 미술사라 해도 될 것이다.
 
이런 패턴은 세계 신석기 미술에서 두루 볼 수 있다.
▲ 빗살무늬토기의 천문, 하늘 속 물, 삼각형 구름, 빗줄기 이런 패턴은 세계 신석기 미술에서 두루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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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신석기 세계관과 암사동 신석기 세계관

서울 암사동 빗살무늬토기는 세계 신석기 미술을 풀 수 있는 단초가 된다. 한반도 신석기인을 비롯하여 세계 신석기인은 그릇에 자신의 세계관을 새겼다. 그들은 이 세상 만물의 기원 물(水), 이 물의 기원 비(雨), 이 비의 기원 구름(云)을 새겼는데, 암사동 신석기인은 여기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 바로 구름의 기원 '하늘 속 물'과 이 하늘 속 물이 나오는 통로(구멍) '천문(天門)'까지 새긴 것이다. 이 세계관은 '기원의 기원'까지 담았다는 점에서 당시 세계 신석기 세계관 가운데서도 가장 완벽한 세계관이었다.

세계 신석기인은 이 세상 만물의 기원이 비(雨, 水)라는 것은 알았다. 그리고 이 비는 구름(云)에서 내린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구름이 어디에서 오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제는 화창하게 맑았는데 오늘 갑자기 먹구름이 끼고 하늘이 어두컴컴해지면 두려웠다. 그것은 '공포'였다. 그들은 물이 수증기로 변해 하늘로 올라가면 구름이 된다거나 찬 공기와 더운 공기가 만났을 때 구름이 생긴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그들 세계관 속에서 이 구름의 근원을 어떻게든 해결해야만 했다. 대체로 세계 신석기인들은 구름을 만들고 주관하는 신(God)을 상정한다. 그에 견주어 암사동 신석기인들은 하늘 속 물이 스스로 구멍(통로)을 통해 구름으로 내려온다고 보았다.

나는 이것을 밝히기 위해 터키 괴베클리 테페의 핸드백(stone bag)을 분석했고, 이것을 통해 서아시와 동북아시아 신석기 세계관의 차이를 드러냈다(9장 괴베클리 테페의 클라우드백에서 아시리아의 워터백까지). 한반도 신석기 미술에서 종교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까닭은 바로 이러한 세계관의 차이에서 비롯한 것이다. '기원의 기원'까지 담고 있는 세계관에는 신이 비집고 들어올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빗살무늬토기의 비밀>의 주요 내용

이 책은 암사동 빗살무늬토기 디자인과 패턴을 아가리에서부터 밑굽으로 내려오면서 살펴보고 있다. 1장과 2장은 도입 성격의 글이다. 1장에서는 한국 빗살무늬토기의 기본 패턴을 다섯 가지로 추려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2장은 그동안 한국 사학과 미술사학의 빗살무늬토기 연구의 문제점을 정리한다. 1장과 2장은 도입부라 낯선 개념이 나온다. 일단 개념을 알고 3장부터 차근차근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한국 신석기 미술과 세계 신석기 미술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빗살무늬토기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그릇이다. 나는 이 그릇에서 삼각형 구름 패턴이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림으로 그리고 색을 칠했을 때 분명하고 뚜렷해졌다.
▲ 빗살무늬토기 패턴 빗살무늬토기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그릇이다. 나는 이 그릇에서 삼각형 구름 패턴이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림으로 그리고 색을 칠했을 때 분명하고 뚜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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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살무늬토기 디자인과 패턴을 본격으로 풀어내는 장은 3장이다. 3장에서는 구름과 하늘 속의 경계인 '파란 하늘' 패턴과 하늘 너머 '하늘 속 물' 패턴을 다룬다. 4·5·9장은 하늘 속 물이 어떻게 이 세상에 구름(삼각형 구름과 반타원·반원형 구름)으로 나오는지 밝혔다. 4장에서는 중국 한자 위상(上)과 아래하(下)에 담긴 세계관을 풀었다. 이 두 글자의 기원을 찾는 일은 중국 신석기 세계관을 그리는 일이고, 더 나아가 중국 한자의 기원을 밝히는 일이기도 하다.

5장은 암사동 신석기인의 독특한 세계관 천문(天門)을 중국과 세계 여러 신석기 미술 사례를 들어 알기 쉽게 풀어냈다. 9장은 세계 신석기 미술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터기 괴베클리 테페 신석기 세계관을 밝힌 장이다. 우리는 이 장을 읽으면서 서아시아 신석기인이 구름의 기원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세계관이 암사동 신석기인과는 어떻게 같고 다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신석기인은 구름을 삼각형 구름과 더불어 이렇게 반타원(반원)으로 새기고 그렸다.
▲ 빗살무늬토기의 반타원형 구름 세계 신석기인은 구름을 삼각형 구름과 더불어 이렇게 반타원(반원)으로 새기고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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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에서는 암사동과 세계 신석기인이 구름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풀어냈다. 세계 신석기인이 그렇듯 암사동 신석기인 또한 구름을 삼각형과 반원·반타원형 패턴으로 새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장에서는 이 구름에서 내리는 비(雨)를 세계 신석기인이 어떤 패턴으로 그리고 새겼는지 세계 여러 나라 신석기 미술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6장과 9장 사이에 있는 7장과 8장은 신석기 미술 이전의 구석기 자연주의 미술과 그리스 기하학시대 추상미술의 문제를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정리했다. 7장에서는 한반도 미술 가운데 구석기 자연주의 전통이 살아 있는 제주 고산리 덧띠무늬토기에 담긴 미술의 특징을 살펴봤다. 고산리 덧띠무늬토기는 우리나라 그릇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그릇이다. 그래서 이 그릇의 패턴을 푸는 일은 한국미술의 기원을 밝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세계 미술사에서 아주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조몬토기를 깊게 다루었다. 여기서 조몬토기의 기본 패턴을 몇 가지로 정리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 미술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8장에서 다룬 그리스 기하학시대 미술은 세계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개념과 관련하여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 장에서는 세계 미술을 공부할 때 읽어야 하는 곰브리치, 잰슨, 하우저의 신석기 미술 논지를 살펴보고, 그 안에 있는 논리적 모순을 정리했다.

11장은 한반도 도토리 모양 빗살무늬토기에서 볼 수 있는 밑굽 패턴이 무엇을 새긴 것인지 분석했다. 12장은 빗살무늬토기에 있는 구멍의 정체를 풀었다. 흔히 이 구멍을 금이 간 그릇을 수리해 쓰려고 뚫었다고 알고 있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근거를 찾았다. 13장은 그릇을 왜 역삼각형 도토리 모양으로 빚었는지, 그 디자인의 비밀을 풀었다. 마지막 14장은 세계 신석기 미술과 관련하여 곰브리치, 잰슨, 하우저의 논지를 다시 살펴보았고, 한국 미술사학에서는 김원룡과 안휘준의 신석기 미술론을 비판한다. 이와 더불어 한국과 세계 신석기 미술을 새롭게 봤을 때 우리가 어떤 것을 새롭게 풀 수 있는지 정리하고 있다.
  
신석기 미술의 패턴을 분석하려면 이렇게 그림으로 그리고 색을 칠해 봐야 그 패턴이 뚜렷하게 보인다.
▲ 빗살무늬토기의 천문, 하늘 속 물, 천문, 삼각형 구름, 빗줄기 패턴 신석기 미술의 패턴을 분석하려면 이렇게 그림으로 그리고 색을 칠해 봐야 그 패턴이 뚜렷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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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석기 미술과 세계 신석기 미술

나는 이 책에서 우리가 '자명하게' 알고 있는 개념이 처음부터 문제가 있다는 것을 곳곳에서 말했다. 우리 학계가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개념이 사실은 어느 시기에 전도(뒤집힘)된 개념이거나 관념이라는 것이다. 이런 일은 이론사에서 늘 있는 일이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도가 일어났을 때 본래 그 기원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는 점이다. 허신이 중국 한자를 '주역의 세계관'으로 정리했을 때 한자에 깃들어 있는 중국 신석기 세계관이 한순간에 증발해 버리듯이 말이다.

전도와 더불어 나는 '전도의 중첩' 문제를 들었다. 한 번 전도가 일어났는데, 여기에 다른 세계관이 들어와 또 다시 전도가 되면 본래 그 기원을 찾는 일은 아주 지난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나는 이 일을 아주 끈기 있게 붙잡고 풀어냈다.

한국미술사에서 신석기 미술은 '공백'이다. 그래서 그간 나온 한국미술사를 살펴보면 신석기 미술은 10페이지 남짓밖에 안 된다. 그것도 어떤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을 사진과 더불어 정리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미술사에서 신석기 미술이 공백이듯 세계미술사에서도 신석기 미술은 공백이다. 곰브리치는 《서양미술사》에서 신석기 미술을 아예 다루지도 않는다.

한반도 빗살무늬토기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일은 한국미술사에서 공백인 신석기 미술을 풍성하게 채워내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일은 지금까지도 정리하지 못한 '한국미술의 기원'을 밝혀내는 일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 책은 한국 신석기 미술뿐만 아니라 세계 신석기 미술을 아주 꼼꼼히 다루고 있다.

아프리카와 유럽, 서아시아와 동남·동북아시아, 남·북아메리카와 메소아메리카 신석기 미술까지 두루두루 사례를 들고 낱낱이 풀어냈다. 지금까지 세계 미술사학에서 '기하학적 추상무늬' '기하학적 패턴'이라 하면서 그 어떤 해석도 내놓지 못했던 신석기 미술을 말이다. 어쩌면 이 책 <빗살무늬토기의 비밀>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나온 세계 신석기미술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황해북도 봉산군 지탑리유적 빗살무늬토기 디자인과 패턴
 황해북도 봉산군 지탑리유적 빗살무늬토기 디자인과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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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 책에서 아는 만큼 안 보인다는 말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알고 있는 어떤 지식이나 개념이 본질을 볼 수 없게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자세히 살펴보면 지금껏 보이지 않은 것이 새롭게 보인다. 이는 지금까지 자명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개념, 이미 공리가 되어 있는 이론을 부정하고 새로운 바탕에서 우리 한국미술과 세계미술을 보아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우리가 지금껏 신석기 미술을 풀지 못했다는 '사실'보다는, 이것을 풀지 못했던 그 이유, 그 '내력'이 더 중요하다. 나는 이 책에서 그 내력을 밝히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랬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한국미술사에서 신석기 미술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기에 그 뒤 청동기와 삼국시대, 신라와 고려 미술, 조선 미술까지도 그 본질을 보지 못했다. 이 책은 신석기 미술사이기 때문에 본격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삼국의 수막새 디자인과 패턴, 마한의 옹관과 구멍단지, 신라 금관과 가야 그릇의 패턴, 성덕대왕신종과 첨성대의 구상, 고구려벽화,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분청자 디자인과 패턴, 조선민화가 담고 있는 세계관을 한반도 빗살무늬토기의 신석기 세계관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이 또한 한국미술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은 청동기 미술사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 한국미술사가 신석기 미술을 공백으로 남겨 놓았기에 청동기 미술 또한 공백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고인돌은 왜 그런 모양인지, 그 구상은 어디에서 왔는지, 비파형 청동검은 과연 검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청동거울과 다뉴세문경 패턴은 무엇을 구상으로 한 무늬인지, 청동기 시대 암각화는 무엇을 새긴 것인지, 청동방울은 도대체 무엇을 구상으로 하여 만든 것인지, 이런 것을 낱낱이 풀어낼 것이다. 청동기 미술은 신석기 미술을 풀었을 때만이 제대로 보이고 마침내 밝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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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말에는 저마다 결이 있다. 그 결을 붙잡아 쓰려 한다. 이와 더불어 말의 계급성, 말과 기억, 기억과 반기억, 우리말과 서양말, 말(또는 글)과 세상, 한국미술사, 기원과 전도 같은 것도 다룰 생각이다. 호서대학교에서 글쓰기와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https://www.facebook.com/childk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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